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정보] 일본 한방의학의 현주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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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정보] 일본 한방의학의 현주소①
  • 승인 2003.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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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경희대 한의대)

시작하면서

우리가 일본을 이야기할 때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현실적인 사실법'이 존중되기 보다는 '국민적 정서법'이 먼저 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것을 교묘히 이용하여 '일본은 있다'라는 것보다는 '일본은 없다'라고 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우리 또한 이런 류의 책을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 읽고나면 시원한 감정과 함께 뭔가 '찝찝한 마음'이 한구석에 남아 있는, 그런 묘한 기분이 나게 하는 나라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일본은 우리의 한의사나 중국의 중의사와 같이 고유한 전통의학자가 '법률적'으로는 없다. 여기서 '법률적'이라고 강조한 면을 주목해 주길 바란다. 즉, 나라가 정한 법률적인 면에서의 의사제도에서는 전통의학자가 없지만, 그러나 학문적인 기반 내지 임상 나아가 국제적인 지위면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전체 의사수 약 22만 명중에 동양의학회원의 수가 약 1만명으로 나와있는데, 이 1만명의 수가 우리들의 한의사 수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동양의학을 한다는 면에서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사적인 전통성을 가진 중국과 연구면에서 국제적으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과의 사이에서 우리들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하는 시대적인 사명감이 새삼스럽게 프레셔가 가해져 온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883년에 일본 국회에서는 한방의사의 배타성이 인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사 국가고시 과목에서조차 한방의학이 배제되는 법률적인 강탈행위가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법률적인 면에서의 일본 한방의학의 지위이다. 덧붙이면 그 당시 실권을 쥔 개화파들은 국가적으로 전통을 탈피하고, 서구화의 바람으로 몰고 가게 되는데, 즉 한방의학뿐만 아니라 식생활에서도 육류를 안 먹던 국민들에게 고기를 먹게 하고(우리가 잘 아는 돈까스도 이 때 일본화된 음식중의 하나이다), 우유공장을 지어 서구인처럼 강대한 신체을 단련하게 하였다. 의학에 있어서는 독일의학을 기반으로 하여 대학을 만들었으며, 의약학자들이 독일에 유학하여 그동안 세계 제일이었던 독일의 세균학과 천연약물학을 배워 지금도 국제적으로 이 분야에서 톱을 차지하는 계기가 된다.

오늘날 우리들은 일본한방에서 이와 같은 점에서 흥미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서양의학자가 바라보는 한방의학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우리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동서양의 의료 2원화에서 서로의 틀 속에서만 진료를 하지만, 환자들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한 환자가 오전에는 한의원에, 오후에는 양방의원에 다니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들 한·양방 의료인들은 환자들에게 한·양방 시각의 차이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하고, 또한 이해를 시켜야 한다. 전통적인 면에서의 소박한 자연관에 입각한 우리들의 시각에 서양의학과의 적절한 조화가 오늘날의 한의학이 아니겠는가 하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일본 한방을 바라다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로서 '서양의학자의 한방진료학' '한방처방의 동서의학적 해석방법론' '동서의학진료 가이드북'을 강호제현들에게 선을 보이기도 하였다.

다소 처음 시작하는 말치고는 장황하였지만, 이와 같은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필자의 의도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면이 허락하는 한 그동안 일본한방에 대해 보고, 들은 바를 내 나름대로 소화한 다음, 단순히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를 다시 해석하여 독자들께 전하고자 한다.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용어의 문제를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는 한의학, 중국은 중의학, 일본은 한방의학이라는 정의를 확실하게 한 다음 시작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고대중국의학에 바탕한 의학이 현재는 각국의 역사성과 전통성에 따라 달리 발전되고 있으며, 각 나라들은 이에 호응하여 달리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학계에서 연구 보고서 작성에 중국의 현황을 보고하면서 '중국에서의 한의학 현황'이라고 하는데, 이는 말이 안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의학이 없고, 중의학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가 되지 않고서는 정확한 비교논리가 되지 않는다. 용어 한 마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 일본 한방 보험제제에 관하여

첫 주제를 한방보험제제로 다루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57종의 한방보험엑기스제제가 있지만, 이에 대한 약효 혹은 효능, 사용상의 주의에서 안전성문제, 사용분량 등의 정보가 하나도 없는 문제, 더 나아가 앞으로 이대로 두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를 거론하고 싶기 때문이다.

엑기스제제의 약효를 단지 전탕제의 약효와 같으리라는 전제에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엄밀한 정도가 아니라, 대충 생각만 하더라도 약물을 그대로 달인 것과 엑기스제제와는 공정과정 혹은 부형제 혼합에서 보듯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약물로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한없이 길어지므로, 실례를 하나 들고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일본 한방 엑기스는 주로 1포가 2∼3g인데, 여기에 들어가 있는 부형제의 양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략 열량에서 100cal가 되므로 당뇨병 환자는 이를 고려해야 되며, 또한 부형제는 유당이 대부분이므로 우유 등에 약한 소화기환자들에게는 충분히 소화불량 혹은 설사우려가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됨을 인지시키고 있다.

필자가 문외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주의 문건을 본적이 없다. 왜 우리들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보험정책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와 같은 기본적인 일에 등한히 할까. 물론 이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당국의 책임이 일차적이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일선의 우리들도 책임이 없다고만 할 수 없다. 일선 한의원에서의 한방 보험제제의 경제적 이익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이에 관해서는 신경을 안 쓴다고 하는 얘기는 안들은 것으로 하자. 귀족의학으로서의 존재가치보다 서민의학으로서 거듭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들은 전탕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반해, 엑기스 품질개발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편리성이나 보관성의 문제 등을 살펴볼 때 엑기스 품질에 좀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차제에 용어문제 중의 하나로 '엑기스'라는 말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원래는 영어의 'extract'를 일본어화 하면서 일본 특유의 간소화 때문에 'ex'만을 발음한 것이 '엑기스'이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본어의 남용이나, 벌써 우리들에게 무의식중에 굳어진 용어라는 느낌을 가진다. 표준말로서는 '추출물 제제'라고 하여, 본인도 이 용어를 몇 년 전에는 사용하였으나, 오히려 일반 국민들에게 익숙해진 용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여 여기서는 그냥 엑기스 제제라고 하겠다. 이런 사소한 용어에 있어서도 학계의 합의점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한방보험 엑기스 제제가 국가적 시책의 일환으로 사용된 지 10여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 앞으로 이대로 57종류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 제약회사에서의 품질관리에 대한 피드백은 믿을 만한가 ▲ 실제 임상에서의 문제점은 없는가 등등의 문제에 관해 한번 돌이켜보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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