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한의협회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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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의협회장에게 바란다
  • 승인 2007.04.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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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선출됐다. 38대 회장이다. 이번에 당선된 회장도 11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지난 55년의 한의협 역사에서 회장의 평균임기 1.5년이 채 안된다는 사실에 비춰 11개월의 임기는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짧기만 한 것도 아니다. 맘만 먹으면 큰일을 해낼 수도 있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신임 회장도 밝혔듯이 한의계는 지금 중대한 국면에 들어섰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전임 회장과 집행부, 선배한의사들의 노력으로 한의학의 제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디뎌 제도적 외형은 그런대로 성장했지만 내재적 발전의 틀은 여전히 취약한 게 사실이어서 한번만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부적 상황요인에 따라 집행부가 전복되는 대형사고가 잇따른 것도 따지고 보면 한의계의 처지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개원한의사의 입장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회원의 궁핍한 처지는 취약한 제도적 상황과 별개의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접근은 꾸준히 해야 할 일이지만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1차 의료를 의료계의 주요한 담론으로 만드는 일이다. 담론의 주도는 정치나 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의제설정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선한의사의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의료계가 먼저 이 문제를 의제화하도록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정책은 의료의 상업화, 경쟁력 강화 방향으로 흘러 일선한의사가 희구하는 1차 의료의 강화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회장이 해야 할이 비단 먹고 사는 문제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다른 할 일도 분명히 많음을 잘 안다. 그러나 이번 집행부만큼은 스스로 약속한 대로 일선한의사가 기를 펴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획을 그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전 회장이 하던 대로 관성적으로 일처리를 할 경우 한의사의 팍팍한 삶은 개선되지 않음은 물론 한의협의 질적 발전도 요원할 것이다.

이제 한의협은 오랜 외적 질곡을 내재적 힘으로 극복해야 할 변곡점에 다다랐다. 외부의 변화에 울고 웃어서는 더 이상 돌파할 수 없다. 의협 회장의 정치권로비 의혹 사건에서 교훈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새 회장 당선자는 이것이 시대정신임을 자각하여 밑그림을 그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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