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과 농촌사업, 연계 접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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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과 농촌사업, 연계 접점 있다”
  • 승인 2010.05.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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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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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16)- 이상원 농촌진흥청 보건연구관
“한의약과 농촌사업, 연계 접점 있다”

칭찬릴레이 인터뷰(16)- 이상원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 보건연구관 

이상원 연구관이 공직 진출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산 한약재의 생산 관리에 있어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곳이 바로 농촌진흥청이다. 중국에서만 재배되는 한약재들이 국내에서도 재배될 수 있도록 종자 개발 및 보급하는 일도 농진청이 한다. 그러나 이곳 인삼약초가공팀에 한의사가 있다는 사실은 다소 생소한 얘기다.

이상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 인삼약초가공팀 보건연구관은 1년 전 농진청에 특채로 들어갔다. 한의사 면허를 가진 이가 입사한 경우는 처음이다. 그는 공보의 시절 서울에 있던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3년간 연구직으로 근무했다. 2년간 임상가에 있기도 했지만, 공보의 시절 한의학 발전을 위해선 다양한 관련 분야의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표를 잊지 않았다. 그러다 특채 공고를 보게 되고, 지원해 12: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 연구관의 얼굴은 까맣게 탔다. 1년에 1/3은 전국으로 농촌 지원이나 회의 참석하러 돌아다니느라 잠시도 앉아있을 틈이 없다 하니 그럴 만하다. 입사 전에는 “개원의보다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크나 큰 오해였다.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다. 힘들지만 목표가 있으니까 하나씩 만들어 갈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단다.

“과거 한-중 FTA 이슈가 터졌을 때 나 혼자 살겠다고 대응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생각해 보자 하는 생각에 연구직을 찾게 됐지요. 한의약 분야와 농촌 사업과 연계를 통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한의계와 약초연구기관 가교역할 자임
한의사 출신의 농진청 보건연구관 1호

인삼약초가공팀은 인삼이나 약초들을 전반적으로 가공하는 연구를 하는데, 여기에는 한약제제뿐 아니라 신약 개발을 위한 전 단계로 약초의 성분 분석이나 간단한 가공식품 개발까지도 망라한다. 현재 이상원 연구관이 연구하고 있는 테마는 인삼의 효능연구, 항비만 및 혈관질환에 효능을 보이는 약초성분 연구 등이 있다. 3년 과제로 현재 진행 중인 연구내용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이 연구관과 인삼약초가공팀, 그리고 협력연구팀이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데 원외 연구자들은 약학이나 생물학 농학 등 다양하지만 한의학 연구자들과의 공동 연구과제는 아직 없다. 이유를 묻자 이 연구관은 “역할이 중복될 수 있어 되도록 피하고 있다”면서도 “농업 분야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체화됐을 때 한의계와 연결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의사 출신이라는 점은 그가 연구를 하거나 연구테마를 잡는 데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한의사가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특정 질환에 효능을 보이는 약초들이 종종 있다는 것.

“지금까지 배웠던 본초학 지식들 덕분에 어떤 약초가 어떤 질환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 내가 아는 지식에서 벗어나면 그 약초를 논외로 두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헌데 그게 오히려 더 좋은 효능을 보이기도 하죠.”

농진청 연구관들로부터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왜 한의사들은 국산약재를 안쓰냐”였다. 그는 “한의사들과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서로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연결고리가 현재는 없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모르는 것이 많지만 향후 내가 그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약재로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약초 생산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는 “우리나라는 과거 종자개념이 희박해 외국산 종자들을 많이 수입해 오면서 토종 종자들이 많이 사라지고 관리도 제대로 안됐다. 국가도 이의 심각성을 알면서 식량 작물이나 채소 등의 종자 관리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한약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관심이 덜하다“며 아쉬워하면서 “한의사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산 한약재 보급 관리 협회 주도해야
항비만 연구 등 신약개발 과제 수행중


한의사들이 한약재 안전성을 지켜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한약재의 생산이나 관리 등은 대부분 간과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중국에서 생산된 한약재가 국내에서 재배될 수 있도록 재배방법을 만들고 안전한 생산을 인증하는 GAP제도 등을 통해 한약재가 생산 재배될 수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원산지마다 환경에 따라 약효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 한의사들은 이를 감각적으로 알고는 있다. 그러나 이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긴 힘들다. 이 부분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어떤 기술을 쓰거나 처방을 해서 효과를 높이는가 하는 부분은 교육을 받았지만 그런 처방을 구성하는 한약재는 어떤 것을 쓰는가 라는 개념이 없었다. 어떤 것이 효과가 더 높은지 연구가 많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농업인들과의 공생을 통한 한약재 문제 해결방법으로 “한의사들이 국산 한약재가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국가 보조를 받는 농업인이 생산한 한약재를 쓴다면 이게 한의사가 국가 보조를 받는 거다. 지금처럼 한의사가 중간에 껴 비싼 약재를 사 비싸게 파는 방식이 아니라 유통도 한의사 주도로 할 수 있도록 협회가 고민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직에 뜻을 품는 다른 한의사들에게 그는 선배로서 이렇게 조언한다.

“어디에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보다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는 뚜렷한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개원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문제도 있고 몸과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목표를 갖지 않으면 금세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공직 진출은 다양한데 주로 한의학연구원에 몰려있어 안타깝다. 복지부나 식약청,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젊은 한의사들이 나갈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시야를 넓이면 좋겠다”며 “다른 공직 한의사들과 서로 협력하고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참석해 보고 싶다”는 이상원 연구관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농진청이 한의약 발전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것은 한의사 출신인 제가 하는 일에 따라서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서로 역할을 고민하고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이지연 기자

이상원 연구관 추천인- 박왕용 왕자한의원장

박왕용 원장을 뵌 적은 없지만 한의계를 위해 헌신한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전 한의협 이사로 활동하고, 기꺼이 각종 협회 산하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한의계 대소사에 열정을 불살랐다고 한다. 제기동에 한의협이 있던 시절 협회의 회무 관련 데이터를 며칠간 밤새워 입력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전해 들었다. 한의원 원장으로선 쉽지 않은 실천이다. 박 원장을 지면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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