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귀는 자기 부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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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귀는 자기 부정에 불과하다
  • 승인 2009.09.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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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귀는 자기 부정에 불과하다

대한한약사회가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약사일원화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결과는 11일 오후에 나온다고 하니, 그 결과가 나오는 순간부터 한약사들은 투표결과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들어갈 듯싶다. 이제 한약사 수도 적지 않고 양방 약사들의 묵시적인 지원이 예상되는 만큼 한의계 전체에 평지풍파가 일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벌써부터 예견됐다. 원외탕전실 설치 시행규정은 한약사들의 생존권과 위상이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즉 조제권을 박탈 당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두 손 놓고 당하고만 있겠는가. 양방의 의약분업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제권을 놓지 않으려 분투한 약사들 행동을 보았다. 적어도 여기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었다면 원외탕전실 연착륙은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원외탕전실 설치는 시대적 요청이다. 한의학이 발전하고 세계의 의학으로 발돋움하려면 다양한 한의약의 제형이 나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약제 품목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고 대량생산은 꿈도 꾸기 어렵다. 소량 다품종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복용의 편의성 문제로 국제 경쟁력은 상상조차 힘든다.

정책 당국은 이런 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뻔히 반발이 예상되는데 굳이 원외탕전실 설치에 앞서 정지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하지 않은 점은 납득이 안 간다. 경솔함의 극치다. 한방산업을 일으켜 세우려는 방향을 탓하는 게 아니다. 일의 순서가 틀렸다는 얘기다. 먼저 의약분업이 자리 잡도록 했어야 옳다. 한의협의 무된 신경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 당국이 헛발질을 할라치면 적극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게 한의협의 역할 아닌가. 이번 한약사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한의협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한약사들도 그렇다. 아무리 상황이 절박하더라도 약사와 일원화를 원한다니, 어디 그게 할 소리인가. 한약사 제도는 선배 한의사와 한의대 학생들의 희생으로 일궈낸 산물이다. 역사를 부정하면서까지 개인의 이익을 내세운다면 한의계는 물론 국민에게도 호응을 얻어낼 수 없다. 이제라도 원외탕전실 설치를 수용하면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할 방안을 찾아 정책 당국과 논의해야 한다. 역사 지우기가 유행이라지만 과거 회귀는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다.

090914-사설-한약사-한약투쟁-원외탕전.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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