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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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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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혁

강용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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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홍삼광고 ‘집단최면’ 걸어
홍삼천국 

달래도 보고 겁줘보기도 한다. 그러나 참 쉽지 않다. 다름 아닌 체질이나 병증이 맞지 않는 환자에게 홍삼과 인삼을 먹지 않도록 티칭하는 일이다. 평범한 동네 한의사의 내공으론 `홍삼은 아무에게나 좋은 약`, `어떤 병에도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가 역부족이다.

과연 효과가 강하고 좋은데 아무나 어떤 병에도 먹어도 되는 약이란 게 존재할까. 약은 독이기에 효과를 내고, 독은 또한 아무렇게나 쓸 수 없기에 약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평범한 이치는 무차별적 홍삼광고에 의한 집단최면에 가로막힌 듯싶다.

지난주 뇌혈관질환으로 내원한 한 태음인 환자. 비만 체형에 두통과 상열감 등 열증을 보이는데도 정확한 검진이나 치료보다 홍삼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긴다. 독이나 마찬가지라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지방에서 약국을 하는 사위가 좋다며 보냈는데 무슨 소리냐 반문한다.

사실 몸에 맞지 않는 투약이라도 몸에서 그 부작용이 항상 즉각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인체의 완충작용 때문이다. 독이라도 어느 정도는 걸러내며 견딘다. 그러나 당장 큰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나 먹어도 좋은 약이라 말한다면 이는 혹세무민이 아닌가. 게다가 광고와 언론 등을 통해 부풀려진 효과에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내용은 이성적이며 합리적 판단근거를 흐리게 해 대한민국을 점점 ‘홍삼천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무차별적 홍삼광고 ‘집단최면’ 걸어
홍삼 부작용 관련 연구물 쏟아져야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투약에는 간손상을 운운하다가도, 홍삼 등 건강식품은 무차별적으로 복용하는 풍조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홍삼 대신 체질과 병증에 맞는 한약을 써야 한다 직언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돈벌이 때문일 것이라는 오해까지 감수해야 한다. 대신 발 빠른 일부 한의사는 홍삼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한의원 경영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의 존재 의의가 과연 약이나 홍삼을 경쟁적으로 파는데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확한 진찰로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를 판단해 주는 최고 전문가로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 역할이야말로 홍삼 판매원뿐 아니라 약사도 양의사도 해줄 수 없는 한의사 고유의 전문영역이며 미래에도 한의사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해 한의계 석‧박사나 교수들의 연구논문만도 수백편이 된다. 이제는 고방의 효과 입증 논문도 좋지만, 한의학과 한의사의 시대적 역할을 감안한다면 홍삼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 연구물들도 쏟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런 결과들이 매스컴을 통해 제대로 알려지길 희망한다. 그로 홍삼천국이라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착오적 해프닝이 하루 빨리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강용혁/ 마음자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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