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특파원 印尼한방의료봉사활동 참관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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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특파원 印尼한방의료봉사활동 참관기(3)
  • 승인 2003.03.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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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정부, 동·서양의학 균형 중시 방침


한의학 제도화에 박차, 한의과대학 설립 추진


찝또병원과 침구의 역사

인도네시아에 동양의학이 언제 보급되었는지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중국인 이민자에 의해 전파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서기 1400년대에 이루어진 정화의 남해원정이래 화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에도 한의학이 전파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 본격적으로 한의학이 전파된 시기는 1960년대라고 할 수 있다. 봉사단의 진료가 끝난 바로 그날 보건부 주최 만찬에서 발리 고유의 춤인 바롱댄스를 추어 깊은 인상을 심어준 Srig andi(60·뿌르사바하탄병원 근무)라는 여의사는 인도네시아의 한의학 도입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녀에 따르면,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이 아팠을 때 중국인 침구사가 침만 가지고 신장결석을 제거한 적이 있어 이를 계기로 침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좋아져 1963년에 처음으로 찝또병원에 침구수련과정이 개설되었다는 것이다.

Shinta Sukandar(53)씨는 찝또병원 specialist는 10명이고 수련생은 22명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medical acupuncture 협회(PDAI) 키스워요 회장도 이 병원 교수직을 맡고 있다.


한의학 기능적 수준으로 이해

인도네시아 한의학의 역사는 이렇게 40년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면서도 침구의 깊이에 있어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많은 Specia list들 중에는 침구공부를 20년 이상 한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기능적인 침 치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혈명도 중국식 발음으로 알고는 있지만 왜 그 자리에 침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봉사에 참여했던 김성진(인천 김성진한의원) 원장은 이런 현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여 “혈자리는 아는데 경락은 모른다”고 표현했다. 한의학을 이론에 입각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매뉴얼식으로 어느 병에는 어느 혈자리 하는 식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식의 공부로는 아무리 오래 배워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을 가진다. 그는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양의사가 한의학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본다. 양의학체계에 한의학을 기능적으로 결합한 결과 그런 한계를 가져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이해의 한계는 진료가 끝난 다음날 찝또병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드러났다. 인니 침구전문의들의 관심사는 주로 사상의학과 진단문제, 기공 등에 집중되었다. 사상의학에 대해서는 태·소·음·양이 뭘 말하는지, 나의 체질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체질을 안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비록 웃음을 유발하기는 했지만 질문 중에는 교류의 방식과 관련된 문제도 들어 있어 앞으로 깊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가령 정기적 만남이 가능한지, 한국에서 현장 체험할 수 있는지, 인니사람들이 한의학을 계속 공부하게 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등이 그런 관심사들이었다.


제도화 의지 확고한 인니 정부

그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는 나름대로 한의학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통일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개별 의사들은 왜 침구를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양방과 한방을 같이 하면 환자진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인니의 전통의학인 Jamu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비싼 서양약에 비해 침은 경제적이다”, “기계도 사용하지 않고, 화학약도 사용하지 않으며, 부작용도 거의 없어 자연스러워서”, “비용이 적게 들어서” 등의 이유로 침을 선호하는 듯 했다. 그러나 비용과 관련해서 약간의 인식이 틀리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specialist인 프랜시스 크리스탄토(43)씨는 “비용은 상대적이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침이 약간 비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침술 기구를 쉽게 구입하지 못할뿐더러 가격도 그리 싼 편은 아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정부측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니 정부가 한의학을 제도권내로 끌어들이는 이유중의 하나가 저렴한 침구수가로 국민에게 의료혜택을 베풀고자 하는 데 근본목적이 있다. 이런 사실은 진료 마지막날 저녁에 열린 인니보건부 주최의 만찬에서 Ahmad Djojosugito 보건부차관보가 밝힌 답변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는 “동서의학의 균형을 맞추는 데 목적이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동양의학의 수요는 많은데 주로 의사 아닌 사람들이 하고, 그것도 소수가 함으로써 독점가격이 형성되는 등 통제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제도권내로 끌어들임으로써 서양의학과 균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의대 설립 문턱에까지 다다랐다. 조조수기또 차관보에 따르면 중부 자바 솔로대학이 거의 다 준비됐다고 밝혔다. 솔로는 한국의 경주와 같이 인니의 천년 古都로써 Jamu가 발달한 곳이다. 이 곳에 한의과대학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올 10월에 열릴 예정인 한·인니 세미나에서는 한의학 제도화를 위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싹트는 한·인니 관계 교류

지난해 10월 ICOM 기간 중에 체결되었던 한·인니 한의학 교류협정에 따라 한의학 학술세미나가 준비되고 예비단계로서 의료봉사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의료봉사가 순수한 봉사 차원을 넘어 양국간의 학술교류를 위한 가교역할을 한 셈이 됐다. 비록 봉사 그 자체로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인니측에서 한국한의학을 한 수 배우겠다는 의지와 정부의 한의학 제도화 의지가 맞물려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지만 모두 극복하고 양국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성공했다. 의료봉사가 환자를 직접 치료하여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학술·제도의 교류로 항구적인 한의학진료시스템을 갖추게 돕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의료봉사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지난 8월 3일부터 11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된 제35차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는 새로운 봉사모델을 창출, 의료중진국에서도 KOMSTA의 손길이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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