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국칼럼] 괴질(怪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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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칼럼] 괴질(怪疾)
  • 승인 2003.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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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이번호부터 ‘박찬국 칼럼’을 마련합니다. 필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시사성 있는 주제에 대해 한의학적 관점에서 시론을 펼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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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괴질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난다. 20세기 초에 세상의 모든 병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하였던 서양의학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괴질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괴질이라 하면 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 병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를 모르겠다는 뜻이다. 예전에도 괴질이 많았다. 周末 秦初에 천연두가 처음 생겼을 때도 괴질이었고 仲景先生의 傷寒雜病論이 나올 때 傷寒病도 괴질이었다.

許浚 선생의 痘瘡集要의 서문에 보면 당시 왕자가 두창에 걸려 생명이 위급한데도 왕가에서조차 이 병을 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시 우리나라 전래 풍습이 두창을 치료하면 아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許浚先生이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만류를 무릅쓰고 이병을 치료하여 마침내 왕가의 신임을 얻고 東醫寶鑑을 편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의 괴질이 서양의학적으로 본다면 괴질이겠지만 한의학적으로 본다면 괴질이 아니다. 증상이 고열이 나면서 두통·인후통 등을 수반하는 독감증세로 시작하여 폐렴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이 병이 호흡기에 발병하고 그 계절이 봄인 것을 보면 溫熱 계통의 병중 風瘟에 속하는 병으로 보인다. 또한 병세가 급한 것으로 보아 陽이 극성한 병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溫病學 책을 참고 한다면 그 치법과 처방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은 이렇게 병을 분석하고 그 치법도 제시할 수 있는데 왜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아직도 “한의원에서 정말 감기를 치료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협회는 물론 대학병원이나 학계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임해야 우리의 앞날이 밝아질 것이다.

------- 필자 약력 -------
▲경희대 한의대 졸 ▲경희대 한의대 교수(1986~ 2001) ▲대한한의학회장, 만당한방병원장 역임 ▲현 함소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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