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실] 정우열 교수의 “한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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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실] 정우열 교수의 “한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 승인 2003.04.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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創方 내지 選方 능력 기르는 교육을

이 글은 지난 7일 꽃마을한방병원 세미나실에서 제3의학회가 마련한 ‘한의학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연속주제 중 정우열(65) 전 원광대 교수가 첫 번째로 발표한 것을 요약한 것이다.
한의학자로서 평생을 한의학 교육에 헌신해온 정 교수의 생각이 한의계 일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마침 본지에서 연재하는 한의학교육 기획시리즈와 연관성이 있어 게재한다. (편집자 주)

● 한의학 교육의 어제

동양의약대학의 교육목적은 한의학의 지도적 인물을 양성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공헌하는데 두었는데 교과과정은 기초과목과 임상과목으로 나누어졌다.

1960년부터 1963년까지 개설되었던 교과목을 보면 기초과목에는 한방생리·한방병리·한의학원론·본초학·양방생리·약용식물학·한방진단학·양방진단학·해부학·미생물학·생화학·예방의학·전염병학·의사학·법의학 등이 있었다.

전공과목으로는 내과학A(상한), B(잡병), C, 부인과·소아과·침구과·상한론 등이 있었다. 그후 내과학은 심계내과·간계내과·비계내과·폐계내과·신계내과 등으로 나누어졌다.

1948년부터 1965년까지는 동양의약대학시절로 그중 1948년에서 1959년까지가 초창기에 속한다. 이때 교육은 일정한 교재가 없이 원전(내경, 상한론, 난경)을 가지고 그 속에서 담당과목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강의하던 시기이다.

기초학 교재(생리학·병리학)가 집필된 시기는 1960년대 이후로 杜山 한세정의 한방병리학과 玄谷 윤길영의 동의생리학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 시기를 한의학 기초교육의 맹아기라고 볼 수 있다.

● 한의학 교육의 오늘

여기서 오늘이라 함은 1980년 이후 중의학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시기를 말한다. 중의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여과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맹아기에 일었던 자주의학의 정신이 계승되지 못한 감이 있다.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한의학 교육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재가 있어야 하며 또한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교재의 내용이 충실하려면 꾸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교재는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검증된 결과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꾸려질 때 질이 높다.

초창기에는 논리적 객관성은 떨어지더라도 임상 위주의 실용적 강의에 비중을 두어 실제 임상에 나가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교수가 임상적 경험 없이 강의를 하기 때문에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두번째로는 한의학의 정체성 문제를 들 수 있다. 한의학은 내경의학에 바탕을 두고 몸을 육체·질병보다 문화적·역사적 몸으로 보고 마음과 함께 생각했다. 치료란 역시 투쟁의 논리가 아닌 조화로서의 공생논리, 원의 논리, 융합의 논리다. 이에 반해 중의학은 내경의학을 바탕으로 변증법의 모순논리·직선논리·선의 논리 중심의 투쟁논리다.

圓은 선을 공유하지만 線은 원을 공유할 수 없다. 선은 학습에 의해 인식할 수 있지만, 원은 학습에 의해 인식될 수 없고, 다만 체험에 의해서만 체득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한의학 교육은 覺보다 學을 위주로 한 교육에 치중해 있다.

셋째, 교재나 학술논문에서 학술용어는 통일성이 없이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넷째, 교육의 균형이 깨져 있다. 과거에는 실험보다 이론 강의가 중시됐다면 지금은 반대로 이론보다 실험이 중시되고 있다.

다섯째, 실험방법에 문제가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한의학 실험은 약물과 용어만 한의학적이지 내용은 모두 서양의학적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적 실험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실험을 위한 모델의 개발이나 임상치험례를 논문화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 요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한의대의 특성상 학교재정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시장경제논리를 앞세우는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기초학문이 발전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 한의학의 미래

서양의학이 갓 들어올 당시에는 東道西器사상에 바탕을 둔 酌古參新의 ‘보수적 개량주의’를 취해 동서의학의 상호보완이라는 상보적 태도로 나갔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에는 국민의료법이 제정됨에 따라 한의학 교육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의학 교육은 서양의학에 밀려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하였으며, 몇몇 선배 학자들이 한국한의학의 정체성을 수립하려 노력했지만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중의학의 유입으로 또다시 정체성이 흔들려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체의학 수준의 의료기술을 받아들여 한의학의 정통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건의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교재를 기초이론과 임상으로 나누고 기초이론에서는 한의학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임상에서는 적어도 기초이론에서 터득한 한의학 원리를 이용하여 어느 질병을 대하더라도 처방할 수 있는 능력(創方)을 기르고, 적어도 처방을 찾아내는 능력(選方)을 갖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년마다 교재 개정 작업을 하고, 학술용어를 제정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전문성 있는 교수에 의한 분할 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이 과목당 교수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대학간 교환강의제도를 도입하거나 방학마다 워크샵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대학원 논문도 실험논문과 이론(종설논문)으로 이원화하여 기초학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원에서부터 지도를 하여 그 분야의 논문을 쓰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커리큘럼과 학습목표도 교수위주에서 학생위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3년 내지 5년마다 교과과정 및 교과과목을 조정하되 교수의 성향과 기호에 맞는 과목만을 넣을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한의학 교육에 필요한 과목들로 편성해야 할 것이다.

결국 21세기 바람직한 한의학은 상위개념인 융합의학을 목표로 하면서 하위개념인 다종의학을 조화시켜 새로운 의학(제3의학)을 만드는 데 있다.

이때 醫道·醫學·의술이라는 3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그중 醫道가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교육돼야 한다.

정리 =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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