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국인의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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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국인의 낯
  • 승인 2003.03.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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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서 역사와 문화를 읽는다

조용진 著 / 사계절출판사 刊

우리는 찰나의 순간에 다른 사람을 알아본다. 몇십에서 몇백분의 일초안에 수십명의 사람중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을 정확하게 찾아 낼 수 있으며, 처음 보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물 데이터와 비교하여 쉽게 바뀌지 않는 첫인상을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은 인물을 인식하는 놀라운 속도뿐만이 눈, 코, 입 등의 모양과 형태를 감별하는데 있어서 불과 몇 미리의 오차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

이것은 인간의 역사에서 집단의 구성원들을 구별해내는 것이 생존에 중요한 변수였음을 의미한다. 아기는 태어난지 10분이내에 처음 보는 사람 얼굴의 윤곽선을 따라가고, 이틀쯤 지난후부터는 엄마의 얼굴을 전혀 본적이 없는 사람의 얼굴과 구별해낸다. 이때는 둥근 것, 네모난 것 등의 시각의 기본요소는 구별할 수 없지만 자신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엄마의 얼굴은 타인과 구별한다. 그리고 벌써 아기때부터 이쁜것과 이쁘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 시작하는데, 이쁜 부모의 얼굴일수록 아기는 더 오랫동안 응시를 한다. 부모 역시 이쁜 아기일수록 더 오랫동안 돌보고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느낀다. 얼굴에 대한 인식은 본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 대한 이러한 본능적인 인식에서 문화적 변용을 겪게 되는데 특히 한국인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의과대학에서 7년동안 인체해부학을 연구한 저자는 한국인의 몸을 구성하는 여러 유전적인 특질과 관련된 탐색을 20년 이상 몰두해왔으며 이러한 연구의 집대성이 이책이다.

저자는 “한국 태생 백인 혼혈아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세대별로 의견을 들어본 일이 있다. 한국의 50~60대들은 ‘미국놈이구먼!’하면서 혼혈아로 보지 않는 얼굴을, 40대들은 ‘동양계가 섞였네!’하면서 혼혈아는 혼혈아인데 서양인으로 보는 것이었다. 여기에 비해서 20대, 30대 초반의 사람들은 ‘이국적으로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말은, 한국인이기는 한국인인데 좀 낯설게 생겼다는 말이다. 이 얼굴을 초등학생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야! 멋지게 생겼다!’라며 전혀 낯선 인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었다”고 소개한다.

문화와 세대에 따라 어떻게 얼굴 인식이 변화하는 가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일 것이다.

오랜 연구의 결과를 쉽고 풍부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한국인의 얼굴에서 한국인의 기원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얼굴이나 형상에 관심있는 이들의 일독을 권할만하다.

권태식(서울 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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