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동물원(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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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1998)
  • 승인 2003.04.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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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거로 시작된 사랑

감독․이정향 / 주연․심은하, 이성재

꽃구경을 위한 행렬이 줄을 잇는 계절이다. 얼었던 날씨가 풀리면서 마음에도 온기가 스미는 이때, 꽃 놀이가 여의치 않다면 따뜻한 로맨스영화로 긴장을 녹여보는 건 어떨까.

벽촌의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도시의 철부지 어린 소년이 말 못하는 외할머니와 따뜻하게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집으로(2001)’. 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의 흥행으로 주가를 올렸던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를 통해 ‘미술관…’의 성공이 실력이었음을 확인시켰다.

여성감독의 감수성이라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그 곁에 흐르는 섬세한 감성이 두 영화의 공통분모다. ‘할머니&손자’, ‘여자&남자’ 대상은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를 솜씨만큼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한 때 최고의 여우였다가, 자신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요청에도 연예계 복귀를 마다하고 있는 심은하가 궁금하다면,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달래보시길 바란다.

결혼식비디오촬영기사 춘희는 아무렇게나 묶은 파마머리에 옷도 대충 걸쳐 입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 이런 춘희(심은하)는 식장에서 마주치는 국회의원 보좌관 인공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관심있는 사람에게 말 한번 제대로 못붙일정도로 사랑에는 소심한 그녀. 그런 춘희의 집에 느닷없이 말년휴가를 나온 철수(이성재)가 침입해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춘희가 살고 있는 집의 전주인 다혜는 철수는 옛애인이었고, 철수는 다혜가 변심해 다른 곳으로 이사간 사실을 모른 채 춘희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철수는 춘희의 집에서 다혜의 마음을 되돌리겠다고 버티고 춘희는 할 수 없이 철수를 집에 둘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냉장고를 벌컥 열어 물병을 통째로 입에 물고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괴상한 소리를 지르는 선머슴 같은 춘희와 깔끔하지만 가끔 이기적이기까지 한 철수는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서로 안고 있는 사랑의 아픔을 달래간다. 마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술관과 그 옆에 서 있는 동물원처럼.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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