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정보] 일본동양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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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정보] 일본동양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와서 ④
  • 승인 2003.04.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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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적 위주의 교수 선발


4. 일본동양의학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전회에 이어)

는 일본학회에서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한의사 권익옹호 내지 민족의학 수호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폐쇄적인 방법으로 학문을 이끌고 가는지 모른다. 공개적으로 너도 알고, 나도 들으면서 서로 토론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개인 당 수 십만원씩 받고 강의하는 ‘유명인사’들이 논문집이나 학술대회에 발표하나 하지 않고, 한 소식 터득하였다고 광고하는 풍토가 우리들 학문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을 하고 넘어가자.
수 년전에 난치병치료 전문한방병원이 개원했을 때 한의계의 어떤 신문에서는 일대 쾌거라고 크게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전문가들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었는지, 한편의 증례보고나 발표를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다만, 환자 한번 보내 봐 하는 식이었다. 열려있는 학회에 들어와서 다같이 고민하는 풍토가 아쉽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이, 자기 혼자만이 터득하였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는 중진 내지 원로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일본에서는 주임교수들이나 병원의 과장급들은 당연히 학회에 발표하는 것을 하나의 통과의례 내지 의무로 생각한다. 그래야만 그 밑에 있는 선생들도 공부하고, 따라온다는 인식이다. 우리들 한의계가 많이 젊어졌지만, 젊다고 하여 早老현상에 빠져서는 안된다. 한곳에서는 젊은 수련의들이 洋診韓治방법조차 발표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원로들의 임상경험을 발표하는 그런 조화된 모습이 필요하다.

몇년전 일본의 학회에서 아주 인상깊은 일이 있었다. 금, 토, 일 3일간 하는 학회에서 일요일 오후에 발표일정이 잡히면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청중들도 많이 빠져나가고, 발표자 본인도 발표가 끝날 때까지 늘 긴장해야 되기 때문에 누구든지 싫어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일요일 오후 그것도 가장 마지막 4시 30분 세션에서 정년 퇴임을 앞둔 약학계의 어느 거두가 몇 안되는 청중들을 두고서도 열심히 발표하고, 토론하는 광경이 있었다. 일본 知己들이 시간상 먼저 돌아가면서 이 분이 대단한 분이라고 소개하였기 때문에, 일부러 남아서 들어 보았다. 청중들은 불과 20여명, 그러나 오히려 질문시간을 초과를 하면서까지 진행된 그 진지한 토론모습에서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아마 우리 같았으면 프로그램 짠 사람이 죄중에서 가장 무섭다는 괘씸죄에 걸렸을거다.

그리고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 적어도 어느 학회이든지 간에 한두개의 학회에는 참가하고 발표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이다. 일반병원 소속의 의사라 하더라도 과장 등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책임자라면 발표하는 것이 의무인양 당연하다. 일본에서는 일반병원과 대학의 교류가 많아 일반병원에 있더라도 실적을 쌓으면 대학에 바로 스카웃되는 일이 흔하다. 우리처럼 줄서기를 잘해 대학에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철저하게 실력위주로 좌우되는 것이 일본 교수사회이다. 우리들이 일본이라면 수직사회, 경직사회를 연상하나, 예상외로 일본 교수사회는 실력위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가는 느낌이 있지만, 예를하나 들어보겠다. 어느 교실의 주임교수가 정년퇴임을 하게 되면 당연히 그 밑의 2인자가 그 주임교수자리를 이어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해당 대학당국은 전국 대학에 유능한 자를 수소문하고, 공개모집을 하며, 그리고 공개강의를 마친 다음 뽑게 된다. 어떤 경우는 연구소의 연구원이, 또는 일반 병원의 과장이 대학의 주임교수로 발령받게 된다. 대학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연구실적이 말해주는 것이지, 그 이외의 어떤 것도 보장 못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임교수급들은 거의 발표를 하지 않는데 반하여, 일본의 경우는 이와 반대이다. 이와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연구라는 것은 직급의 고하, 대학·개업의 구분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1년에 학회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는 우리들의 입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는 준비된, 예정된 학회를 위하여 주최 사무국의 역할이 일정하다. 구체적으로 예를들면 1년전에 이미 학회의 장소와 테마선정, 날짜 등이 정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더 나아가 논문모집에서부터 논문심사, 발표일 통보 등까지 항상 일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처럼 학회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협회의 사무국이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최하는 중심 도시의 어느 대학에서 사무국이 별도로 조직되어 전체를 담당한다. 당연히 예산과 조직위원회는 별도로 구성이 되며, 이 조직위원회의 長(일본에서는 會頭라는 말을 쓴다)은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협회 혹은 학회의 회장이름은 온데간 데 없고, 오로지 주최하는 조직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하여 고생과 영광을 같이하게 한다.

그러므로 어느 대학 혹은 어느 지부에서 주최하고자하면 미리 몇 년전에 신청을 하여 허가를 얻어야 된다. 벌써 2004년까지 개최도시가 정해졌다고 들었다. 매년 12월 망년회하는 달에 이미 내년 학회의 일정을 표시하면서 그 다음해 농사를 기획하는 것이 이들의 모습이다. 지난해 전일본침구학회에 갔을 때, 1년뒤인 2002년의 학회 포스터를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는 기가 질려버린 적이 있었다.

이상으로 올해의 일본 동양의학 참관기라는 제목으로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우리들의 학회모습과 비교하면서 소회까지 피력했는데, 표현상 지나친 부분이 있다면 진의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축구의 4강신화가 이루어졌는데, 일본과 비교하여 우리들의 장점 중 하나가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다이나믹하게 추진한다는 점이다.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을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그들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눈여겨 보고, 이를 스크린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매진하는 것이 미래를 향한 우리들의 자세가 아닌가 한다.
<끝>

조기호(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경희대 한의대 교수
필자 e-mail :johkiho@kh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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