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물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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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밑에서
  • 승인 2003.03.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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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젖어드는 죽음의 이미지

감독-나카다 히데오 / 주연-구로키 히로미, 칸노 리오, 미즈카와 아사미

검은 머리를 앞으로 쓸어내린 소복차림의 여자가 모니터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장면으로 유명한 ‘링’. 이 색다른 공포를 체험케 한 감독 나카다 히데오의 새로운 공포영화.

‘링’이 주는 공포의 색다름이란, 괴물이 불쑥 튀어나와 흉기로 사람을 난도질하는 식으로 놀래키는 ‘13일의 금요일’ 버전과 다른 공포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 가운데 미묘한 흔들림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다가 막바지 클라이막스에 갑자기 폭발하는 식이다. 그 공포의 근원이 일상생활에 상존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그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피가 낭자한 살인장면 없이 서서히 긴장으로 몰아가는 것도 감독의 특기.

‘검은 물밑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에는 변함이 없다. 초입부는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생활이 나열되고,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암시가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두려움의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공포의 정점에 치닫는다. 또한 이 균열은 아름다운 성역으로 인식되는 모녀관계의 비틀림에서 빚어진 파국이기에, 충격을 더한다.

마츠바라 요시미(구로키 히로미)는 남편과 딸 이쿠코의 양육권을 놓고 법정소송 중이다. 여기서 이기기 위해서 좋은 직장과,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요시미는 낡았지만 쓸만해 보이는 아파트에 입주 하게 된다.

하지만 천장에서는 검은 물 자국이 번져가고 , 비어있는 위층에서는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주인 모를 빨간 가방은 멀리 내다버려보지만 이내 주위로 되돌아온다.

한 때 정신 상담을 받았던 요시미의 불안은 계속되고, 그 가방을 멘 소녀의 환영까지 나타나 요시미를 괴롭힌다. 그러던 중 딸의 유치원을 방문한 요시미는 빨간가방의 주인이 2년전 실종된 가와이 미츠코이며, 윗집에 살았던 아이였음을 알게 된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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