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29] 醫部集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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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29] 醫部集成
  • 승인 2003.04.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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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인용한 중국의학 전서

그림설명-聚珍板 銅活字本 『醫部集成』의 書影

지난 호에 미처 다하지 못한 『古今圖書集成』·醫部(이하 ‘醫部集成’이라 약칭)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기로 하자. 우리 의학과는 여러 면에서 주고받은 바가 많은 책인데, 우선 조선 의방서가 대량 채록된 중국문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鍼灸擇日編集』이나 『纂圖方論脈訣集成』 같은 책이 중국에 전해졌지만 명나라 의관의 저작이나 혹은 元刊本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간혹 여러 문헌에서 『동의보감』을 언급한 것이 산재되어 있지만 여기서처럼 전문의학서에서 참고문헌으로 대량 인용한 경우는 보기 힘들다. 또 시기로 보아 『동의보감』 간행 이후 중국의학에 미친 영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초기 문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인용부는 모두 소아문에만 집중되어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밖에 전체적인 편제에 있어서도 頭·面·耳·目·鼻·口로 시작하는 외형편과 風·寒·暑·濕·燥·火 六淫과 雜病으로 이어지는 分門 구성이 대체로 유사하다. 이에 앞서 처음은 素問·靈樞·難經 등 醫經注釋으로부터 시작하여 診脈·臟腑·經絡·身形·運氣와 같은 기초 이론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까지가 본편에 해당하는 醫部彙考이고 마지막 권에는 醫術名流列傳, 藝文, 紀事, 雜錄, 外編 등이 실려 있다.

역대 醫人들의 史傳인 ‘醫術名流列傳’ 가운데는 삼국시대 魏나라에 가서 활동했던 고구려 의원의 흥미로운 행적이 실려 있다. 그는 침술이 뛰어났는데 한 치 길이의 머리카락을 십여 가닥으로 자른 다음 침으로 꿰어내는 神技를 자랑할 정도였다. 믿지 못할 내용이지만 하여튼 귀신같은 솜씨를 선보였다는 기록이 『酉陽雜菹』에 전하고 있다.

그러면 『고금도서집성』이 조선이 들어와 어떻게 쓰여졌을까? 다른 부분은 그만두고 우선 의학 분야에서 어디에 인용되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周命新의 『醫門寶鑑』(1724년)을 보면 ‘醫部集錄’이라는 서명이 보여 혹시 이 책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되지만 도서집성이 간행되기 2년 앞서 『의문보감』이 완성되었으므로 같은 책일 가능성이 없다.

아무래도 의학분야에서 도서집성이 직접 쓰여진 것은 『仁濟志』가 가장 먼저일 것 같다.『인제지』는 徐有구의 『林園十六志』중의 한편으로 『林園經濟志』라고도 불린다. 이것 역시 방대한 박물학전서(총114권52책) 가운데 본격적인 의학편으로 이것만해도 28권14책 분량에 달한다. 저자인 서유구는 도서집성을 들여오는데 수훈갑이었던 徐浩修의 친아들로 조부인 徐命膺으로부터 이어지는 家學을 대물림하여 정조연간 문예부흥을 꽃피웠던 주역 중의 한 사람이다.『임원경제지』에는 『(흠정)고금도서집성』이란 정식 명칭이 아니라 ‘圖書集成’이란 약칭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이 방대한 전서는 왕실도서관에 수장된 秘書로 규장각 閣臣이나 극소수만이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민간의 의원들은 대부분 이 책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였을 것이므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흔하게 유포되지는 않았지만 조선 말기 이 전서는 한의학사의 획을 긋는 중요 문헌에 다시 등장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惠庵 黃度淵의 『醫宗損益』(1867년)에 쓰여진 것이다. 이 책의 引用諸書에는 총105종의 국내외 의학문헌이 인용서로 등재되어 있는데, 그 중 90번째 인용서로 ‘圖書集成’이 보인다. 조선에 들여온 지 이미 90년이 흐른 시점이지만 그가 어떻게 왕실 소장의 이 전서를 참고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醫部 이외의 부분에 흩어져 있는 의약관련 기록을 모아 『醫部續錄』을 펴낸 바 있고, 국내에서는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동참한 원문의 전산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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