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원의 개교를 향한 부산대 측의 발빠른 행보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립 한의학교육기관의 설립은 한의계의 오랜 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식과 내용이 함께 겸비될 때 한전원은 한의학연구의 요람이며, 한의학연구인력 양성의 산실로서 한의계의 축복을 받으며 역사적 출범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산대와 한의계는 한전원이 순산할 수 있도록 온갖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한방과 양방, 학문과 행정, 관과 민, 사학과 국립, 병원과 대학을 초월해 협력할 때 비로소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어느 한 집단의 노력만으로는 용을 그리려다 뱀을 그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상호 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모양새는 어딘지 모르게 한쪽으로 치우친 감을 지울 수 없다. 한의계는 과거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연구한 몇몇 교수들을 중심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관심사에서는 멀어진 느낌을 준다. 적극적인 창구역할을 해야 할 한의협은 선거가 진행중이어서 관심을 쏟기가 곤란하고, 의료법과 한중FTA협상과 대선 준비까지 하다보면 신경 쓸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학교운영시스템 정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 때문이다. 교육과정과 교수, 한전원장 선출은 학교운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요한 순간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 막판에 반대한들 아무런 호소력이 없다. 문제가 있으면 지금부터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의계의 의사가 조금이라도 더 반영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한전원 교육과정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일이다. 실질적 논의 없이 감성적인 기대나 요구에 매달리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연구와 토론만이 실무책임을 진 학교 측의 긴장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정체성 있는 한전원에 다가가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한의 각 단체와 구성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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