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섭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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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섭展
  • 승인 2003.03.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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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종이에 울리는 생명의 기운

그림설명-Day Dream 2098

한국의 전통적인 질감이 배어든 닥종이를 소재로 작업을 해 온 중견작가 함섭(61) 초대전이 3월 6~15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린다.

작가는 쉰이 넘은 나이에 미술계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 온 보기 드문 작가다.

대기만성을 기다려 주지 않는 이 스피디한 사회에서, 대학에 적을 두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운 미술계에서, 그는 오로지 끈기와 성실, 자기고집 하나로 버텨 성공한 작가다.

그것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다른 때도 아닌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1998년) 에서는 전 출품작이 매진되기도 했고 홍콩과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한국 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은은하고 우아한 빛과 정서를 해외에 전파하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80년대 초부터 수제 한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표출하는데 몰두해 왔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의 오랜 연작 ‘한낮의 꿈’시리즈가 중심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지속해 온 이 시리즈는 오랜 한국의 황토를 연상시키는 바탕빛을 배경으로 닥종이를 물에 적신 뒤 그것을 찢거나 두드리고 짓이겨서 다시 화면 위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탄생된 것들이다.

자연적인 닥종이의 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치자 등 식물에서 채취한 안료를 사용해 부드럽고 절제된 색조를 만들어 낸다.

또한 여러겹으로 겹쳐진 한지를 단단한 솔을 이용해 힘차게 두드려 특유의 부조 효과와 재질감을 이끌어 낸다.

찢어 붙여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선과 면은 잃어버린 고향과 대지의 풍요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전통적인 오방색을 중심으로 일구어내는 다양한 색채의 울림 또한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가운데 넉넉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서양의 전통적인 기법으로는 아무리 시도해도 이 세상 어떤 다른 예술가와도 차별되지 않는 유사한 페인팅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절망감이 밀려들었다”며 “살아 숨쉬는 닥나무 종이 한지야 말로 한국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에게는 명백한 선택이 되었다”고 말한다.

김 영 권(백록화랑대표, 백록당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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