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정보] 일본 한방의학의 현주소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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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정보] 일본 한방의학의 현주소 ⑦
  • 승인 2003.04.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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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의학 힘입어 일부 한약처방 위상 격상


2. 한방처방의 약효에 대한 재평가 계획 및 임상시험 결과

1) 머리말

요즈음 의학계가 가지고 있는 주된 테마 중에 하나가 소위 <증거의학> 혹은 <근거의학>(EBM : Evidence Based Medicine) 이다. 이것은 특히 전통의학 같은 보완대체의학면에서 중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요컨데 의학의 범주 내에서 어떤 근거하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모든 학회에서 증례보고를 중시하는 것도 바로 이 증거의 방법론 때문이다.

단순히 이론적인 설명으로 어떤 한 파트의 의학을 설명한다는 것은 이제 어렵게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본란을 담당하는 기자가 될 수 있으면 정책면이나 법률적인 면을 다루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지만, 일본 한방의학을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이 증거의학에 대하여 소개를 해야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또 다시 재미없는 테마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전통의학이라 하더라도 항상 이 시대에 발 맞추는 의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웃 동네에서는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일본의 국가적인 의료정책사업의 일환으로 다용되고 있는 한방처방들이 과연 어디에 효능이 있는지에 관하여 시행한, 아직 시행하고 있는 임상평가작업에 관한 것이다.

예를들면 大羌活湯이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면 보편 타당한 임상시험방법으로 검토한 것이다. 흔히 이런 경우에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辨證施治에 관한 것은 별도로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생존하여 온 처방들은 각 개인에 맞춘 의학이라 하더라도 의약품으로서 자격을 갖추려면 무작위추출 임상방법을 통하여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검토된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산하의 보건기술치료연구사업을 비롯하여 기타 연구 지원사업에서도 한방분야에서는 뭔가 특이한 것을 발견 또는 생산하라는 주문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임상에서 잘 사용되고 있는 기존 처방들은 무시되고, 임상과 乖離된 어떤 한약물이 어디에 좋다는 식의 발표를 하여 임상가를 당황하게 만든다. 물론 이와같은 연구를 통하여 새롭게 알아낸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는 지금까지 보편타당하게 사용되고 있는 처방들에 관하여 임상 또는 기초연구를 통하여 검증을 거친 다음 새로운 약물의 효능으로 접근하여야 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지금도 양방에서는 정말 한약이 효과가 있는가, 있다면 어디에 근거하는가, 임상보고가 있는가, 최근의 독성학적인 면에서 안전한가 등등의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동의보감 몇 쪽에 있다는 설명만으로 과연 이 2002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통용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 각박해지는 의료경쟁사회에서 미래가 보장되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우리 한의계가 연구라면 기초 실험연구만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임상연구를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미 일본에서 이루어진 임상연구의 구체적인 방법론과 그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평가 결과 요약

우선 방법론은 뒤로하고 결과만을 요약하겠다. 일본 후생성이 1991년 2월에 발표한 「의약용 한방 엑기스제제 8처방의 임상 재평가」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포함된 처방은

1) 만성간염에 있어서 간기능 장애에 대한 小柴胡湯의 효능
2) 통년성 알레르기에 대한 小靑龍湯의 효능
3) 변비증에 대한 大黃甘草湯의 효능
4) 상부소화관 기능이상에 대한 六君子湯의 효능
5) 간경화증에 동반한 근육경련에 대한 芍藥甘草湯의 효능
6) 과민성 장증후군에 대한 桂枝加芍藥湯의 효능
7) 고혈압증의 수반증상·출혈에 대한 黃連解毒湯의 효능
8) 아토피성 피부염·구갈증에 대한 白虎加人蔘湯의 효능 등 8처방이다.

현재 결과가 공표된 것은 小柴胡湯의 간기능 개선 작용, 小靑龍湯의 알레르기에 대한 유효, 大黃甘草湯의 변비에 대한 유효, 六君子湯의 상복부증상에 대한 유효, 芍藥甘草湯의 근육경련에 대한 유효, 桂枝加芍藥湯의 설사형 복통에 대한 유효 등 6가지 처방에 대한 결과는 이미 발표되어 한방처방의 유효성이 입증되었다. 2002년 5월 현재 黃連解毒湯과 白虎加人蔘湯의 2처방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해석 중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결과를 접하다 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로 무신경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그런데 이 결과들이 그렇게 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이 1년여에 걸쳐 만든 플라세보약을 대조약으로 하고, 이중맹검 비교임상시험 등을 이용하여 양약과 같은 방법으로 유효성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통하여 한약 처방이 양약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흔히 접하는 만성 간염, 소화기 질환, 변비, 알레르기질환 등에 대하여 한약이 양약과 같은 수준으로 대접받는다면 우리 한의학도 위상이 더 한층 상승될 것이 아닌가. 즉, 한약의 효능을 양약과 같은 수준으로 임상시험을 하였을 때, 유의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문헌에 근거한 의학이 아닌 최신 임상연구 방법론에 근거한 증거의학으로서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덧붙이면 일본 한방을 얘기할 때 小柴胡湯이 늘 화제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배경에는 유명한 연구가 뒷받침 되어 있다.

즉 오사카 시립대학 내과학교실의 오카 히로꼬 교수들은 1985년부터 5년간에 걸쳐 만성간염 환자에게 小柴胡湯을 투여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을 비교한 결과, 小柴胡湯을 투여한 그룹에서 간암 발생율을 저하시켰다는 보고를 하였다. 그 뒤 이 연구 결과는 1995년에 암연구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잡지중의 하나인 <캔서>지에 실리게 됐다.

이 잡지가 보통 잡지인가? 대학교수들이 이 잡지에 한 편 실리면 평생 그냥 놀고 먹어도 괜찮다는 잡지 아닌가. 그리고 나서 小柴胡湯은 불티나게 처방이 되었으며, 논문제목에 TJ-9이라는 쯔무라제약회사의 小柴胡湯고유번호가 붙자 이 엑기스제품을 생산한 쯔무라라는 제약회사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우리는 왜 이와같은 연구를 통한 한방 붐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인가. 나를 포함한 모든 한의계 인사들이 한번은 반성하고 지나가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국가의 연구비를 어디에 투자하여야 되는 지도 다시 한번 재고하여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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