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음악도 토착화되면 우리음악"
상태바
"외국음악도 토착화되면 우리음악"
  • 승인 2003.03.17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서구식 악기, 노래 우리음악계로 바꿀 필요성 대두

김종수 교수, 한의학연구원 세마나서 주장

“세월이 흐르면 서양악기도 우리 음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전통음악 혹은 국악이라고 부르는 우리 음악이 사실은 순수하게 우리 음악이라기보다는 향악에다 서역음악, 당악, 아악이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1일 서울대 국악과 김종수 교수가 ‘전통음악과 한의학’이라는 주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 학연과정세미나에서 발표한 바에 따른 것으로, 통일신라시대의 향악은 토착적인 음악에다 그 이전에 들어온 서역음악이 세월이 가는 동안 토착음악에 동화되어, 통일신라시대에 새로이 들어오기 시작한 당악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이 되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민속악과 대조가 되는 개념으로 아정한 음악이라는 뜻의 雅樂은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宋에서 처음 들어와 문묘제례악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전통음악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실제 세종대에 창제된 定大業·保太平·發祥·鳳來儀는 향악의 요소에 당악의 요소를 받아들이고, 악기편성도 향악기·당악기·아악기를 혼합편성하여 연주하였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洋琴이라는 악기는 외래문화를 수용해서 자기화한 대표적인 악기로 종종 거론된다. 양금은 이란에서 처음 개발되어 서양으로 전래되고 마테오리치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진 뒤 영조 때 조선에 소개되었다. 이 악기는 1772년 土調로 처음 연주된 지 56년만인 순조 28년에 궁중 연향음악에 편성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거꾸로 같은 악기라 해도 누가 작곡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가령 전통악기를 썼더라도 양악전공자가 만든 곡과 국악전공자가 만든 곡에 차이가 있었으며, 신중현씨가 작곡한 ‘봄비’를 신중현, 김추자씨가 부를 때와 국악인 장사익씨가 부를 때 창법과 리듬이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 일각에서는 우리말과 우리음계의 주파수가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학교 풍금을 우리식의 음정에 맞추어 개량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김종수 교수는 이런 문화현상에 대해 “외국음악도 토착음악에 동화되면 향악이 된다”면서 “세월이 흐르면 서양악기도 우리 음악으로 동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얼마나 자기문화를 살찌우는가가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김종수 교수는 음률의 동양적 체계인 律呂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여 동양적 음률의 생성배경을 이해시켜 주었다.

김 교수는 어려서 피아노에 심취했다 대학시절 독문학을 전공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악연주를 보고 아악의 단아한 맛에 빠져 진로를 바꾸었으며, 어려서의 문화체험이 국악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