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의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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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의계 결산
  • 승인 2003.03.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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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한의계, 설설 기는 정책

정책분야

병역법의 개정과 약사출신 한약사의 소수배출 성공으로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작한 올해의 한의학정책은 1년 내내 새로운 정책을 내지 못한 채 당면과제에 매달리느라 헐떡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은 어느 정도 막는데 성공한 반면 올 하반기에 터진 한약학과생의 수업거부와 폐과신청은 한약사제도의 존폐문제와 직결돼 한의계가 적지 않게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다.

한의계는 의료일원화 내지 통합약사를 추구하는 양약사회에 대응하여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독립한의약법이나 한약관리법의 제정에 회세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의협이 한약사문제에 매달리는 사이 뉴라운드협상의 타결과 중국의 WTO 가입으로 중국유학생출신자의 국내유입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어 내년쯤 최대의 잇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의협조직의 한 축인 지부장들이 지부장협의회를 만들면서 한의협에 힘이 실릴지 분산될지도 관심거리다.

한의사전문의제시험을 둘러싼 한의계 단체들간, 회원간 이견이 적지 않았으나 표방금지를 주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상정을 전제로 시험시행에 합의를 보았다.

학회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한의협과 갈등이 빈번해진 점도 올해 특징적인 모습이었다.

막판에 국립대한의대 설립문제가 잘 될 듯하다 무산되어 1만 2000 한의사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차제에 맏형격인 한의협은 정책기획기능이 희미해져 현안수습에도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제11차 ICOM

‘의학혁명과 동양의학’을 주제로 10월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COEX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차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는 올 한의계 최대의 행사로서 한의협의 모든 일정이 여기에 맞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의계의 역량이 총동원되었다.

대회 규모만 해도 268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는가 하면 국외 250명, 국내 6750명이 참가하는 매머드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였다. 더욱이 개막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한의학과 IT산업의 접목을 기대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뜻을 밝혀 한국한의학의 전망을 밝게 해 주었다.

행사 중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주최하는 정부포럼이 개최되어 전통의학이 세계인의 건강과 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4개항의 권고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대회 준비위원회 측은 준비과정에서 국제동양의학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종 공연으로 한국을 홍보하였으며, 차질없는 행사 진행으로 국제규모의 행사를 개최, 노하우를 축적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런 반면 ISOM이사회에서 차기 개최지를 대만으로 결정함으로써 베트남에서 개최하려던 당초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2,3년 후 대만에서 개최될 12차 ICOM이 성공을 거둘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관계자들은 한국한의학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국제분야

2001년은 한의학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의 변동폭이 컸던 한해로 기록될 법하다.
무엇보다 중국이 12월11일자로 세계무역기구(WTO)의 143번째 회원국이 됨으로써 올해 타결된 뉴라운드의 협상당사국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한의학분야에서 중국이 원하면 한약재, 교육, 면허 등 한의학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게 됐다.

뉴라운드는 개방의무와 함께 한국한의학의 해외진출 가능성도 높여주었다. 그러나 ‘한의학의 세계화’로 대표되는 한의학의 해외진출은 준비미흡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정보의 부재, 국내법의 미비, 한의학분야에 대한 투자 외면 , 전문인력의 부족 등 산적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이런 어려움으로 한국한의학의 대외적 인지도와 공신력은 낮은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한국한의학은 고려수지침만도 못하다는 인식은 한국한의학의 국제적 수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하겠다.

그런 와중에서도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의 의료봉사는 한국한의학이 해외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

교육·연구 분야

올해는 11개 한의과대학이 단 한 차례의 수업거부사태 없이 조용하게 학업에만 전념하여 몇 년간 계속 학구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개원가에서는 임상강좌 열기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교과서적으로 적용하는 양의사와는 달리 한의사는 사람마다 다른 임상기법을 갖고 있어 수시로 배워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할 필요가 있어 임상강좌가 색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인기를 끈 강좌들이 한의학의 근본원리를 바탕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나타낸 것들이어서 예년과는 뚜렷하게 대비가 되고 있다.

연구분야는 대학과 학회의 연구논문, ICOM 발표 연구논문,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연구결과, BK21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질의 연구물이 나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한의학의 특성상 필수불가결한 기초연구는 정작 과제선정에서 제외되기 일쑤여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응용연구에 지원이 몰리긴 했어도 연구물이 곧바로 산업화로 이어지는 않았다. 한방벤처산업은 학계의 연구성과보다 자체 개발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산·학·연의 연계시스템이 이렇게 절실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개원가에서는 한의계내에서 교육·연구되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임상에 적용하는 풍토가 정착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검증되지 아니한 치료법을 사용하여 한의학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 한해였다.

한방벤처 분야

여전히 건강식품이 강세를 띠는 가운데, 올 한 해는 다양한 벤처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화장품 및 미용관련 분야에서 한방화장품 ‘해말근’(대한피부미용학회), 기능성 비누 ‘소미안’ (대한외치요법학회), 한방화장품 부용(부용)이 상품화됐고, IT분야에서 (주)크룩스의 한방진단용 토털 솔루션이 개발됐으며 한약재를 이용한 천연염료(원광대 전병훈 교수팀) 등도 산업화가 완료된 상태다.

지놈지도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생명공학분야는 차세대 유망한 산업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한방 바이오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한방의 경우 바이오벤처붐이 일고 있지만 식품쪽 개발이 많을 뿐 실질적인 생명공학하이테크 벤처는 미비한 실정이다”고 지적하면서도 “지금 한방바이오벤처는 태동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주)퓨리메드의 뇌활성화제품 ‘뇌력’ 개발과 (주)의과학연구소가 자사의 자양강장제 ‘천보204’를 의약품화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기존 한방 바이오벤처 관련자들은 공통적으로 자금난과 정부와 일반인들의 낮은 한의학 인지도 등을 문제로 꼽았으며 특히 “핵심기술의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그 외 마케팅과 경영 등 전문인과의 역할과는 명확히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보였다.

한편 인터넷과 관련한 닷컴분야에서도 한방건강샘 등 한방사이트가 개설붐을 이루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터넷 닷컴업체들이 급속도로 팽창했다가 수익모델개발에 실패해 도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방닷컴벤처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한방 IT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오프라인과의 연계를 통한 수익모델개발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다”는 지적이다. 이는 앞서 확대된 닷컴벤처의 거품이 빠지면서 옥석이 가려지는 상황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한방벤처의 효율적인 생장을 위해 궁극적으로 IT와 BT분야 결합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한방벤처에 대한 관심이 가열되고 있다.

한약재 분야

한약재 시장의 모습은 예년과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한해였다.

514종의 한약재를 규격화하고 69종은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토록 한다는 한약재관리규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모습은 과거와 같이 한약재를 임의로 포장하고 수치·법제까지 일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WTO에 정식으로 가입하면서 한약재 시장의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첫 번째 나타난 것은 수급조절품목의 축소이다. 이미 개방압력을 우려해서인지 조절능력을 상실해서인지 7월에 방풍 등 6개 한약재를 수급조절품목에서 제외했고, 내년 1월 1일부터 독할 두충 등 9개 품목을 제외한다고 입안 예고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제조업소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품목을 100개 이상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좋은 한약 공급 추진반’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내년도에는 한약재 관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낳고 있다. 추진반은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의협 한약도매협회 한약제조협회 등이 생산 제조 유통 등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관할한다는 계획이어서 기존의 독립된 조직체보다 우수한 관리를 해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만단체차원에서 ‘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가 발족해 활동을 시작한 것과 한의협 차원에서 한약재 모니터링을 실시해 한약재 품질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과 복지부의 한약재 관리 의지가 맞물릴 경우 한약재 유통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한해 동안 개별 한약재와 관련해 특이할 사항은 녹용에 관한 건이다. 지난해 ‘녹용중품’ ‘녹용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회분함량 25∼35%까지 녹용을 별도로 관리하려 했던 복지부가 손을 들고 다시 35%이하를 녹용으로 한다 바꾼 점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절편녹용 수입허용 요구에 28%이하를 등장시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진·이제민·오진아·양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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