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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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승인 2003.03.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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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같은 신화를 실타레 풀 듯...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제도권 교육을 따라가다가는 불행해지리라는 예감’때문에 중퇴한 이후, 200여권의 책을 저술하고 번역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이윤기 씨의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다.

그는 ‘종교학이라는 큰 저수지 곁에 가면 크고 희한한, 인간의 본질과도 같은 고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이며 종교란 또 무엇이며, 인간의 원형은 무엇인가 하는 화두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9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도 신화에 대한 바람이 불고있다. 레비스트로스, 엘리아데, 조지프 캠벨 등의 쟁쟁한 석학들에 대한 담론들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전문적이고 난해한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어떤 경우에는 책 읽는 것이 오히려 신화의 미로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터에 재구성하고 단순화한 번역이 아니라 한국적으로 소화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석 달 동안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물론 서양의 유명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직접 촬영한 풍부한 화보로 구성된 이 책은 기존의 단순한 나열식 번역이 아닌 저자의 재창작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처럼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타를 본능적으로 구별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미지의 他者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래서 인간의 지적수준이 일정하게 발전하게 된다면 自然界에 존재하는 인간이 세계를 미지의 타자로 남아있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에 대한 인간 나름대로의 이해와 해석이 필요하며 이러한 해석의 결정판이 神話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동물계에서 벗어난, 문화적·사회적·인간적 행위의 시작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구성하는 것이며, 특히 동물이나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인간들의 모습으로 세계를 재구성하는 것은 비록 이야기의 주체가 초인적인 神의 모습으로 구성된다고 할지라도 미지의 세계를 人間化하는 과정이며, 세계를 미지의 타자에서 인간사회의 知人으로 품어 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인간이 문명을 시작하면서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본능과 욕망과 인식의 실타래들이 숨어있을 수 있다.

“신화는 진실만을 말한다”고 하는 그는 이미 나온 세 권짜리 ‘뮈토스’를 시발로 장차 신화에 관해 50권을 쓸 거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있어 신화를 이해하는 핵심어는 상상력이다.

“미궁은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듯이 신화 역시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뜻에서 신화는 미궁과 같다. 어떻게 신화라는 미궁 속에 발을 들여놓고 빠져 나올 것인가. 그러나 방법은 있다. 그것은 아리아드네의 실타레다. 상상력이다.”

권태식(서울 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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