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 은행 이용 ‘속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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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래 은행 이용 ‘속빈 강정’
  • 승인 2010.05.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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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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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수수료 면제 불과… 대학 등 혜택 넘쳐
주거래 은행 이용 ‘속빈 강정’
기껏 수수료 면제 불과… 대학 등 혜택 넘쳐 

최근 강남구한의사회가 주거래 은행을 바꾸기 위한 기초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신선한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 최형일 강남구한의사회 부회장은 “최근 지자체들이 주거래 은행을 바꾸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안다. 거래를 유지하거나 수주하기 위해 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의 혜택을 제시하면서 혈안이 돼있다.

특히 대학의 경우는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의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캠퍼스 입점 은행으로 거래를 트기 위해 대학에 거액의 지원 혜택을 약속하기도 한다”며 “강남구한의사회도 회원들과 협의를 거쳐 주거래 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구한의사는 오랫동안 하나은행과 거래를 해왔지만 지금까지는 수수료 면제외 특별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회 현황을 보면 대부분 수시로 입출금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의사회 회무의 특성상 효율성 차원에서 주거래 은행을 사무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곳으로 선정하고 있으나 혜택은 수수료 면제 등 일부에 불과하다. 다만 부산시회 경우 수수료 면제 외에도 예치금 이율을 개인보다 0.5% 이상 높게 받고 있다. <박스기사 참조>

한편 “법인이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회도 있었다. 이들 지회는 기존에 거래하던 곳과 대개 10년 이상 거래를 유지해 오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해 왔다고 밝힌 곳 중 일부는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교체에 따른 이득이 없어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구시회와 경남지회는 각각 한의사회에서 신협을 운영하고 있어 거래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신협에서 1년에 1억 정도의 지원금을 경남한의사회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지원금으로 내고 있는데다 차후 회관 건립을 위한 기금도 따로 적립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회, 복지 혜택 위해 주거래 은행 교체 시도
회원 참여율 높으면 은행도 이득, 윈윈 전략 가능


일부 지회가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는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 배경으로는 한의사회 예산이 적은 금액인데다 회비가 모아져 거액이 일시 예치되는 것이 아닌 적은 금액이 나눠 예치되고 있고, 게다가 잔고가 남아있는 경우도 많지 않아 은행에서도 한의사회와의 거래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한의사회의 사무국장은 “우리 한의사회의 경우 1년 예산이 1억을 상회하는 정도인데다 회비도 시기에 따라 나눠 걷히기 때문에 큰 금액을 한꺼번에 예치하지 못한다. 다른 한의사회들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무국과 가까운 곳에 은행이 한 곳밖에 없어 다른 은행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B한의사회 사무국장도 “중앙회가 모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를 터왔기 때문에, 우리 회 입장에서는 수수료라도 절감하기 위해 같은 은행을 선택해 거래해 왔다. 중앙회가 다른 은행으로 바꾸면 우리도 은행을 자연스레 바꾸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C한의사회 사무국장은 “우리 회 1년 예산이 1억 정돈인데 회비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빠져나간다. 때문에 이자는 거의 붙지 않는다. 회비 수납도 비정기적이어서 은행들이 오래 거래했다고 해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년 예산이 많게는 7~8억에서 적게는 1억 수준인 지회들과는 달리 중앙회는 1년 예산이 약 70억이다. 지난 집행부에서 주거래 은행 교체 제안이 나왔으나 도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협회는 국민은행과 약 20년간 거래를 해오고 있다. 한의협 회무지원팀 양은정 팀장은 “현재 한의협에서는 국민은행에 입출금 주요 계좌를 개설해 놓았지만 돈이 수시로 출납되기 때문에 잔액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일정 정도의 금액이 모이면 좋은 금리 조건의 은행에 예치하곤 해서 국민은행 한 곳을 주거래 은행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이어 “현재 국민은행의 경우는 예치금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 외에는 별다른 혜택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을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주거래 은행 교체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영권 서울시한의사회장도 “주거래 은행을 오랫동안 거래해온 것으로 안다”며 “주거래 은행을 바꿔보는 시도가 회원들의 복지 혜택 등을 늘릴 수 있다면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지회 차원에서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의사신용협동조합은 회원들에게 금융혜택뿐 아니라 회비를 종잣돈으로 삼아 운용하면서 이익금을 다양한 회원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회원들에게 일반 은행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신협을 운영하고 있는 경남한의사회의 김영근 사무처장은 “회원들의 복지나 금융사업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역시 신협”이라며 “경남한의사회 신협의 경우 1년 예산만 350억 정도다. 가용예산만 해도 15~20억 정도인데, 이는 경남한의사회 전체 예산이 2억임을 감안할 때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이라며 “회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이 모두가 재정규모가 탄탄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한의사회들도 적극적으로 신협 설립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적극 도와주겠다고 하자 몇몇 군데가 시도는 했으나 흐지부지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과거 39대 한의협 집행부가 신협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일부 신협의 부실화 문제로 신설 조건을 강화하면서 신협 설립이 좌초된 바 있다. 신협 설립과 관련 금융위원회가 지역의 신협 설립으로 제한해 전체 한의사회의 신협 설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 한의사회가 시도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모습은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회원들의 복지와 금융혜택 등을 고려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으로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거래 중인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기 위해선 회원들의 참여가 필수다. 경기도나 서울, 부산 등 몇몇 한의사회를 제외할 경우 지역 한의사회는 대체로 회원 수가 1천명 내외이며 1년 예산도 1~2억 사이다.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은행거래를 꼭 유지할 만큼 큰 장점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지역 한의사회가 주거래 은행과의 협약시 일선 회원들까지 주거래 은행을 함께 바꾸면 은행 입장에선 많은 고객을 한꺼번에 흡수할 수 있어 이득이다. 즉 한의사회의 주거래 은행 교체는 회원들의 참여‧이용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냉소주의‧ 안일함 탈피… 지역 신협 초석 가능성
지역 한의사회 “예산 회무 특성상 근거리 최고”


때문에 한의사들의 참여와 한의사회의 공동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C한의사회 사무국장은 “과거 중앙회에서 카드회사가 일부 적립금을 지원해 주는 내용의 협약을 맺어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지만 회원들의 참여율이 적었다. 다른 지역사업들도 회원들의 동참이 부족해 유야무야된 경우가 많았던 선례를 보면 실제 한의사회가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정책이 실패하는 사례 하나만 더 늘리는 건 아닐까 싶다”고 우려하면서 “지역 보건의료단체 사무국장 모임에 가보면 약사회의 경우 회비 수납율도 높고 정책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참여 열기도 높더라. 한의사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다면 주거래 은행 교체도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지역 한의사는 “내 경우나 다른 주변 회원들을 봐도 거리가 가깝거나, 혹은 개원시 첫 대출을 받은 은행과 보통 거래를 트고 있다. 대부분 회원들의 주거래 은행은 한의사회 주거래 은행과 같지 않다. 여기에 따른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오래 거래하던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바꿨을 때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주어진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한의사들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회원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으로는 수수료 면제뿐만 아니라 한의사회 회무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회무 지원비를 비롯해 회원 복지사업 자금, 회원들을 위한 담보대출 금리 인하, 예금금리 인상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는데도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한의사회들이 많은 한의계 현실을 비춰볼 때 주거래 은행을 회원 복지에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분명 신선한 시도다. 제대로 행보를 밟으면 한의사신협으로 이행하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성공 여부는 냉소주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한의계 공동선을 추구해 보려는 회원들의 의지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게 뜻 있는 한의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지연 기자

박스기사

“계약조건 검토 후 교체 여부 결정”
회원 혜택 위해 주거래 은행과 전략적 제휴 모색

강남구한의사회 회원은 540명 내외다. 분회 단위에서는 최대 규모다. 회원 수가 많은 만큼 밀도가 높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이에 따라 휴‧폐업율도 다른 곳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집행부는 회원들의 경영 개선, 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박세기 강남구한의사회장은 올해 새롭게 임원진을 꾸리면서 몇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핵심 사항은 회원 복지 향상이다. 중앙회 차원에서 회원 복지를 위한 사업을 하기에는 속도감 있는 추진이 힘들지만, 분회 차원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남구회는 다른 분회에 비해 회원 수가 많아 추동력이 크다는 계산이다.

임원진은 최근 주거래 은행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최형일 부회장이 추진 중이다. 최형일 부회장은 “현재 주거래 은행이 하나은행인데 협의를 통해 계약조건을 검토한 후 계속 거래를 이어갈 지 다른 곳으로 바꿀 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구회가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고 시도한 데는 개인고객도 거액을 예치하면 VIP로 수수료 면제나 대출금리 인하, 대출금 상한액 조정 등 여러 혜택을 받고 있는데 한의사회의 경우 혜택이 초라하기 짝이 없어서다. 즉 회원 복지 향상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최형일 부회장은 “회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금융기관을 통해 얻어진 이익금을 다시 회원 복지에 이용할 경우 회원도 좋고 한의사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작은 분회의 시도이지만 우리가 모범사례를 만들면 다른 한의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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