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인준은 까다롭고 관리는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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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인준은 까다롭고 관리는 부실
  • 승인 2003.03.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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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영역 옹호가 학회 활성화 발목 잡아

대한한의학회의 정·준회원 학회 인준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대입제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만 합격되면 자기 스스로의 통제도 안될뿐더러 외부의 감시기능도 소멸되는 측면에서 말이다.

한의학회에는 현재 25개의 정회원 학회와 4개의 준회원 학회가 존재한다.
지난 1월 17일 한의학회 사무실에서는 회장, 기획총무이사, 학술이사, 편집이사가 참여한 '분과별 학회 인준 심의 소위원회'가 있었다. 학회 이사회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사회 진행의 효율을 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소위원회는 정회원 인준을 신청한 2개 학회와 준회원 인준을 신청한 2개 학회가 각각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이 중 1개 학회를 제외한 3개 학회에 대해 인준을 결의했다.

하지만 19일 학회 이사회에서 소위원회의 결의 내용은 완전 백지화되고, 이들 4개 학회의 인준에 관심 있는 분과학회장들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지어졌다.

소위원회에 참여했던 이사들의 경우 시간만 낭비한 꼴이 돼버렸다. 또한 공신력도 무시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게다가 지나치게 정회원 학회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비회원 학회가 한의학회의 인준을 받으려면 활동내용 중 정회원 학회들과 중복
되지 않아야 하고, 관련 정회원 학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동의를 못 받으면 인준은 거부된다. 학술활동여부보다는 기존의 정회원학회와의 활동이 중복되는 지가 초점이 된다.

대학가와 임상가 사이의 거리감이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임상가에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호응도가 높은 학회지만 대학가에서는 형식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시키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물론 정관에 명시돼 있는 인준기준은 최소한의 기본요건이고, 이는 충족시켜야 한다.
문제는 정회원 학회들 중에도 학회 정관에 명시돼 있는 학술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분과별 학회 평가를 위해 '논문집 발간'과 '학술세미나' 개최 여부 등을 요구해도 제대로 된 자료를 내 놓지 않고 있어 도대체 무슨 활동을 벌이는 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관은 편의대로 이용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정회원 학회도 활동내용이 부실하다면 경고조치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몇 번의 경고조치로도 시정이 안되었을 경우 '퇴출'도 불사해야 한다. 학회간 영역침범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학회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일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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