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법 못지 않게 관용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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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정법 못지 않게 관용도 중요
  • 승인 2003.03.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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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희대 조정원 총장이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간호대가 동시에 있는 국내 유일의 대학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 한방신약 개발과 난치병 치료물질의 특허출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새삼 경희대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따지고 보며 경희대의 저력은 동양의약대학을 통합하고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과 한의과대학이 없는 경희대학교와 고황재단의 오늘을 생각하기 어렵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의 오늘은 또한 헌신적인 교수와 학생, 동문들이 아니었으면 가능성이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변화와 굴곡이 많았던 70, 80년대와 90년대를 헤쳐오는 동안 한의대 교수들은 남모른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한·양방 의료일원화 논쟁, 한약분쟁, 한의학의 현대화, 한의학의 세계화 등 엄습해오는 시대적 조류에 맞서 한의학의 정체성을 수호하느라 한시도 숨돌릴 틈이 없었다. 이런 일들을 해온 주역이 바로 한의대 교수들이었다.

이중에서도 박찬국, 안덕균 두 교수는 한의학의 기초분야라 할 수 있는 원전학과 본초학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거목들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두 교수는 산삼 인증 시비에 휘말려 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학교측의 징계는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여 교원징계재심위원회의 해임처분 취소 결정이 있었지만 학교측이 다시 절차를 밟아 해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징계 과정을 보면 학교측은 1차 해임 때부터 절차를 밟지 않을 정도로 뭔가 서둘렀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거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것은 징계의 이유가 딴 데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학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두 교수, 특히 박찬국 교수가 해임된 배경에 평상시 학교 행정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결과라고 꼬집는다.

정말 그렇다면 고황재단측은 혹 과거 재단에 눈엣가시였던 교수를 사립학교법과 학칙 위반을 들어 이번 기회에 배제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아닌지.
개인의 이해를 앞세워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다 학교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그랬던 것인데 가르침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두 교수에게 해임은 학문적 사형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학문적 업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교수를 굳이 실정법과 학칙을 내세워 처벌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지 의아스럽다.
더욱이 사유가 무엇이든간에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서 '취소' 통보를 받았지 않았는가. 학생들도 두 교수의 학문능력을 안타깝게 여겨 관용을 요구하는 마당에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 정도의 아량을 베풀지 못하는지 우리의 교육현실
에 자괴감이 앞선다.

교수재임용을 둘러싸고 일부 대학에 분규가 이는 것도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임에도 단지 재단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데 있다. 그러나 학교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소신있는 교수들의 쓴소리도 달게 들어야 하지 하지 않을까. 실정법 못지 않게 관용도 중요한 법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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