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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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창립 1주년 기념 특별기고(3)
  • 승인 2003.03.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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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가공이 품질저하 부른다
한약재 표준제조 지침서가 없다
도매상의 임의 규격포장도 문제

사진설명-부식된 한약재 세척기(上)와 농산물용 가공 건조기(下)

김 주 영(한의사·우리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 사무총장)


3. 의약품 제조인가? 농산물 가공인가?

우리가 ‘한약재’라고 부르는 것은 한약의 재료가 되는 원료의약품의 개념이다. 그리고 한의사들이 한방진료의 목적으로 쓰는 것은 ‘한약’이다.

만약 한의사들이 한약재를 쓴다고 하면 농산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가 되므로 스스로 의료인이 아님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은 모두 법적으로 볼 때 ‘한약’이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생산하여 농산물에 속하는 한약재가 어떻게 의약품인 한약으로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곳이 바로 ‘한약 제조업’ 허가를 가진 규격품 제조업소이다.

현재 한약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제조회사의 영세성이다. 양약을 제조하는 제약회사를 가보면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위생처리가 되어 있지만, 한약 제조업체를 가보면 농업용 건조기와 절단기 등이 전부이다.

식약청에서 제조업체를 관리하지만, 제품관리서 같은 서류만 검사할 뿐 시설이나 장비에 대한 점검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관청 자체가 한약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갖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농산물 가공공장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정도이니 각 품목에 대한 약효 중심의 가공도 기대할 수 없다. 그저 대량으로 빨리 가공해서 도매상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가공료를 받아서 공장을 운영하는 수준일 뿐이다.

그리고 한약 규격품에 대한 표준 제조지침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당귀는 언제 채취하여, 어떻게 가공하고, 몇 도에서 건조를 시키고, 세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공을 마친 한약의 수분 함량은 어떻게 되는지가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의원에서 한약 규격품을 구입했을 때 어떤 것은 말라있고, 어떤 것은 눅눅한 것이 있을 것이다. 각 제조업체는 식약청 고시에 따라 검사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분측정기로 함량을 검사하는데 꼬박 2일(48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 동안 한약의 수분함량은 날씨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객관적인 수분함량조차 맞출 수 없는 것이 제조업체의 현황인 것이다.

또한 한약재는 자연상태에 가깝게 건조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자연건조를 할 수는 없고, 그 대신 대량 건조가 가능한 건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제조업체들은 건조기의 개폐기를 막아놓고 50도 이상의 온도에서 건조를 시킨다. 개폐기를 열면 내부 습기가 빠져나가지만 열 손실이 많아서 그만큼 기름 소모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폐기를 닫아 놓으면 한약재는 마치 달걀이 삶기듯 익어버린 상태에서 건조가 되는데, 이는 곧바로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즉 제품에 대한 표준공정서가 없으므로 업체가 마음대로 온도와 개폐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한약의 품질은 자연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동일한 숙지황의 한 근 가격이 2천 500원부터 2만 7천원까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표준공정서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날치기로 가공해서 가격을 싸게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약도매상에서 검사 없이 임의로 규격포장을 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는 점이다. 똑같은 밭에서 생산된 한약재가 제조업체로 들어가면 가공비용이 비싸지지만, 도매상에서 구입해서 임의포장을 하게 되면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즉 동일한 한약재라도 제조업체를 통해서 약효 중심으로 가공을 하고 검사까지 하게 되면 한 근 당 1천 500원 이상씩 도매상 임의포장 규격품과 차이가 나게 된다.

외형적으로 볼 때에는 별 차이가 없는 한약 규격품을 최소 1천 500원 이상 더 비싸게 구입해야하는 한의사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조에 대한 원가부담은 농산물 가공일 때보다 30% 이상 비싸진다. 왜냐하면 농산물 가공공장은 농림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농업용 전기와 면세유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한약 규격품 제조공장으로 허가가 나면 곧 바로 공장용 전기와 일반 기름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약도매상들은 농산물 가공공장에서 가공을 한 한약재를 구입해서 임의로 규격포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원인 때문에 고품질 한약재를 만들어야 하는 제조업체는 제구실을 못하고 있고, 시중에는 도매상에서 임의로 포장을 한 규격품만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감초를 비롯한 수입 한약재 69종은 반드시 제조업체에서 포장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이것 때문에 수입산 한약재가 도매상에서 국산으로 둔갑되어 포장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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