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제도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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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제도 어떻게 진행되어 왔나?
  • 승인 2003.03.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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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시기, 경과조치 등 돌출변수 산적

내부 이견조정 못한 채 외적 요인에 밀려 시행 합의

한의사전문의제도는 오랜 시간을 두고 논의되어 왔다. 비록 치과에 비해서는 짧지만 한의계는 90년도부터 한해도 빼놓지 않고 대의원총회의 단골메뉴로 등장하여 논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아 치과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배경에는 한방에서 전문의제가 불필요하다거나 시기상조라는 인식도 큰 몫을 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계기를 맞이한 것은 한약분쟁이었다. 94년 1월7일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의료법도 개정한 것이다. 그중 법 제55조의 전문의 조항을 개정하여 의사, 치과의사와 함께 ‘한의사’를 첨가함으로써 비로소 한의사전문의제를 향한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한의계는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94년 정기총회에서는 전문의 시행에는 동의하지만 시행방법론은 연구를 통하여 결정키로 한 데서 한의계의 정서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전문의제의 추진은 정부로부터 촉발됐다. 98년 1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한의사 전문의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 ‘한의사 전공의 수련 등에 관한 규정’은 법적 근거가 없음을 들어 ‘한의사 전문의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을 경우 ‘한의사 전공의 수련 등에 관한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부랴부랴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한의협 중앙이사회는 전국이사회전 가칭 한의사전문의제(안)을 만들어 회원에게 공람시켰으나 기득권 인정범위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회원간의 갈등만 유발시키고, 급기야는 한의협 회관이 학생들에 점거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98년 2월12일 열린 ‘한의사 전문의 제도 심포지움 공청회`는 전문의제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긴 했으나 신중론도 만만찮아 전문화의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한의협은 이후에도 전문의제 설문조사(98.2.27-3.11)를 거쳐 한의사 전문의제 소위원회 및 정책기획위원회를 거쳐 전문과목 8개 과목을 확정하였다. 경과조치를 두지 않기로 함에 따라 기존의 수련이수자를 포함한 모든 한의사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구제조치를 취하더라도 후유증은 남게 되므로 일체의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안도 한의계의 자유의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사실은 소위원회 관계자도 인정하는 바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시행안 초안이 최선은 아니며 단지 차선의 선택일 뿐 논의의 편의와 법령 통과시 장애물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시안을 작성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때가 98년 6월이었다.

경과조치를 인정하지 않자 이번에는 수련의 이수자와 개원가가 불만을 나타냈음은 물론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의협, 한병협, 한의학회 등은 12월 9일 복지부회의실에서 전문과목을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사상의학과, 한방재활의학과, 외관과(한방안이비인후과+피부과) 등 8개과로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99년 12월15일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한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등 8개 전문과목이 명시되었으며, 일반수련의 과정은 1년, 전문수련의 과정은 3년을 이수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수련한방병원 지정기준도 포함시켰다.

이어서 그해 12월29일에는 ‘한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이 공포됐다. 이 규칙의 제정으로 일반수련의와 전문수련의 수련한방병원 지정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여 전문의 배출에 필수적인 수련기관 지정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완비된 셈이다. 더욱이 규칙의 ‘시험의 시행’ 항에 ‘한의사 전문의자격시험은 매년 1회 이상 실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한의협은 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표방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문의제를 시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의료법 개정 후 한의협 주도에 의한 시험’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올해 안에 전문의시험을 실시하려는 복지부와 충돌하고 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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