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부채를 덜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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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부채를 덜어야죠”
  • 승인 2010.06.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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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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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인터뷰- 박왕용 왕자한의원장
“마음의 부채를 덜려고 협회 일에 뛰어들었죠”
박 원장이 한의계 공동선 추구와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칭찬릴레이 인터뷰(17)- 박왕용 왕자한의원장 

‘천하의 박왕용’. 한의계 인사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천생 학자’. 이 평가 역시 공통된 의견이다. 묘하다. 이는 분명 모순된 시각이다. 통상 학자라면 남산골 딸각발이를 연상시키고, 마당발 하면 선이 굵고 설레발이 왕성한 편이다. 박왕용 왕자한의원장은 그런 통념을 여지없이 깬다. 그러면서 주변 평가가 진실임을 증명한다. 합리성과 실천력이 담보된 결과다. 그는 오늘도 철저한 햄릿이 되고, 한의계 공동선을 위해 기꺼이 돈키호테로 창을 든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직후 그는 신현태 원장과 의명회를 결성, 한약재 공동구매조합을 만들었다. 한약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조합은 뜻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조용하지만 소신이 뚜렷하고 자존감이 남다른 그에게는 화인(火印)으로 남았을 게다.

“십시일반 투자를 아끼지 않은 동료 한의사들에게 너무 미안하죠. 마음의 부채를 덜고 싶어 협회 일에 적극 뛰어들었어요.”

박 원장은 1993년 한약분쟁 당시 국민건강및한의학수호위원회(국한)에서 ‘젊은 피’로 뛰면서 서울시 비대위 부위원장도 맡아 투쟁 선봉에 섰다. 2002년 한창 WTO 문제로 시끄러울 때는 시민단체와 연대해 공동 대응방안을 도출하는 정책가로 움직였다. 중앙회에도 진출, 전산 총무 학술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그를 찾는 곳은 지금도 많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몸을 사리지 않는다. 태산 같은 처세에 질풍처럼 행동하는 셈이다.

최근엔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한미래포럼 대표도 내놓았다. 한의학정책연구원 정책포럼 위원,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이사로만 외부 활동을 국한했다. 자신을 성찰하고, 한의계 현안을 반추할 심산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한의계 미래 동량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사실 그는 학교에 남으려 했으나 현실이 용납지 않았다. 결국 서울 제기동의 작은 한의원에서 진료를 시작했고 10년 전부터 경원대 한의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예과 1년과 본과 1년생에게 한의학 입문과 생리학을 가르친다. 박 원장은 “학생들과 공부하고 돌아올 때는 축복을 받은 느낌”이라며 “다만 보다 나은 환경에서 한의학을 알려주고 싶은데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가 생리학을 전공한 건 경희대 한의대의 기반을 닦은 윤기령 선생을 만나 한의학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사상의학에도 애정이 각별하다. 성리임상학회 김주 선생의 영향이다. 한의계에는 사상의학 관련 학파가 다양하다. 각기 해석과 방법이 달라 혼란스러워 보일 정도다.

“많은 토론과 연구를 통해 사상의학은 더욱 정립될 것입니다. 중국이 국가사업으로 변질논치(체질로 가려 치료를 논하자)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체질의학을 발굴 육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사상의학은 매력적인 의학입니다.”

교육개혁 ‘선순환 구조’ 정착 협회가 주도해야
질환 아닌 사람 보는 한의학 만성질환에 장점
좋은 스승 덕에 한의학 개안… 사상의학 매력


임상의와 교수, 다양한 대외활동은 그에게 한의학에 대한 깊은 인식을 안겨줬다. 애정과 안타까움과 회한과 문제의식이 빛난다. 현실인식도 탁월하다. 박 원장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제거된다고 해도 발병이 계속 이어지고 불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여기엔 서양의학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회나 협회 차원에서 그런 부분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양의학을 넘어 환자들이 절실히 원하는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몸에 대한 접근을 요구한다. 내가 아프니까 치료해 달라는 거다. 그동안 질병에만 매달리며 환자를 놓쳤다. 한의사의 대상은 사람이다. 몸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 즉 임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 매뉴얼은 가이드라인이 되고, 이를 한의사가 자신의 특성에 맞게 유연성 있게 적용하면 된다. 임상 관련 교과서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아직은 고답적이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 모색은 협회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는 “협회가 1년에 한 가지만이라도 현안을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허창회, 최환영 회장 때와 같이 한의계 전체에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면서 조직 전체를 가동시키며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역설했다

KCD나 국시 개선안, 의료 일원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한의학의 전통적인 가치와 의미를 활용하고 있지 못한 부분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예컨대 KCD의 경우 임상현실과 동떨어진 U코드를 하루 빨리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 일원화와 관련해서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고, 우리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며 “이미 기허 혈허 양허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표준이 나와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해 한방의료기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개혁도 그에게는 화두였다. 내실을 갖춘 교육이 한의계 기초를 튼튼히 다질 수 있어서다. 그는 “임상 10년차 정도의 실력을 갖춰 한의대 문을 나서면 된다”며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 그 모델을 적용한 학교가 등장하고 그 학교를 모델로 삼아 다른 학교도 변화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의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참 경우가 바르다. 선배들로부터 받은 학문적 수혜를 신세로 여긴다. 후배들을 대상으로 신세를 갚으려 든다. 역사의식이 녹아있다. 오늘은 어제의 거울이고 내일의 자화상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박 원장이 후배들과 대화를 위해 책을 펴내면 한권 사봐야겠다.

이지연 기자

박왕용 칭찬릴레이 추천- 박상표 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지치지 않는 열정, 끝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한약분쟁 때부터 보아왔지만 한의계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 남다르다. 공직에 그런 한의사가 존재한다는 건 한의계로선 행운이다. 개인적으로 부인이 아프시다고 들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쾌차를 마음 속으로나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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