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구의 핵심 키워드, 근거중심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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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구의 핵심 키워드, 근거중심의학”
  • 승인 2010.05.08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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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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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릴레이 인터뷰(14)- 조성훈 교수
“내 연구의 핵심 키워드, 근거중심의학”
조성훈 교수가 “한의학이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만들겠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칭찬 릴레이 인터뷰(14)- 조성훈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조성훈 교수의 논문들은 해외 SCI급 저널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작년에는 비만 침치료 효과분석이라는 논문이 영국 국제비만학회지에 실린 것을 필두로 최근까지 침의 생리통 효과를 분석한 논문(영국 산부인과 저널)이랄지 턱관절증후군 침치료 효과에 대한 논문(국제 구강안면통증학회지), 알콜의 침치료 효능연구(알콜리즘 클리니컬앤 익스페리먼트 리서치) 등이 있다. 이 논문들은 모두 체계적 고찰 논문이며 특히 침의 생리통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논문은 게재되자마자 곧바로 BBC, ABC, 로이터통신 등 해외 유력 언론의 온라인판에 보도됐다.

그가 국내보다 해외 저널에 주로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는 “세계 학계에 알려지면 국내 양의학계와 한의학계의 갈등도 풀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알콜 중독에 관한 침 치료 논문을 발표하자 경희대 의대에서 그를 알콜 중독에 관한 컨퍼런스에 초대하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들을 통합해 고찰하는 것이 ‘체계적 고찰 논문’으로 조 교수가 해외 저널에 발표해 왔던 연구들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국내 한의학계에서는 조성훈 교수나 이향숙 교수 등 몇몇 연구자들이 시도하고 있다.

체계적 고찰은 선입견 없이 연구결과들을 분석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 혹은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의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침이 비만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는 “경락이론을 잘 이해하는 한의학 전문가가 해석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같은 근거라도 한의학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한방종양학 분야에 관한 계통적 고찰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 다른 양방의학 연구자들과도 손잡고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아직 심사 중이라 자세한 얘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말을 아꼈지만 그동안 연구실적을 비추어볼 때 결과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근거 중심 의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거듭 강조했다. 학부시절부터 “한의학은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했고 근거를 만들어 나가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세계 의학의 추세가 EBM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상위 수준의 연구방법론으로 계통적 고찰을 택하게 된 계기다.

“현대의학은 EBM에 의해 의료기술이 평가받고 국가에서 보험급여가 되거나 또는 배제된다. 한의학계에도 EBM이 요구되고 있다. 한의학 연구에 근거를 세워 세계 의학계에 제시하자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양의계 “근거 없다” 폄하 “근거 만들자” 결심
전분야 종횡무진 계통적 고찰 논문 해외 호평
중국 한발 앞서… 중의학 세계 표준화 될수도


때문에 한의학 전체 분야에 대한 체계적 고찰 논문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교수 한 명이 전 분야를 감당하기에는 EBM은 벅찬 주제다. 그는 “많은 분야를 하다 보니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근거라는 것은 임상시험이고 임상시험을 통합해 고찰하는 작업은 임상을 잘 이해하는 임상가가 해야 한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최근에는 대한한의학회에서도 EBM의 중요성을 공감하며 ‘EBM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조기호 위원장 산하에 조성훈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조 교수는 “근거 중심 의학의 첫 단계는 많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축적해 놓는 것이고 임상논문의 시작은 표준화다. 2008년 침구 경혈위치 국제표준을 만든 게 중요한 시발점이다. 앞으로 질 높은 임상연구들이 많이 나오면 한의학이 세계 임상표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내 한의계 연구에 대해서 “아직은 증례 연구들이 많은데 임상증례는 임상시험보다 낮은 수준의 논문”이라며 “전문의제도가 생긴 이후 증례논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학술적으로 중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그는 “연구지원비 규모가 작은 한의학계 연구환경도 원인이 되겠지만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변증연구, 관찰연구(여러 케이스를 관찰하는 코호트 연구 등)는 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계 일각에선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서양의학계에서 요구하는 연구방법론이라 하여 한의학 연구방법론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의학이든 한의학이든 패러다임은 다를지라도 모두 과학의 범주에 속하고 과학은 객관성·재현성이 있어야 한다”며 “임상시험이나 분석을 한의학적인 방식으로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변증을 해서 대조군과 비교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이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비용이 드는 무작위 대조연구가 많아지려면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그는 말한다. 작년에 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한방 관련 연구비가 줄어든 것이나, 이를 핑계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지원사업에 한의학이 배제되는 역차별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밝히며 “양의학과 달리 한의계에는 임상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오는 분야도 지원이 잘 안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나아가 그는 중국에 설립된 근거 중심 중의학센터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에도 근거 중심 한의학센터가 필요하다”며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 표준화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 고찰이나 임상 대조군 연구를 통해 임상진료지침(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되는데, 중국이 표준화된 임상진료지침을 제시하면 그게 세계 중의학 표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지금까지의 연구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다. 그가 롤모델로 삼는 연구자도 대체의학에 대해서 근거를 만들어 가는 학자로 높은 평가를 받는 ‘The desktop guide to CAM’의 저자인 E. Ernst 이스터대 교수다.

“제 연구의 핵심 키워드는 근거 중심 의학입니다. 한의학의 근거들을 만들어 내고 체계적 고찰 논문을 발표하고 임상시험을 계속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의학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고 국민들이 신뢰하는 한의학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이지연 기자 

조성훈 교수 칭찬릴레이 추천- 한창연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평소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의사분들을 존경해 왔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의학 육성에 앞장 서는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은데, 그 중 젊은 연구자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창연 연구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분이야말로 한의학 연구 발전의 비상(飛上)을 준비하는 젊은 역군이고, 한의약 연구의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주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이런 사명감이 느껴지는 한창연 연구원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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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의학 2010-05-13 01:18:05
한국전통의학을 세계의학으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입니다.
교수님같은 분들이 많은 생기셨으면 바랍니다.
노고에 격려의 박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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