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만의 프로그램 개발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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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만의 프로그램 개발하고 싶었죠”
  • 승인 2010.04.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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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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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릴레이 인터뷰(11)- 윤홍진 원장
“한의사들만의 프로그램 개발하고 싶었죠”


칭찬 릴레이 인터뷰(11)- 윤홍진 자성당한의원장 

한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험 청구 프로그램 중에서도 한의맥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를 통해 무료로 보급되고 있는 한의맥은 그동안 수많은 업데이트를 통해 한의사들의 요구를 꾸준히 반영해 왔다.

올해부터 KCD가 도입되면서 한의맥의 새로운 버전, 일명 ‘뉴한의맥’이 깔리면서 새 버전에 익숙하지 못한 한의사들의 원성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너무나 복잡하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면서 과거 버전에 대한 향수를 갖는 한의사들도 많다. 과거 버전을 직접 만든 이가 바로 윤홍진 자성당한의원장이다.

윤홍진 원장이 한의맥을 만든 개발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한의사가 한의맥을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가 프로그램의 개발비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알려지지 않았다. 보험 청구 프로그램의 복잡함을 생각하면 회사도 아닌 매일 진료를 보는 한의사가 어떻게 시간을 쪼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싶지만, 윤 원장이 남들보다 빨리 컴퓨터를 접했고, 곧 프로그램 개발의 마력에 푹 빠져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89년 대학원 논문을 쓰기 위해 처음으로 전동타자기를 구입하러 세운상가에 갔다가 우연히 AT컴퓨터에서 아래아한글 1.0버전이 구동되는 것을 보고 홀리듯 8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산 게 컴퓨터와의 첫만남이었다. 논문 작성은 물론 다양한(지금의 기술력으로 보면 단순한 프로그램이지만) 프로그램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되면서 베이직 언어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한의원에 부원장으로 취직하면서 의료보험 청구를 수기로 작성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의보 청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쓰려고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한의사도 함께 사용하면 편리하겠다 싶어 1990년 ‘아이맥’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료로 운영됐고 900명 정도가 사용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 LAN이 선보이면서 윤 원장은 직접 작업해 접수실과 원장실을 연결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했다. “아마도 그 당시 한의원 내에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한 것은 내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며 그는 너털웃음을 보였다.

컴퓨터와 관련한 기술이 점점 업그레이드 되고 사용언어도 보다 복잡하고 고급화됐다. 윤 원장이 사용하던 언어도 함께 진화했다. 비주얼 베이직으로 만든 프로그램으로 입출관리 등 매상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기 시작했고 기간 별 매출 변동 그래프도 제공하는 등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한의맥 프로그램 개발… 개발기간 5시간이상 잔 적 없어
임상가에 무료 배포… 편하게 작업하는 모습이 최대보상
애플사 ‘아이맥’처럼 사용자 편리성 높인 환경 구축 소망
혹사시킨 혼신 3년간 재충전… 최근 코딩작업 다시 돌입


그가 한 일은 비단 보험청구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다. 1993년 한약분쟁 시절 한의계를 똘똘 뭉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한의사 통신망이 있었다. 이 통신망이 어느 날엔가 갑자기 해킹을 당했다. 다급해진 한의협은 그에게 SOS를 보냈다. 탁월한 컴퓨터 실력을 소문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없어진 데이터를 복구하는데 투입되면서 한의협과 인연이 시작됐다. 곧이어 한의협은 의료보험 프로그램의 개발을 그에게 맡겼다. 기존 여의주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개발자가 따로 회사를 만들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탓이다.

1999년 말부터 시작해 약 1년 동안 개발에 힘을 쏟아 드디어 윈도우에 기반한 ‘한의맥’이 2001년 처음 회원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윤 원장은 “그때는 젊었기 때문이었는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밤잠을 설치며 코딩에 매달렸고,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의 장점은 한의사가 편하게 만든 사용자 중심의 UI 구현이다. 윤 원장도 보험 청구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본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꾸준히 업데이트를 한다. 한의사 통신망에 올라오는 버그 관련 문의가 수정되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공을 들인 작업이지만 한의협에게서 받은 개발비는 없다.

“돈을 받고자 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어서 작업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또한 동료 한의사들이 좀 더 편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지요. 그게 제게는 보상이었습니다.”

작은 바람이라면 노력한 일에 대해 한의사들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모든 창조자는 자신이 창조하거나 개발한 것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떠나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성원이 보상의 한 부분이겠지요. 예를 들어 제가 취미로 하고 있는 목공예 쪽에서도 어떤 기술자가 만든 목공예 방법에 대해선 ‘누구누구의 방법’이란 식으로 이름을 붙여 원저자의 공력을 기립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죠. 이름을 붙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처음 만든 사람의 노력을 다른 사람들이 성원해 주고 그의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퍼져야 카피레프트(지식과 정보의 독점에 반대한 저작권 공유 운동)의 분위기도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를 다소 억울하게 만든 일도 있다. 개발비도 받지 않았고 한의맥 유지 보수와 관련한 콜센터 유지비도 EDI를 통한 수익금에서 사용되지만, 그런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일부 한의사는 “왜 협회비를 지원받으면서 제대로 보수를 안 해주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기사가 나가면 이제는 한의사들도 그 부분에 대해 오해를 풀 것으로 기대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동안 몸을 혹사시켰던 탓인지 3년 전부터는 부쩍 힘에 부쳤다. 때문에 2010 새로운 한의맥 개발에도 감독으로만 참여하고 개발에는 손을 떼 외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 메뉴는 훨씬 많아졌지만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한의사들의 목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윤 원장은 “틀을 짜는데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 3년 정도 쉬었더니 요즘 다시금 코딩의 욕구가 슬슬 오르기 시작했단다. 시험 삼아 개인적으로 새로운 버전의 보험 청구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있다고 한다.

“제가 할 일은 사용자들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버튼을 최소한으로 줄인 애플사 아이맥의 심플한 디자인처럼 말입니다.”

무엇 하나에 빠지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이르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는 그가 이제 다시 컴퓨터 코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태어날 프로그램에 기대가 커진다.

이지연 기자

칭찬릴레이 인터뷰 추천- 전태강 원장

전태강 원장은 저와 고교‧ 대학교 동문으로 한의대 6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중국어 학원을 다닐 정도로 열성이 있는 분입니다. 졸업 후에도 새로움을 찾는 열정을 잃지 않는 그는 색채요법 등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함으로써 학문의 발전을 꾀함과 동시에 후배들의 귀감이 될 만합니다.

윤홍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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