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는 역시 따듯했네
상태바
한의계는 역시 따듯했네
  • 승인 2009.09.18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족

민족

webmaster@http://


한의계는 역시 따뜻했네

한의계에 훈훈한 얘기가 나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운영하던 한의원에 화재사고가 일어나 졸지에 재산을 날린 한의사를 위해 동료, 선후배 한의사들이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서 작은 정성을 모으고 있다. 얘기만 들어도 가슴 속이 온기로 가득 차고 따스한 햇살 속을 마냥 즐겁게 산책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개원가 한의사들은 요즘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의원 경영사정이 안 좋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여파로 개원가에도 투자바람이 불어 의료에 몰두하기보다 신 경영기법 투자 유치 등에 더 정신을 쏟아야 하는 실정이니 마음도 각박해 질 수밖에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인정을 베풀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동료 선후배도 이제 경쟁자로 바라보는 시각마저 생겼다. 서로 등을 도닥이며 경험을 공유하고 경영비법을 전수하던 시절은 이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세태를 탓할 사람도 이제는 없다. 그런 와중에 동료 한의사를 도우려는 자발적 성금이 모이고 있다니 듣는 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성금은 2~3만원이 주류를 이룬다고 하니 그야말로 나눔의 정수가 아닐 수 없다. 작은 시내가 흘러 강을 이루고 그 강이 바다가 되듯이 작은 나눔은 금자탑을 이루게 마련이다. 동료 한의사들은 성금 모으기에 그치지 않고 화재로 인한 민사소송에 시달리는 한의사를 위해 변호사까지 수소문해 소개했다고 한다. 동시에 여기저기 취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니 한의계는 아직 살아있고 따듯하다는 생각에 젖는다.

타인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여기는 건 인문학을 뼈 속 깊숙이 새긴 한의사 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정감이 넘치고 설령 비위에 맞지 않더라도 인간적으로 일을 풀어나가던 한의계 전통은 아직 살아있는 듯싶다. 화재사고로 곤경에 빠진 당사자도 하루 속히 평상심을 되찾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어떤 말을 해도 위안은커녕 성가시게 들리고 절망만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하늘이 노래질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정성들을 생각해 보시라. 그들은 당신을 주목하며 힘내라고 외치고 있을 것이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 어떤 난관도 어떤 아픔도 다 삭일 수 있으리라.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한의계도 이번 일을 계기로 나눔의 기쁨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전기를 맞이하기 바란다.

090921-사설-한의사-모금-나눔-인문학.tx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