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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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 승인 2003.03.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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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감수성 그대로

최근 외화에 관객을 뺏겨오던 한국영화 몇 편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한 처녀감독의 데뷔작을 살리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지난 해 영화인들의 호평과 기대 속에 개봉됐던 ‘고양이를 부탁해’가 흥행부진으로 상영관에서 밀려날 즈음 일부 관객을 중심으로 ‘고양이 살리기’운동이 전개됐다. 상영관은 불과 몇 안되지만 결국 관객들의 힘으로 영화가 재상영 되는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조폭’, ‘코미디’ 위주의 영화제작 판도에서 어렵게 감독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조금씩 발표됐다. 그 중에서도 ‘고양이를 부탁해’가 받는 애정은 각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영화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5명의 여자아이가 세상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불안, 기대, 좌절, 희망 등의 감성을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그린 성장영화다.

매체에서 주로 만들어왔던 20대여성은 아름다운 육체와 가벼운 이미지였다. 반면 ‘고양이를 … ’는 그들의 현실과 감성을 조심스럽게 있는 그대로 스케치했다.

20대 여성의 감수성을 다큐멘터리적으로 살린 동시에 그 시기의 여성이 갖는 아기자기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훌륭하게 재구성했다. 이런 부분이 작가주의 예술영화의 색채를 진하게 내뿜고 있다.

중산층 평범한 가정의 태희는 언제나 지루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엉뚱한 성격의 소유자. 인천의 궁색스런 생활이 구차해 서울로 입성한 혜주는 폼나는 커리어우먼을 동경한다.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자란 지영은 텍스트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지만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로 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할 판이다. 화교인 비류와 온조는 길거리에서 손수 만든 악세사리를 파는 쾌활한 쌍둥이.

이 다섯은 함께 인천에서 여상을 졸업한 친구다. 지영은 혜주에게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선물하지만 거절당한다. 얼마 후 태희가 서로에게 소원해졌다며 밤샘모임에 친구들을 소집한다. 그날 밤 지영의 낡은 집이 무너져 조부모가 죽고 갈 곳이 없어진 지영은 입을 다물고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지영의 고양이는 태희에게 맡겨지고 태희는 다시 고양이를 비류와 온조에게 맡긴 채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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