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한약 응급 첩약으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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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한약 응급 첩약으로 그만”
  • 승인 2010.07.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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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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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국 요산한의원장
“얼음한약 응급 첩약으로 그만”
김태국 요산한의원장 

속이 쓰려 학원을 조퇴한 재수생 A씨가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첩약 하루 분을 처방하고 침으로 응급조치를 했다. 5분이나 흘렀을까, 처방에 따른 탕약 130cc 3팩이 나왔다. A씨는 한 팩을 마시고 귀가했다. 한 시간 뒤 학생 부모와 약 복용기간 상의 차 전화했을 때 학생은 이미 귀가길에 속쓰림이 나은 상태였다.

부산 남천동 요산한의원의 풍경이다. 이처럼 즉석 탕약으로 신속한 투약이 가능한 것은 ‘얼음한약’ 때문이다. ‘얼음한약’은 단미 약재를 다린 후 얼음조각으로 보관하다가 처방이 나오면 한데 녹여 만든 탕약이다. 신속한 탕약 투여를 고안해낸 이는 소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요산 김태국 원장이다.

단미 약재 달인 후 얼음으로 보관‧ 처방
약효 높고 고열 탈진 등 응급상황 대처


“탕약 전탕은 2~3시간이 걸려요. 급한 환자들이 기다리기엔 상당히 길죠. 잎과 뿌리는 우러나는 시간차가 커서 어떤 전탕기를 쓰더라도 단시간에 약이 고르게 우러나지 않아 약효가 떨어지죠. 충분한 약효를 내면서도 열이나 탈진, 통증 등 응급상황에서 첩약을 신속히 투약할 수는 없을까, 내일까지 무료하게 기다리지 않을 수는 없을까 하는 게 제 숙제였습니다.”

고약이나 농축환 엑스산제 등은 농축할 때 약효 손실이 생기기 쉽다. 게다가 처방 별로 미리 준비해 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떤 처방이든 지어낼 수 있도록 단미 얼음한약을 생각해낸 것이다.

‘얼음한약’ 제조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냉장고의 얼음틀로 얼음을 얼리는 것과 동일하다. 약재 40g을 약재마다 1~3시간 달여 120cc의 약물을 만든 뒤 냉장고용 얼음틀을 이용해 12cc(4g 해당)와 6cc(2g 해당) 두 종류로 얼린다. 이것을 지퍼백에 담아 서리가 생기지 않는 간냉식 냉동고에 넣으면 준비 끝이다.

현재 요산한의원의 냉동고에는 100여 가지의 ‘얼음한약’이 응급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보통 50가지면 웬만한 처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큰 냉동고가 필요없다. 환자 별로 한두 팩이나 하루이틀치 정도만 빠르게 조제, 투약해서 급한 불만 끄면 되기 때문이다. 더 필요한 탕약은 반 제나 한 제를 다려 다음날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엑스산제 등 농축할 때 약효 손실 우려
환자 중심 사고 … 한의학 경쟁력 제고


김태국 원장은 한약의 제형 변화 일환으로 ‘얼음한약’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하루이틀 분도 다려주는 한의사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중심에 두는 것이야말로 한의학의 경쟁력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약의 제형 변화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효입니다. 전통적인 탕약은 일반 환산제에 비해 10배의 복용량이 가능해 효과가 월등할 수밖에 없어요. 응급치료 이외에 대부분의 치료와 건강 회복에 탕약을 먼저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제대로 만든 단미엑스산제도 같은 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비싸고 소량 구입이 어려워요. 반면에 얼음한약 방식은 한의원마다 언제든지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얼음한약’이 환자 중심의 제형 변화 시대를 조용히 열어가고 있다.

박진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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