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구원 발전방안 공모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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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구원 발전방안 공모 배경
  • 승인 2003.03.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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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이 기관평가에서 3년 연속 꼴지 평가를 받아 대안으로 상위기관인 산업기술연구회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과제를 공모하기에 이르렀다.

산업기술연구회의 기관평가에 따르면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가장 큰 문제로 전문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인력의 임계규모 확보 없이는 수준높은 연구수행이 어렵고 기관의 전문화 및 특성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 발전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모의 영세성을 보완하고 수탁사업을 확대하는 전략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43명으로 이루어진 한의학연구원을 수백 명의 인력을 보유한 다른 연구기관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원이 아무리 적어도 기본적인 지원인력은 필요하므로 다른 기관에 비해 지원인력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4%에 이르는 인력유출율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우수인력은 유출되고 신규인력은 확보되지 않으면서 연구역량과 연구성과 제고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져다 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데 그나마 확보한 핵심 연구자마저 빠져나가 30대 연구원의 비율이 68%로 타 연구단체에 비해 젊다. 그만큼 연구경력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침구경락 전공자는 3차례나 공고했는데도 지원자가 없었다. 개원가에 비해 연구원의 매력이 적기 때문이다.

정책연구의 핵심연구자인 경영학이나 경제학 전공자도 전무하다. 따라서 한의학연구원의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내부적 합의를 통해 성과급 차등지급 문제를 개선해 연구원의 근무의욕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것도 연구원이 수탁과제를 많이 받을 때 가능한 일이어서 차등지급제 도입과 동시에 수탁과제를 어떻게 많이 확보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구원 T.O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용역이 필수적이다. T.O는 원칙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지속적인 과제가 주어지면 인원채용 근거가 되어 T.O의 증원으로 이어져 한의학연구원의 근본적 문제인 T.O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산업기술연구회 관계자도 이런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 다른 연구원도 이런 경로를 거쳐 연구인력을 늘려왔다.

문제는 연구용역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수탁할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타 연구원의 경우 정부지원금은 3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수탁과제로 해결하는 게 현실임에 비추어 한의학연구원도 외부용역사업의 수주에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아도 틀림없다.

이런 용역의 발주처는 결국 보건복지부와 대한한의사협회일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한의협의 역할이 제일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문제를 놓고 한의협과 한의학연구원이 대화채널을 가동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연구원의 경영자립을 촉구하고 있는 마당에 한의계에서 연구원을 지원하는 노력이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또한 연구용역보다 SCI논문이나 특허출원건수, 연구결과의 산업체 이전이 기관평가에 유리하다는 한의학연구원측의 견해도 있긴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일정한 평가지표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성격이 다른 기관을 동등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어 가중치를 두어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는 정책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기관별로 잘 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면 좋은 평가를 받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한의협이 희망하는 정책연구에 역량을 발휘하면 이 분야에 가중치가 주어져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책연구를 특화하면 한의협과 연구원 간 상호 협력관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의학연구원은 지금까지 스스로 가능성을 찾기보다 인력의 부족 내지 낮은 기관평가만을 탓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기술연구회의 지적과 같이 중장기적인 전략목표와 경영방침, 그리고 실천전략을 수립해서 하나하나 추진해나간다면 발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연구회 관계자의 표현대로 정점에 도달한 거대 연구원과 달리 신생 한의학연구원은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의학연구원 중장기 발전전략 용역사업을 계기로 한의학연구원-한의협-한의대의 긴밀한 논의구조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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