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전공의는 임상분야의 ‘주춧돌’…근무환경 개선 당당히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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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전공의는 임상분야의 ‘주춧돌’…근무환경 개선 당당히 요구하자”
  • 승인 2019.11.2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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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민백기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장

전공의법 개정안 통한 수련환경 개선 및 통합한의학전문의 신설 예의주시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는 지난 9일 정기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민백기 국립중앙의료원 의국장을 선출했다. 무엇이 시급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문제가 산적해있다는 상황에서 한의사 전공의들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민 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이 궁금하다.

지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첩약건보, 통합한의학전문의 신설 등 한의계 내에서 큰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0년을 책임질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장으로 선출되어 어깨가 무겁다. 모든 일반수련의, 전문수련의들을 위해 일하도록 하겠다.

 

▶회장으로 선출되기 전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간략히 소개해 달라.

전국의 인턴장들이 규합하여 만든 전국한방병원일반수련의협의회를 처음으로 조직했다. 인턴들이 겪는 부당한 규율과 근무 환경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물색하기 위한 단체였다. 이듬해 전문수련의 1년차가 된 후, 한전협 전공의특별법 TF팀에 소속되어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 부분에 관하여 한전협 차원에서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일반수련의협의회에서 활동하는 동안은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은 충만했지만 전문수련의 선발을 앞두고 행동하기가 다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한전협의 이름으로 함께 행동하게 되며 더 폭넓게 수련의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한의사협회와 적극적인 대화의 장을 가질 수 있었다. 전문수련의 2년차가 된 이후에는 통합한의학전문의 이슈에 대응하는 TF팀으로 개편되어 관련한 협회와의 대화에 참여하고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작업을 하였다. 한전협 회장으로써 목표로 하는 바도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이다.

 

▶회장 후보 당시 공약은 무엇이었으며, 향후 협의회를 이끌 로드맵을 말해달라.

우선‘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개정안 발의에 발맞추어 한의과 전공의 처우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공의법은 의과 전공의와 수련병원만을 대상으로 하나, 한의과 전공의와 치과 전공의 및 수련병원까지 포함하는 개정안이 현재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전공의법 자체가 완전하지 않고 한의계의 상황이 양방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전공의법으로 만족할만한 수련환경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법 개정안의 진행 상태를 지켜보되, 전공의법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수련환경 개선, 특히 일반수련의와 병동을 담당하는 연차의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통합한의학전문의 신설 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응하고자 한다. 올해 초 한의협은 치과의 통합치의학전문의 제도를 모델로 하여 통합한의학 전문의 신설을 추진하고, 이에 따라 기존 수련을 받지 않은 한의사들에게 경과조치로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 후 전문의 자격증을 발급할 예정임을 밝혔다. 협회 측에서는 전문의 수가 문제 해결과 의료일원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졸속으로 추진될 시 한의과 수련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기존 전공의와 전문의들의 수련경력에서 발생하는 전문성을 부정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협회 측은 아직까지 한의과 전공의 측에서 납득할 만한 내용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전공의들의 양해와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 한전협에서는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전문의 제도개편에 대해서 명확하게 반대의사를 피력할 것이며 더 합리적인 방향의 전문의제도 개선을 위하여 전공의들의 뜻을 모아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한전협은 회장과 부회장 외 한의계 전공의 관련 정책, 대외 단체들과의 교류, 수련병원 내 전공의 교육 및 복지체계, 전공의 학술활동, 전문의 국가시험, 홍보를 관장하는 여섯 개의 부서로 구성된다. 이들과의 팀워크를 통해 각 병원 의국장님들과 일선 전공의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여 공약을 실현하고 사안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에서 활동해오면서 느낀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각 수련병원의 근무 조건과 급여, 수련환경 등의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공동 행동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부 사항들을 취합하고 각 병원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특히, 각 병원에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남아있는 부당한 대우와 규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당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회원들의 충분한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가장 필요한 일이기도 하여, 어렵더라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세로 직무를 수행하고자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공간적인 한계도 있다. 각 한방병원들은 전국에 흩어져있으며, 각종 병원 업무를 수행하고 교육받는 수련의들이 시간을 내서 한 번에 모이기 어렵다. 그러나 한전협 운영위원을 필두로 하는 전국 수련병원의 의국장, 일선 전공의들과 끊임없이 다각적인 매체를 통한 교류를 진행하여 공간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한의과 전공의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와 이를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2년 전, 일반수련의협의회를 운영하던 시절,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적이 있었다. 수련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 혹은 수련 환경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을 묻자 이들은 1순위로 단연 비현실적인 근무시간을 꼽았다. 한의과 전공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는 근무시간의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전공의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및 시행이라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전공의법이 통과된 후에도 진통을 겪고 있는 의과의 사정을 보아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전공의법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에 준하는 수준의 기본급과,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한 합리적인 책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겠으나, 당직 수당의 적법한 책정이 이루어질 시에는 불필요한 당직 근무를 축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당직시간에 최소한의 전공의 배치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의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면 추가 인원 선발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직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한전협은 근무시간 및 추가 수당을 근로계약서, 최저임금법 등에 위배되지 않는 합법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전공의 문제에 있어서는 무엇이 시급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산개해 있으며 각 수련 병원마다 그 사정은 모두 다르다. 위에 언급했던 현실적인 근무시간과 근무환경의 보장, 그에 합당한 임금의 지급, 합리적인 수련 환경과 교육환경이 꼽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한의과 전공의가 사회에 전문의로서 발을 내딛을 때, 우리의 경험과 실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국의 한의과 전공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과 수련 제도는 한의계 각 분과에 대한 임상, 연구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한의학계의 임상분야를 선도하는 주춧돌이다. 그리고 장차 대들보가 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주춧돌’로서의 권리를 요구해야한다. 여러분의 가치를 병원이 알게 하라. 그리고 당당하게 가치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라. 지금도 우리는 각 분과 전공의로서 불철주야 공부하고 연구하고 진료한다. 수련을 받으며 밤새 응급 환자 콜을 받고 병동을 떠나지 못했던 기억, 논문 한 줄 한 줄을 쓰느라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우리의, 그리고 한의계 전체의 피와 살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가치를 알아 줄 때, 진정 한의학이 꽃 피울 수 있음을 주장해야 한다. 그 수많은 요구들을 이제부터 저희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가 받아, 물러섬 없이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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