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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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
  • 승인 2003.03.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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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의 연대기적 개괄서
주요 철학자들의 생애와 이론 한눈에

브라이언 매기 著 / 시공사 刊

얼마 전 대입수능시험이 있었습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바로 다음 날 조간 신문에 실린 각 영역별 문제들을 풀어보았습니다. 우습지도 않는 짓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고 있는데, 큰 아이가 이제 중1인지라 벌써부터 대입을 걱정할 계제는 전혀 아닌 만큼 순전한 심심풀이라고 봐야 할겁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자신의 언어영역(영어와 중국어만)과 수리탐구영역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또 강의실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얼마나 우수한지 등등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좁은 책상 위에 요령껏 신문지를 펼쳐놓고 일일이 정답 확인하며 채점하는 제 모습을 보면 모두들 “뚜시꿍” 했겠지만, 혹 아리스토텔레스가 옆에 있었다면 “알고자 하는 것,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다”며 변명해 주었으리라 위안을 삼았습니다.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이렇게 알고자 하는 것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스산한 초겨울의 묘미를 잘 느낄 수 있는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맛도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여 친구들끼리의 모임에 적당한 곳은 어디일까?” 등입니다. 또 한의사로서는 “이 환자의 병증에는 어떤 처방이 가장 적합할까?” “지난번의 施鍼으로는 왜 효과가 나지 않았던 것일까?” “서양의학자들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은 무엇일까?” 등등을 알고 싶습니다.

얼마 전 읽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는 이렇듯 인간의 본성에 바탕한 학문,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 여겨지는 철학(아쉽게도 이른바 서양철학)에 대한 연대기적 개괄서입니다. 지은이 브라이언 매기(Bryan Magee)는 글머리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본적인 것에 대한 물음이 철학이라고 정의하면서, 유명한 서양 철학자들을 책의 제목처럼 사진과 그림을 곁들이며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책을 읽노라면 걸출한 철학자들의 사상, 특히 우리들이 기계론적 인간관이라 비난하는 서양의학의 토대를 제공한 데카르트, 베이컨, 갈릴레이 등의 사고체계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고 말한 쇼펜하우어에 이르러서는 그가 동양의 사상(특히 불교)을 접하고서는 무척 놀라워했다는 부분에서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당연하겠지만 박이부정(博而不精)하게 읽어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존재와 본질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고민했던 분이라면 이 책을 일독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동양철학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한의학을 더욱 깊이있게 연구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삼기에는 충분했으니까요.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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