[영화읽기] 또 다른 ‘조커’의 탄생을 막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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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또 다른 ‘조커’의 탄생을 막기 위하여
  • 승인 2019.11.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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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조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가 개봉되었을 때 주인공인 배트맨보다 더 많은 각광을 받은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쭉 찢어진 입술분장을 한 채 ‘Why So Serious’를 외치며 계속 나쁜 짓만 일삼던 조커이다. 사실 영화 속 악당은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히스 레저가 연기했던 조커는 묘한 매력을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여러 편의 배트맨 시리즈가 제작될 때마다 등장했던 조커 캐릭터는 감독에 따라 약간씩 표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특별한 개성을 가진 영화 속 악당 캐릭터 중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출연 : 호아킨 피닉스, 프란시스 콘로이, 로버트 드니로

평소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은 광대 분장을 하고 상점 홍보일을 하는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길에서 소년들에게 홍보간판을 뺐기고 폭행을 당한다. 이 일로 인해 사장에게 야단을 맞자 동료는 위급할 때 사용하라고 총을 준다. 그러나 아서는 아동병원 행사에 가서 춤을 추다가 총을 떨어뜨리게 되고, 바로 해고당한다. 그 후 지하철을 타고 가던 아서는 여성에게 성희롱을 하고 있는 남성들을 보고 웃다가 폭행을 당하게 되자 총을 발사하고 미친 듯이 뛰어 집으로 돌아온다.

워낙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가 레전드급이다 보니 새로운 조커의 경우 항상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배우들 입장에서도 힘든 캐릭터이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반신반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조커>는 또 한 명의 레전드가 탄생했음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조커는 DC코믹스의 캐릭터이지만 다른 히어로들처럼 단독으로 만들어진 원전이 없는데 이번에 상영된 <조커>는 그동안 제작되었던 조커 캐릭터들을 종합하여 새롭게 탄생시킨 이야기로 주인공 아서가 어떻게 해서 조커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프리퀄 성격이 강한 영화이다. 그로인해 대다수의 관객들이 기대했음직한 액션 장면보다는 신경병을 앓으며 병약한 엄마를 모시고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아서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겪는 문제들을 주되게 다루고 있어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나눠질 수 있지만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5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고 있는데도 슬프다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인 '웃프다'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흐느적 거리며 계단에서 추는 춤은 아서의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표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분명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했지만 역으로 영웅으로 칭송받는 안티 히어로가 주인공이 되는 고담시의 모습이 어딘지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 매우 씁쓸하게 느껴지며 현실 속의 조커가 더 이상 탄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웃으며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렬한 액션장면보다 호아킨 피닉스가 표현한 조커의 심리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꼭 봐야 하는 작품이자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조커>는 올해 개최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도 감상할 수 있고 현실과 망상 사이에 많은 이야기꺼리를 낳고 있는 결말을 확인하고 싶다면 영화 <조커>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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