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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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그물
  • 승인 2003.03.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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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상호의존적 그물망”

프리초프 카프라 著 / 범양사 刊

‘생명의 그물’이라는 책 이름만 보면 생태학에 관련된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근대의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되어 왔던 물리학과 화학의 역사와 한계를 새로운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해 이해하려고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뉴튼이 창시한 고전물리학이 근대사회의 과학과 사회 일반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컸다. 하지만 그의 물리학 법칙들은 ‘닫힌 세계’안에서만 활용될 수 있는 것이지 무수히 얽혀있는 열린 세계에서 활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생물학 역시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물리학의 발견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 점에서 뉴튼 물리학이 가진 한계를 그대로 답습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의 저자 카프라는 이전의 저작들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뉴튼의 물리학적 사고방식을 깨뜨리고 상대성과 불확실성을 강조한 현대 물리학을 불교·힌두교·도교 등 동양 철학에 접목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는 ‘시스템적 사고’라고 불리는 서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생명과학의 패턴을 통해 생명과 생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과 모든 생명체는 촘촘히 짜인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서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최근의 서양 과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증명하기 위한 과학적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카프라는 이 책에서 ‘생물시스템은 곧 인지시스템이며, 과정으로 살아있음은 곧 인지 과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바렐라 등 산티아고 학파의 인식론, 일리야 프리고진의 ‘혼돈 속의 질서’, 즉 카오스 이론 등 새로운 생명과학의 시도들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카프라는 “20세기 과학의 가장 큰 충격은 모든 복잡계에서 전체의 움직임을 그 부분들의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적 패러다임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부분의 합은 전체를 넘어서는 무엇이며,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프라에 따르면, 양자론에서 “우리는 어떤 물질도 찾을 수 없다” 또 “소립자들은 물질이 아니라 물질들 사이의 상호관계이며, 이 상호관계는 다시 다른 물질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관계이다”. 요컨대 세계는 뉴턴식의 기계적 인과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패턴으로서의 확률에 의거해 변화한다는 것이다.

강 현 호(부산 솔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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