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정보] 子와 仁에 대하여 <전창선>
상태바
[본초정보] 子와 仁에 대하여 <전창선>
  • 승인 2003.04.08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仁’은‘子’의 껍질 벗긴 알맹이

은행의 열매는 白果라는 약재입니다. 백과는 구린내가 몹시 나는 은행열매의 果肉을 걷어내고 다시 딱딱한 속껍질을 깬 다음, 그 속에 들어 있는 푸른색의 알맹이만 뽑아서 약으로 씁니다.

다람쥐가 도토리의 딱딱한 껍질을 까서 노랗고 맛있는 속만 파먹듯이 알맹이만 약으로 쓰는 것입니다. 식물의 약용부위 중 씨앗이나 열매에 관련되는 藥名에는 仁과 子가 많습니다.

인과 자에는 분명히 구별이 있을 것이나 우리들은 인과 자의 구별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열매의 속 알맹이만 까서 쓰는 백과는 仁일까요, 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과는 仁입니다.

‘仁‘과 ‘子’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선, 子부터 말하자면 子는 가을에 결실된 말 그대로의 씨앗입니다. 秋收된 이 씨앗은 온전하게 殼皮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는 봄날을 기다리며 잠자고 있는 생명이 숨어 있습니다. 씨앗 속에 생명이 숨어있다는 것은 때가 되면 반드시 殼皮를 깨고 생명의 싹이 돋아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子는 아직 가을 金氣만을 받은 상태로 침묵 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침묵은 경우에 따라 몇 백년을 계속하기도 합니다. 적절한 환경이 되기 전까지는 발아하지 않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은 상태가 이어집니다.

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처럼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수한 약재 나복자를 감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래에 솜을 깔고 물을 부어 발아실험을 해보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正北의 子方을 지나도 子이고, 대지가 눈뜨기 시작하는 丑方에 이르러도 子라고 보아야합니다.

즉, 子라고 하는 것은 어떤 식물의 씨앗이 알맹이뿐만이 아니고 껍질까지 구비하고, 봄이 되면 싹이 돋을 수 있도록 그 속에 생명력을 숨기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子를 이렇게 이해하면, 仁의 개념은 쉽습니다. 仁이란 子의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뜻글자인 한문에서 仁은 人과 寅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人과 寅은 仁의 의미를 더욱 밝혀 줍니다.

먼저 人民이라는 말을 살펴보면, 人과 民의 합성어로서, ‘人’은 중국 동부지역의 人方族 즉 東夷族을 지칭하는 말로 仁을 중시하는 君子나 관리 등을 뜻하고, ‘民’은 중국 서부지역의 백성들, 주로 하층민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또 ‘仁者 人心也’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을 몸과 맘을 가진 太極으로 보았을 때 몸은 껍질(씨앗의 殼)이 되고 마음은 알맹이(씨앗의 仁)라 할 수 있습니다.

즉 仁이란 동방(혹은 동북쪽으로 夷族이 살던 人方, 艮方, 寅方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정신의 고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仁義禮智 四德중에 仁이 봄과 東方에 배속되는 이유입니다.

하늘은 子에서, 땅은 丑에서 열리고(天開於子 地闢於丑), 사람은 寅에서 生한다(人生於寅)고 했습니다.

西方 金氣로 수렴된 씨앗이 子와 丑을 지나며 北方 水氣의 강력한 응축을 받게 되면, 寅方에 이르러 마침내 씨앗의 殼이 터지며 생명의 싹이 돋게 됩니다.

씨앗 내부의 陽氣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던 껍질이 이제 그 역할을 다 끝내고 空殼으로 떨어져 나가는 시간이 된 것입니다. 殼皮가 필요 없는 이곳이 바로 寅이며 仁입니다. 仁이 씨앗의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를 뜻하는 배경입니다.

나복자, 백개자, 구기자, 복분자, 사상자, 차전자, 가자 등등 모든 子들은 씨앗의 껍질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심었을 때 싹이 돋을 수 있는 생명력이 있어야 좋은 약재가 됩니다.

또 백자인, 행인, 사인, 도인, 익지인, 과루인 등등 모든 仁들은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만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가 主食으로 하는 쌀은 稻仁이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만 먹는 것입니다. 껍질과 알맹이가 1:1의 陰陽으로 맞물려있는 太極인 씨앗(子)과 껍질을 제거한 알맹이(仁)는 理致로 볼 때, 그 藥性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砂仁이나 益智仁, 瓜蔞仁 등을 껍질 채로 갈아서 쓰는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창선(서울 약산한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