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정보] 일본동양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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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정보] 일본동양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①
  • 승인 2003.04.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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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의학·통일교과서·용어통일 등 3대 목표사업 추진


1. 일본의 동양의학 관련 3대 학회에 대해

일본동양의학 학술대회에 관해 말하기 전에 우선 일본의 동양의학에 관한 전반적인 학술대회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년 동안 일본 전체에서 열리는 동양의학에 관한 학회만해도 100군데를 넘지만, 크게 보면 다음의 3대 학술대회가 주도를 하고 있다.

첫째가 우리들이 흔히 잘 아는 일본동양의학 학술대회이다. 일본동양의학회는 회원이 약 1만명 내외인데, 이 중에서 의사의 수가 약 7천명 되며, 이외 침구사·약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동양의학에 관한 관심이나 연구에 관여하는 사람이면 입회신청이 가능하다. 이 학회는 매년 12월 15일쯤 논문을 마감하고, 이듬 해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 금·토·일요일의 3일간 연례 학술대회를 연다. 평균 3천5백명의 회원이 참가한다. 매년 학회장소와 일시는 1년 전인 전년도 학회에서 정해진다. 내년 일본 동양의학 학술대회는 큐슈의 북쪽 중심지인 후쿠오카에서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도록 되어 있다.

둘째는 全일본침구학술대회이다. 본 학회는 약 8만명의 일본 침구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이것도 일본동양의학회와 비슷하게 매년 12월 5일 논문을 마감하고, 그 이듬해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에 금∼일요일 3일간 열린다. 물론 이 학회에도 침구학에 관해 관심이나 연구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입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올해는 도쿄 근처의 신도시인 쯔꾸바에서 6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진행방식에서는 일본동양의학회와 거의 같으나, 침구분야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동양의학회에서도 침구분야를 비중있게 다루나, 한 파트로 하고 있다. 내년 2003년 전일본침구학회는 시코쿠(四國)의 카가와(香川)에서 6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도록 되어 있다.

세번째는 화한의학학술대회이다. 이 학회에 대해서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위의 두 학회이상으로 굉장히 중요한 학회이다. 즉, 이 학회는 한약물을 이용한 기초·실험연구가 위주이며, 따라서 대학의 실험실에서나 연구팀들은 반드시 참가한다. 연례 학술대회는 항상 8월 말경에 열리는데, 날짜로 보면 휴가철 내지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데도 전국에서 수천명이 모인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소름이 끼친다. 이런 것들이 일본을 이끌고 가는 동양의학의 인프라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이상의 3개 학술대회가 각각 임상, 침구, 기초분야로 나누어져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이들의 전국 규모 학술대회를 통하여 1년 농사를 점검하고 있다. 이와같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에 서양의학과의 치열한 전투에서도 살아남고 있다.

이상에서 우리들이 일본의 학회에서 참고할 만한 것은 개원가들이 들을 만한 임상 중심학회, 기초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는 학회 등 다양하게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도 이를 본받아 분과학회별 학술대회를 크게 임상과 기초분야별로 나누어서 진행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면 개원의들도 딱딱한 기초연구에서 벗어나 실제임상분야에 참가할 수 있고, 임상분야라 하더라도 기초·실험연구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분야에 같이 할 수 있다. 원전교실같은 데서도 임상분야에 와서 발표할 것이 많다. 補中益氣湯의 경우를 예를 들면 임상의 한 파트에서는 증례보고를 하고, 원전교실에서는 문헌적 고찰 내지 사적 고찰을 발표하면 나름대로 원전교실의 임상분야 참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원전교실에서 처방에 대한 재미있는 문헌고찰을 하여 유익함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우리들도 원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기초에서는 임상의 참모습을, 임상에서는 기초연구의 제모습을 봄으로써 서로의 안목을 키워갈 수 있다.


2. 일본동양의학회의 금년도 3대 목표사업

이 부분은 원래의 참관기에는 들어가지 않으나 이웃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소개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여 잠깐 언급할까 한다. 올해 일본 동양의학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3대 목표를 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한방의학에 있어서 근거의학(증거의학)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벌써 일본동양의학회 소속 근거의학위원회가 발족하여 5월 17일자로 1차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의학 특히 임상분야에서는 이 근거의학(증거의학, Evidence-based Medicine)이 가장 핵심적인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일본의 동양의학회는 벌써 그 1차 보고서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근거의학이 무엇이냐에서부터 시작해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한이 없음으로, 다음 기회에 일본에서 작성한 동양의학에 관한 전문을 소개하여 이에 대신하고자 한다.

둘째는 통일된 교과서의 편찬작업이다. 이 작업을 촉발시킨 계기는 작년도 후생성과 문부성의 권고안으로서, 올해부터 전국 의과대학에서는 한방과목을 가르치도록 교과과정을 개정한 것이다. 일본한방의학의 최근 100년 역사 가운데 올해부터 모든 의과대학에서 한방과목을 가르치도록 한 것은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일본은 서양의학의 한계를 동양의학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특히 65세 이상의 인구가 17%에 이르는 고령화사회를 맞이하면서 한방의학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즉, 고령자들은 단일 질환이기보다는 여러 질병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다장기 질환자라는 점, 생리기능의 약화로 인한 약물의 부작용이 잘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많은 수의 양약보다 단일 한약물이 의료경제면에서 절감을 가져온다는 등의 장점으로 국가에서는 고령자에게 한방의학으로 뭔가 해결하려는 정책인 것 같다. 그들은 벌써 10년전부터 후생성에서 장수의학연구반을 조직하여 매년 수억원의 연구비를 한방의학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들의 인구분포도 일본처럼 고령화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에서 참고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육적인 면에서 한방교육의 통일화를 위해 통일 교과서를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벌써 이 위원회의 조직이 마련되어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셋째는 용어의 통일화이다. 이 또한 통일된 교과서 작업과 맞물려 있는 일로서 쉽지 않으나, 교육·연구를 위하여 필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들도 이미 11개 한의대에서 각 과목별로 통일된 교과서를 거의 사용하나, 과목간 용어가 통일이 안되어, 학생들이 수업 중의 혼란은 물론이고 국가고사에서조차 항의하는 일이 있게 되는데,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이 작업의 중대성을 알 것이다. 특히 일본한방의학에서는 용어문제로 인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무엇이냐하면 일본의학회에 동양의학회의 가입이 그것이다. 똑같이 의과대학을 나왔고, 동일한 수준의 학회를 하고 학회지를 내고 있지만, 동양의학회의 의학회 가입은 처음 신청한 지 30년간의 기다림과 그동안 수차례의 퇴짜를 당하면서 의학회 산하 학회에 거의 100번째 가까운 순번으로 90년초에 가까스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때 거절당한 이유 중에 하나가 동양의학을 하는 사람들하고는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학자들마다 용어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같은 동창생들끼리 같은 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양의학을 한다는 이 하나의 이유로 거절하는 것이 일본사회의 한 현상이었다. 1992년도 연말에 일본 동양의학회가 일본 의학회 산하의 한 학회로 가입이 이루어지자 동양의학계에서는 큰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드디어 동양의학회도 의학의 한 파트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관계잡지에서는 대서특필하게 된다. 이 이후에는 동양의학에 대한 대접도 달라져, 일반 의학학회에서도 한 파트의 한방세션을 넣기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내과학회에서조차 한방분야의 연구를 발표하게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어떻든 우리들도 늘 서양의학과 나란히 하려면 국가시책에서, 연구에서, 교육에서 용어의 정의에 대한 확립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일본에서 이 사업이 완성되면 중국의 중의학처럼 일본도 통일된 교재를 가지게 되는데,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한의학을 대표한다는 사상의학만 하더라도 각 개인마다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의견이 다르면 비방까지 하는데 이렇게해서야 어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중국의 학자들도 실제 임상에서는 제각각 다르더라도 초청강의를 들어보면 생리, 병리, 병태의 설명은 거의 한가지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들은 각 개인의 이해방법과 고전적인 문헌에 대하여 너무 집착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계속>

조기호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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