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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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10)
  • 승인 2008.10.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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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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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암침법과 五輸穴(1) ■

井滎輸經合으로 이어지는 오수혈의 구조는 원래 經氣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일단 井穴이 물의 발원지[源泉]로 이미지화되어 經氣의 시발처로서 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사지의 말단에서 체간이나 두면부를 향해 井滎輸經合의 배치 순서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出, 溜, 注, 行, 入하게 된다는 말로 표현되었습니다.
강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를수록 강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지듯이 당연히 經氣도 체간부로 향할수록 그런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원초적으로 오수혈의 체계는 사지에서 체간부로 이어지는 經氣의 깊이나 작용을 표현한데서 비롯된 것일 뿐 오행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굳이 오수혈이 아닌 육수혈이나 그 이상의 체계도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설사 오수혈이라는 체계가 오행론적 사고가 개입된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오행적 속성이나 상생·상극론을 반영한다고 규정짓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內經』에서 오수혈의 속성은 오행으로 분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일 경맥 내에 배속된 오수혈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經氣를 조정하는 통로이므로 해당 경맥의 병후(특히 是動病)에 동일한 주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오수혈은 병정, 병위 등에 따라 운용상의 선택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므로 병증의 양태에 따라 그 淺深을 구분하여 오수혈을 임의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오수혈의 활용은 주로 循經 취혈시 거점혈의 측면에서 병위가 얕은 경우 井滎穴 위주로, 병증이 진행되어 장부에 이르거나 병위가 깊은 경우는 輸·經·合穴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일부 수혈 주치상 부각되는 특정 병증에 대한 특이성이 운용시 참고 대상이 되고 축적된 임상적 경험상이 오수혈에 반영이 된 것이죠.

오수혈에 오행의 속성을 배치한 건 『難經』에서 비롯됩니다.
『難經·63難』에서 오수혈이 井穴에서부터 시원[出]하는 것이 井穴이 東方春과 甲木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井者, 東方春也, 萬物始生.”] 하였습니다.
즉 春은 木氣로서 始生之氣인데 사방 중에 동방이 始方이며 諸海之源은 泉(井)이므로 陰經의 井穴이 일차적으로 木에 배속되고서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의 상생 원리가 나머지 滎·輸·經·合穴에 적용됩니다.

한편 동방의 상대방은 서방의 金이므로 陽經에서는 井穴을 金으로 삼고 金生水,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하는 상생 원리가 나머지 滎·輸·經·合穴에 적용됩니다. 그 결과 井滎輸經合의 전개와 오행의 상생 원리가 陰經에서는 木火土金水로, 陽經에서는 金水木火土로 부합됩니다.

한편 오수혈의 오행배치에 관한 더욱 정교한 논리는 『難經·64難』에 근거하는데 陽經과 陰經에서 오수혈의 오행 배치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剛柔之事’의 내용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즉 陽經이 剛이 되고 陰經은 柔가 되는데 이러한 구조에서는 陽經의 속성이 陰經의 속성을 相剋하도록 오수혈이 배치됩니다. 陰經의 오수혈에 五陰干(乙丁己辛癸)을, 陽經의 오수혈에 五陽干(甲丙戊庚壬)을 배속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陰經의 井穴은 乙木, 陽經의 井穴은 庚金
* 陰經의 滎穴은 丁火, 陽經의 滎穴은 壬水
* 陰經의 輸穴은 己土, 陽經의 輸穴은 甲木
* 陰經의 經穴은 辛金, 陽經의 經穴은 丙火
* 陰經의 合穴은 癸水, 陽經의 合穴은 戊土

결과적으로 陽經과 陰經의 오수혈이 각각 金-木, 水-火, 木-土, 火-金, 土-水로 배치되어 剛한 陽經이 柔한 陰經을 제어하는 구조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배치는 사지와 체간에서 陰經과 陽經이 기본적으로 상호 대대적인 표리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해당 경맥이 배치되는 經筋이 표리간에 상호 길항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그리고 오수혈의 十干 배속을 통해 陰經과 陽經의 오수혈간에 乙庚(合化金), 丁壬(合化木), 甲己(合化土), 丙辛(合化火), 戊癸(合化水)로 이어지는 부부오행이 이루어지는 결과 陰經과 陽經의 오수혈의 오행배속 차이는 그 합리성이 더욱 뒷받침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難經·66難』에서 “井主心下滿, 滎主身熱, 兪主體重節痛, 經主喘咳寒熱, 合主逆氣而泄”이라 한 오수혈 각각의 주치혈성도 보통 오수혈과 五臟의 오행적 속성을 통해 설명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식의 배치와 설명은 결과론적인 논리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음양오행의 원리주의적 입장에서 보자면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수혈에서의 오행의 배치가 임상상을 반영하는 것인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지의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음양오행론에 대한 회의적 관점을 지닌 입장에서는 경락을 운용함에 중요한 것은 음양 분화 이전의 태극으로서의 氣를 조절해주는 것일 뿐 음양과 오행, 육기 등의 사변적 요소가 침구학에 개입할 여지는 궁극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難經』에 기반하고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에 입각하여 침을 운용하는 사암침법이나 동일 계열의 침법에 대해서 항상 비판적 시선이 존재하였습니다.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음양오행론이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질서를 실재적으로(또는 그에 가깝게) 반영하는 것인지 관념적으로 설정한 질서 체계를 언어적으로 표현한 유희에 머무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측면까지 파고 들어가야 할 문제로서 결론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사암침법이 기본적으로 『難經』에 기반한 오수혈의 오행 체계를 수용하고 특히 정격과 승격을 구성하면서 오행의 상생상극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암침법과 오행론과의 관련성은 깊을 수밖에 없으며 많은 경우에 오수혈의 속성을 오행론적으로 해석하여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송·수혈론의 관점이나 병위론적 측면에 입각하여 사암침법을 해석하고 다양한 병증 모델에 대처하는 사암침법의 변용방들을 보자면 사암침법에서 오행론이 실제 도식적으로 운용되지는 않았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격주연재>

김관우(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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