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전문의 수렁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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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전문의 수렁에 빠지나
  • 승인 2003.03.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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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법대로", 개원가는 "선행조치 먼저"의견대립 팽팽

개원가, 병원, 학회, 의견 제각각... 합의 가능성 난망

한의계가 대한한의학회의 독립 문제로 불거져 나온 한의사전문의제도라는 돌발변수에 부딪히면서 또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대로’를 외치면서 올해안으로 수련의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의료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한의협이 대립하고 있고, 학회는 학회대로, 한방병원협회는 나름대로 필요에 의해 시험을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일선 개원가는 전문의제도 자체가 필요없다는 주장과 함께, 설사 전문의제도가 필요하더라도 자신들이 배제된 전문의시험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아 어디서부터 가닥을 잡아야 할지 몰라 한의계가 온통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문제의 발단은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전문의시험의 시행기관으로 대한한의학회에 의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원래는 ‘한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제11조)에 따라 시험시행기관인 한의협에 여러 차례에 걸쳐 요구하였으나 한의협은 ‘의원급 기관에 표방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이 된 후인 2004년경에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한방병원협회에 시행을 타진하였으나 한방병원협회도 ‘전문의시험시행은 한의협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하자 대한한의학회에 사단법인 설립을 전제로 시행기관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험시행기관 협의와 관련해 “시행규칙에 ‘1년에 1회이상 전문의시험을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법대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의료법 개정 이전에 시험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한의협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법 개정과 시험 시행은 별개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한의계의 목소리는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당장 시행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것이 예상된다. 일선한의사들의 견해는 대체로 시기상조론과 시행하더라도 경과조치를 개정하여 형평성을 보장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자의 견해는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나온 의견으로 전문의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는 의견과 필요는 하지만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당사자인 한의계가 원하지 않는데 왜 복지부가 나서서 시험실시를 강행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한다.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한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지 의문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반면 개원한의사에게도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보장해 달라는 의견도 광범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목소리는 각종 여론조사나 한의사전용통신망인 AKOM에서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어느 제도나 처음 시행할 때에는 경과조치를 두어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조치가 따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인데 한의사전문의제도는 일체의 기득권자를 배제하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개원가는 현재의 방식대로 전문의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소수일망정 자신의 한의원 옆에 전문한의원이 들어서면 나머지 일반한의원은 하루아침에 비전문한의원으로 전락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정도가 커가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은 시험 시행을 눈앞에 두고 다시 원칙론을 주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개원가 못지 않게 위기의식을 느끼는 부류는 대학의 임상교수들이다. 임상교수들은 “비전문의가 어떻게 전문의시험을 출제할 수 있느냐”고 호소한다. 결국 이들 임상교수들은 “전문의 자격을 주지 않으면 시험을 출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전속지도전문의들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전속지도전문의를 포기하고 개업가로 빠져나가 수련의 3년차 된 교육생이 타의에 의해 수련자격을 박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원만한 교육에 장애가 초래되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복지부는 일정한 기준이 충족된 임상교수와 전속지도전문의에게 전문의자격을 부여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선개원가는 “기존의 수련의규정과 수련의규정시행세칙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간 억눌려 있던 개원가의 욕구가 분출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몇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 법을 개정하는 마당에 전문의제와 관련된 각종 경과조치 혹은 법조항 하나하나를 재검토하는 것은 왜 안되냐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전속지도전문의나 시험출제에 참여하는 임상교수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주려는 움직임 자체가 시행시험을 학회가 맡도록 인센티브를 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한의계는 준비 않된 전문의시험을 법대로만 외치다 시행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부류와 불이익을 얻는 부류로 나뉘어져 한의계의 화합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하고 상황변화에 마음을 놓
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한의협, 개원가, 한방병원협회, 대한한의학회, 전속지도전문의 등 각각의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주체가 어떻게 한의사전문의시험 상황에 합의안을 도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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