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특파원 印尼한방의료봉사활동 참관기(2)
상태바
김승진 특파원 印尼한방의료봉사활동 참관기(2)
  • 승인 2003.03.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혈자리 비디오로 담는 印尼 침구의

한국의료진 1인당 2,3명 현지 한의학 실습
고혈압, 중풍, 당뇨, 비만 등 선인병 많아

인도네시아 봉사단은 김호순 KOMSTA 단장의 전송을 받으며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그날 오후 6시경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다.

풍부한 자원, 여유로운 국민성

후덥지근한 날씨는 내가 열대지방에 왔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왔다는 사실은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항 출구를 빠져나오면서 마주치는 공항경찰들은 우리나라와 확실히 달랐다. 시종 웃고 장난치는 경찰의 모습은 한국의 근엄한 경찰상과 엄청 달랐다. 아무튼 내가 기존에 관념적으로 생각한 이슬람국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배가 침몰하게 되어 생명의 위협을 느껴도 장난을 치는 게 인도네시아사람들이라는 농담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출발하기 전 단원들에게 나눠진 행동수칙이 여러 모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 열대사람들은 이렇게 낙천적이구나, 같은 이슬람이라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나의 느낌이 옳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질밥(이슬람교를 믿는 여성이 종교적 신앙의 증표로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쓴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의외로 밝고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어 우리나라의 60년대를 연상케 했다.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약사, 병원관계자, 보건부관계자 등 하나같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어 새삼 인도네시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섬으로만 이루어진 나라다. 나라이름도 섬과 관련되어 있다. 1945년 영국의 언어학자 J. Rogan이 명명했다는 ‘Indon esia’는 많은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의 말레이어계통의 인도네시아말인 Indo와 섬이 많다는 뜻의 Nesia가 결합된 신조어라고 한다.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의 끝말인 ‘네시아’도 다 같은 어원을 갖는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라는 말은 ‘여러 섬에 걸쳐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사는 나라’라고 해석하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1만3천670개의 섬과 3000여 종족, 그리고 250여종의 언어, 지역에 따라 2시간의 시차를 갖는 매우 다양한 나라이지만 표준어인 바하사인도네시아어는 이들 여러 섬과 종족, 언어를 아우르는 통일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언어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광범위한 자치를 허용함으로써 서로 부딪힘이 없이 공존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빤짜실라(건국의 5개 원칙)도 다양한 인도네시아의 통일에 기여하고 있다.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는 1945년 8월 18일 발효된 소위 ‘45년 헌법’ 전문에 이 빤짜실라를 삽입, 국가이념운동으로 펼쳐, 사회성 있는 조직이나 단체는 예외 없이 ‘빤짜실라’를 설립 이념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빤짜실라는 ①절대신에 대한 신앙 ②인도주의 ③인도네시아 통일 ④민주주의 ⑤사회정의를 말한다.

인도네시아는 이런 국가 이념에 따라 민주주의가 발달해 사회 전체적으로 권위주의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에도 업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호 인간적인 관계는 매우 평등하다. 대외개방도 일찍 이루어져 사람들의 의식 자체가 매우 개방적이다. 거리 곳곳에 있는 환전가게(money changer)는 개방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졌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볼 수 있다.

인니측 침구학공부에 열성

우리는 2개팀으로 나뉘어 A팀은 이남구 단장이 진료부장을 맡아 자카르타시 중부와 남부에 있는 찝또병원과 파뜨마와띠병원을, B팀은 김복해 부단장이 진료부장을 맡아 시 동부와 북부에 있는 뿌르사하바탄병원과 코자병원을 방문하여 진료준비를 하고 다음날부터 4일간 진료를 했다.

병원관계자들은 사전준비 당시 요청한 대로 베드와 칸막이, 책상, 의자 등을 잘 준비해 진료에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코자병원같은 경우는 진료실로 쓰는 큰 강당에 냉방장치까지 가동해 의료진을 감동케 했다.

각 병원에서도 적극 협조해 질서정연한 가운데 순서대로 진료해 큰 혼란없이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보건부, 의사협회, 병원장, 사무국장, 의사, 간호사, 약사, 종사원 등이 한마음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행정력이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인니측은 인니의사로 하여금 예진을 실시하고 우리 의료진 옆에도 인니의사들을 배치하여 참관토록 함으로써 이번 진료를 단순한 봉사를 받는다기보다는 오히려 자국에 이식된 침구기술을 좀더 보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역력히 나타냈다. 처음 우리 진료진은 약간 혼란스러웠으나 점차 인식을 바꿔나가면서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의료봉사에는 단순히 베푸는 의미도 있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달라진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보아 기존의 생각을 다듬어 나갔다.

진료를 참관한 인니의료진들은 6년제 양방의대를 나온 의사들로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찝또병원에서 3년간의 수련과정을 마치고 specialist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일종의 전문의라고 볼 수 있는 이들은 다른 전문의와 동등한 수준의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specialist가 되면 보수도 좋고 진료의 질도 높아져 침구전문의가 되려고 희망하는 의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참관의사중의 한 사람이 귀띔해 주었다.

참관의사 중의 한명은 진료장면 중 주요 침자리를 비디오로 촬영해 향후 자신들의 영상자료로 삼을 뜻을 나타냈다.

달게 먹는 식습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약간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인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사회라면 인도네시아는 천혜의 자원이 풍부해서 그런지 여유있는 삶을 추구하는 듯이 보여진다. 인구의 60%가 밀집된 자바섬을 빼고는 다른 섬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킬리만탄섬은 너무 습해 사람이 살지 않고 나무만 자란다. 1년에 6∼7m 자랄 정도다. 발리섬은 1년에 쌀만 3모작을 한다.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보니 문화가 발전하는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산업화되는 추세여서 국민의 10%는 웬만한 한국의 중산층보다 잘 사는 고소득층으로 분류돼 성인병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대체적으로 달게 먹는 습성을 갖고 있다. 우리 진료진들은 1천818명의 환자를 보면서 이런 질병양상에 주목하게 되었다. 주요 질환 가운데는 슬통, 요통, 견비통, 관절염 등 한국환자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성인병인 중풍, 고혈압, 비만, 당뇨병, 두통 등도 의외로 많았다. 높은 일교차와 냉방장치의 보급에 따른 비염도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열대사람들의 신체적 특징은 대체로 작고 가냘픈 것이 한국말로 ‘아담하다’고 표현하면 적절할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지만 결혼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펑퍼짐해지는 경향이 심화되는 것은 대체로 달게 먹는 식습관에 기인하지 않나 하는 추측을 낳았다.

(다음 호에 계속)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승진 특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