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논쟁 대비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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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논쟁 대비는 필요하다
  • 승인 2007.06.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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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신문사가 모 프랜차이즈 한의원 전 지점의 눈속임 판매 비리를 보도하면서 시중의 상당수 한의원들을 도매금으로 매도, 일선한의사의 공분을 샀다. 이 신문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약의 제조원가를 수치까지 언급해 한의계의 뇌관을 건드렸다. 일련의 보도를 종합하면 마치 한의사는 고가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용한 것처럼 환자를 속였고, 약가에서는 폭리를 취한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이 그런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1만 7천여 한의사 중에는 이런 저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어서 고가 약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용한 것처럼 꾸민 사례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이 다수 한의사의 일반적인 행태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세상의 인심이 아무리 야박하다 해도 한의사의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위상 등에 비추어 그런 몰상식한 행위를 할 한의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가 소속한 프랜차이즈 한의원 본사가 사건 발생 뒤 계약을 즉각 해지한 것은 그 사건 자체가 집단전체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하겠다. 다만 탕약값 중 제조원가가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서는 백안시 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한의계는 물론이고 의료계 대부분이 약가를 원가개념에 입각해 싸다, 비싸다 말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정서다. 제조원가를 측정하는 기준이 제각각이고, 의료인의 기술료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적정가격 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설령 원가의 측정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근거로 ‘폭리를 취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원가와 치료비, 약재비와 한약가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준의 모호가 한의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공공성이 있는 분야에서 원가의 공개를 요구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하물며 공공성을 대표하는 의료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투명과 공개의 대세는 의료법개정안에서 비급여비용을 고지하고 진료내용을 설명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데서도 잘 확인된다. 이는 의료인이 치료비의 구성내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소한 약재원가는 공개가 필요하다.
다른 의료인과 달리 한의사는 검사료보다 약 처방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사회적 요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앞으로 끊임없이 제기될 폭리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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