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무엇을 위한 의료 일원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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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의료 일원화인가
  • 승인 2009.10.0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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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무엇을 위한 의료 일원화인가

의료 일원화 얘기가 국회의원 입에서 흘러나왔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방병원에 근무 중인 한의사 41.3%가 의료 일원화를 찬성했다”며 “의료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의료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런 주장이 얼마나 치밀한 실태 분석과 한의계 여론을 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은 걸어다니는 입법기관이다. 대정부 질문에서 쏟아낸 주장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정책 당국이 의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딴청 부리다간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는지 몰라서다. 대신 의원은 발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헌데 의사 직역의 통합문제를 설문조사 하나에 의존해 거침없이 쏟아냈으니 경솔하기 짝이 없다.

설문조사 결과는 허점투성이다. 우선 응답자 연령대와 한의사 경력 등 여러 요소에 대해 입체적 분석을 담아냈는지 의구심이 든다. 막연히 “한의계 내부가 변화하고 있다”는 발언은 또한 무엇인가. 한의계 인사들은 사적 모임에서 곧잘 의료 일원화를 거론한다. 이는 급변하는 의료계 상황을 맞아 대안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이지 ‘일원화 찬성’ ‘일원화 반대’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논쟁이 아니다. 의료 일원화를 주제로 공식 토론회가 마련된 적이 없는 점을 봐서라도 이런 정황은 유추가 가능하다.

물론 일원화에 적극적인 한의계 인사도 없지 않다. 마찬가지로 일원화를 마뜩찮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구한말 위정척사를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인 강경론자나 결국 외세에 이용만 당한 개화파 같은 철부지는 소수에 불과하다. 한의계 내부 정서는 아직 한의학 정체성을 유지하며 현대의학과 공존할 방안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안 의원의 주장은 이런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와 같다. 특히 국민에게는 한의계가 일원화를 둘러싸고 심각한 분란에 빠졌다는 오해를 안겨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 의원은 시각이 편향됐다는 불만을 살 수도 있다. 그렇잖아도 대한의사협회의 고발 남발과 한의계는 속앓이가 심하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안 의원의 주장은 한의계로선 비수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안 의원이 병원급 협진에서 발생할 문제점부터 먼저 꼼꼼히 따져본 뒤 한의학 전통을 튼실하게 다져줄 제도적 장치를 제안하면서 현대의학과 접목의 필요성을 거론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혜안이 참으로 아쉽다.

091008-사설-의료일원화-안홍준-현대의학.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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