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신의학병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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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신의학병원 역사 속으로…
  • 승인 2010.07.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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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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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한양방 갈등…예고된 수순
동서신의학병원 역사 속으로…
강동경희대병원·강동경희대한방병원 명칭 변경 

동서의학의 조화로운 협력관계를 지향하는 ‘동서신의학병원’의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랫동안 양방과 교수들과 한방과 교수들 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던 명칭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양방과 교수들의 줄기찬 요구에다 한의대 교수들간 불협화음으로 인해 제대로 대응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명칭이 변경되게 됐다.

경희학원은 7월2일 경희대학 의료기관 비전 선포식에서 서울 제기동 경희의료원과 서울 고덕동 동서신의학병원을 각각 경희대학교의료원 체제로 두기로 발표했다. 이는 한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지난 1년간 경영분석을 통해 ‘경희’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경희대’가 1위를 차지했고 한의대는 순위가 밀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희대라는 명칭을 병원에 붙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에 따르면 우선 서울 제기동과 서울 고덕동에 있는 병원들을 각각의 독자적인 경영체로 운영하되, 전체 의료원을 통칭하는 의료원장을 두는 체제로 바뀐다. 또 이러한 독자체제의 일환으로 각각의 병원들의 명칭을 제기동의 경우는 경희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경희대학교치대병원으로, 고덕동의 경우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으로 변경하고, 치과는 없애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명칭은 앞으로 설립될 수원의 경희대학교병원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명칭 변경은 그동안 동서신의학병원을 설립하면서 주창해온 ‘동서의학의 변화’라는 슬로건 아래 “동서의학의 조화로운 융합으로 신의학을 창출하여 질병 없는 인류 세계의 구현에 앞장 선다”는 미션과 “양한방 협력을 통한 교육·연구 중심의 최우수 병원을 지향한다”는 비전을 뒤엎는 것이다.

특히 동서신의학이란 명칭은 조영식 명예 이사장이 주창해 오던 ‘제3의학’의 기치 아래 직접 붙인 것이기 때문에 한의대에서는 더욱 명칭 변경이 아쉬운 대목이다. 한 한의대 기초학 교수는 “병원의 명칭은 동서의학의 좋은 점을 취합해 협진하자는 취지로 만들어 진 것”이라며 이러한 취지를 이어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비쳤다.

끊임없는 한양방 갈등…예고된 수순
한의사도 찬반 의견 대립 양상 표출
보직자들 순응 평교수들 저항 ‘대조’


명칭 변경과 관련한 잡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비전 선포식이 열리기 전까지도 병원 명칭 변경이 결정됐느냐 아니냐로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비전 선포식이 열리기 전 김달래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병원 부원장은 전화통화를 통해 “지난 6월5일 각 의료원 병원장, 부원장 등 의료원 보직자를 중심으로 한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경희대한방병원 류봉하 병원장도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고 못을 박았다. 경희대 비전 선포식 TF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구두상으로는 총장 보고까지 끝났으며 (명칭 변경은) 확정된 상태”라며 “변경 허가 등을 비롯한 서류상의 절차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부원장은 “동서의학이란 명칭은 동서의학연구소에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며 동서의학의 명칭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아직 명칭 변경은 총장의 최종 결제가 끝나지 않았다”며 비전 선포식 전날까지도 이를 기정사실화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했다. 경희대 한의대 한 교수는 “지난 회의 자리에서 주요 보직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만찬자리에서 양방의사들의 명칭 변경건까지 함께 바꾸는 것으로 하자는 요청을 하긴 했으나 총장은 이에 대해 명확히 답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동서신의학병원의 한 한의과 교수는 “컨설팅업체에서는 동서신의학병원의 명칭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양방 교수들은 여전히 바꾸겠다는 입장이었다. 컨설팅업체 측은 대안으로 고덕동의 한방과만 동서신의학의 명칭을 그대로 붙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양방병원이 이름을 바꾸는데 우리만 동서신의학이란 이름을 고수할 경우 간판도 여러 개가 돼 복잡해 지는데다 (한방병원만 이름을 남겨두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여 대학 당국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6월19~20일 한의대 전체교수 워크숍에서는 명칭 변경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의 반대 목소리가 한 차례 터져 나왔다. 게다가 이날 워크숍에서 처음 명칭 변경을 알게 된 교수들도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마음으로는 반대하고 있지만 교수들 간에도 의견이 통일되지 못한데 괜히 나섰다가는 뒷다리 걸기로 비쳐질까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해 했다. 또 다른 한 교수도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진 교수들이 반발하려고 했지만 이미 윗선에서는 다 결정이 끝났다고 하더라”며 이미 재단 측에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마지 못해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다른 것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며 자기 공멸하는 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 한의대 한 교수는 “총장은 여전히 한방에 애정을 갖고 동서신의학이란 명칭에도 의미를 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독보적이었던 경희대 한방병원의 존재가 경희대를 대표하는 이미지에서 그만큼 밀려났다는 증거”라며 “이는 한방병원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 운영에 대해서 임상교수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사립학원에서 최종 결정권자는 총장”이라며 일부 교수들의 강력한 반발이 뒷북치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확정된 사안이냐 아니냐를 두고 양측이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통해 보여지듯 비전 선포식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도 한의과대 교수들 간에도 불협화음이 심각한 모습은 지난 2008년 병원 명칭 변경에 반대하며 평교수협의회를 출범시킨 한의대 교수들의 공동 대응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동서신의학병원 한의과 한 교수는 “주로 일반 교수들 사이에서 반대의견이 많았다. 일부 보직자들 사이에서 찬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말해 보직자들과 일반 교수들 간에 대립되는 양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 대해 최근 최원철 한의대 교수도 본지와의 대담에서 “일부 한방교수들 중에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실망스러움을 비치기도 했다.

양의 줄기차게 한양방 분리 주장
한방병원 양방과 설치 도모할 듯
양방병원 결국 한방과 설치할 듯


한편 이번 비전 선포식에는 명칭 변경뿐만 아니라 각 병원의 독자경영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이에 따라 한방병원에서는 양방과를, 양방병원에서는 한방과를 설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은 “한방병원 내 이미 양의사가 배치돼 있으며 양방과는 설치 허가만 내면 된다. 시기는 못 박을 수 없지만 내부 시스템을 정리한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한방병원 내 양방과 설치가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양방병원이 한방과를 독자적으로 설치할 것이라는 얘기에 대해서 병원 고위 관계자는 “이는 확인된 바가 없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경희대 한의대 한 교수는 “그동안 경희대 한방병원의 네임밸류 덕을 톡톡히 봤으면서도 이제 와서 경영이익이란 숫자놀음에 한방병원은 팽 당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경희대 한의대 한 교수는 “독자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말은 결국 각자 살길을 찾으라는 얘기”라며 “경희대병원과 병원협회 등에서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병원 내 한방과 설치를 요구해 오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앞일을 내다보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했던 이들이 결국 양방과가 독립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희대의료원의 선택은 동서신의학의 이름을 지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이에 반대하는 한의대 교수들의 반발은 한 교수의 “괜한 뒷다리 잡기로 비쳐질까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기가 힘들다”는 말처럼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한방병원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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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학병원 2010-07-16 22:14:10
이름이 공식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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