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미래, 한의약 연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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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미래, 한의약 연구에 달렸다”
  • 승인 2010.05.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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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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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인터뷰(15)- 한창연 연구원
“한의계 미래, 한의약 연구에 달렸다”
한창연 연구원이 한의학은 젊은 연구자들에 의해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칭찬릴레이 인터뷰(15)- 한창연 연구원 

“정부의 한의약 연구개발 투자비율이 곧 한의약이 보건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의약 발전 속도에 비하면 한의약은 연구 개발속도가 느립니다. 지금 속도로 가면 격차가 훨씬 더 커질 겁니다. 한의계 미래는 한의약 연구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한창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한의약 연구의 중요성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의 관심과 열정은 남다르다. 상황인식도 비교적 정확하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평가에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한의약 연구에 대한 비판적 접근 역시 그는 뚜렷하다. 눈치 보기에 바쁜 세상이기에,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공보의로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파견근무를 한 후 보건산업진흥원에 지원해 현재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진흥원에 발을 들인 이유는 한의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한 연구원은 지금 한의약 관련 연구과제를 기획, 관리, 평가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정부가 민간에 의뢰하는 한의약 이름이 붙은 연구개발 사업은 현재로선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 하나다.

“연구비는 80억 정도로 양의약 분야 연구사업에 비하면 지원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연구비의 백배 이상 노력해야 합니다. 한의계는 적은 비용만 탓하고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좀 아쉽습니다.”

대신 양방과 비교할 때 연구과제 경쟁률이 낮은데, 이는 긍정적 대목이라고 그는 밝혔다. 부산대 한의전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연구인력 풀이 넓어질수록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최초로 국립임상시험센터가 설립되는 등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다”며 “3~4년 후 한의전의 성과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의계 연구 관련 현실에 대해 “향후 10년을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젊은 연구자들에 대한 기대감 표출이다. 그는 “어떤 부분에선 의과대 연구자들보다 수준이 높은데, 보다 좋은 연구환경이 갖춰지면 이들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만 “철저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며 “과연 어떤 미래로 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연구결과를 서로 나누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연구하기는 힘들다. 한의약 연구분야가 취약할 만하다. 한 연구원은 “작년 식약청의 천연물 관련 연구과제 13건 중 8건을 우리가 신청했으나 정부 지원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양의약계는 실제로 거대한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무척 활발하다.

“젊은 교수들이 연구에 쏟는 열정과 능력이 뛰어나지만 열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연구과제 평가위원들은 한의계 연구과제들을 평가할 때 다학제 간 과제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면을 고려할 때 다학제 간 연구도 한 방법입니다.”

속도 내지 못하면 양의약과 격차 더욱 커져
젊은 연구자들 연구환경 따라 ‘폭발적’ 성장
연구도네이션 활성화…임상 강단 협력 절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은 한약제제, 의료기기 등 산업 관련 연구개발 사업이 중점 분야다. 그는 “한약이 자연에서 기원하다 보니 표준화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도 과정 중 하나”라며 “10년 정도 지나면 한약제제 표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의약관련 산업이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한의 의료영역은 축소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한의계를 뜨겁게 달구는 논쟁 중 하나가 바로 한의학의 과학화 논쟁이다. 과학화가 이미 돼있다고 보는 주장, 한의학 특성상 과학화는 양방의 시선에 끼워 맞춘 것이란 주장이 그것이다. 한 연구원은 “과학화 논의에 앞서 한의학의 객관적 연구방법론이 개발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양의약 연구방법을 차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우리 정체성을 어떻게 그 안에서 구현해 낼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화에만 매몰되면 한의약 범위가 넓어질는지 모르지만 정체성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고민이다.

“관절염 치료효과를 보는 한의학의 바이오마커가 무엇입니까. 타 의료분야 연구자들은 논문도 잘 쓰고 연구도 잘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를 살리려면 우리만의 방법론으로 연구가 기획되고 연구되고 그 결과가 국민과 호응하면 됩니다.”

그는 “한의계에도 다른 분야처럼 스타급 연구자가 나와야 한다”며 “연구 선구자들을 중심으로 연구 도네이션도 훨씬 많아져 함께 발전하는 바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연구논문들이 임상과 괴리가 크다며 개원의들은 불만을 털어놓지만 이를 교수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 전에 임상의들도 현장 경험을 토대로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려는 적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이외 11개 한의대도 교수들에게 연구지원을 많이 하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의계 연구현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는 한의계 상황을 이해하는 모습을 언듯언듯 드러냈다. 공직자이자 한의사여서 그런가 보다. 한 연구원은 “과제가 탈락할 경우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혹 생기는데, 나는 일개 연구원에 불과하다”며 이해를 구하는 한편 “아직 한의계 연구자들이 세련된 스킬을 익히지 못하다 보니 정부가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스킬로는 연구계획서에 충실할 것, 정부과제 관련 사업설명회 등을 참고해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인지할 것을 당부했다.

“나는 ‘열정 있는 사람’이란 말을 듣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한의학 연구에 대해 밤새 얘기를 나눠 보고 싶지만 아직 연구자들과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다며 곧 한의학 연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을 모아 작은 모임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중반쯤 한의약 관련 연구개발 현황 보고서도 낼 계획이다. 보고서는 질적 수준을 얼마나 담보할 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참고서는 될 듯하다. 실무자가 작성한 만큼 한의계 연구의 현주소는 적확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음생양사라고도 하잖습니까. 그동안 한의계에 음이 강했다면 곧 양이 올 것입니다. 연구분야나 공직에 관심 있는 후배들이 찾아온다면 좋은 멘토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지연 기자

칭찬릴레이 추천- 이상원 농촌진흥청 연구관

한약에 대한 열정과 고민을 연구로 풀어보고 싶은 이상원 농촌진흥청 연구원. 쉽지 않는 길임을 알고 있기에 재미 있는 연구관의 생활이라며 오히려 너털웃음을 보이는 그의 얼굴 속에서 연구를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대의(大醫)의 결의에 찬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 그의 연구와 연구관으로서 삶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창연/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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