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31] 攷事撮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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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31] 攷事撮要①
  • 승인 2003.04.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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事大交隣을 위한 업무편람

그림설명-훈감자본 『고사촬요』와 서책시준

이 책을 지은 魚叔權은 庶出로 吏文學官에 참여 崔世珍에게 수업을 받았다. 그는 외국어에 능통하여 수 차례 중국사신 행렬에 참여했으며 외교에 수완을 발휘하였다. 또 박학하고 문장에 뛰어나 李栗谷을 가르칠 정도였으나 출신이 미천하여 끝내 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책 외에 그가 지은 것으로 『稗官雜記』나 『吏文諸書集覽』이 알려져 있으나 일부만이 전할뿐이다.

1554(명종9)년에 처음 간행된 이 책은 1771년(영조47) 徐命膺이 대폭 개정 보완하여 펴낸 『攷事新書』가 나올 때까지 무려 12차례나 재판을 거듭하였다. 간행시기에 따라 2권 혹은 3권, 5권으로 묶여져 있으며, 대략 임진왜란을 전후로 편제나 내용이 크게 바뀌어 있다. 특히 임란이전 판본과 訓監字版의 ‘書冊市准’ 항목이 1636년 이후에는 ‘書冊印紙數’ 또는 ‘書冊印紙容入數’로 바뀌어 있다. 또 ‘八道程途’에 ‘冊板’에 관한 기록이 있으나 임란이 끝난 후에는 이를 삭제하고 각 지역별 토산물이 수록되어 있다.

상권에는 歷代紀年, 忌辰, 誕日, 進貢物目, 官制, 路程, 服色 등 봉건왕정시대의 관리들이 갖추어야할 지식이 이모저모 알차게 실려 있다. 대개 이것들은 事大交隣에 필수적인 기초 상식인 셈인데 사신의 일행으로 여러 차례 중국에 다녀온 저자가 실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을 담았을 것이다.

이에 비해 하권에는 보다 더 실질적인 항목들로 꾸며져, 외국인 영접규칙에 해당하는 接對事例나 六曹郎官의 관장사무, 古干支, 節序, 服制式 , 각종 書式 , 八道里程 등 하급관리나 사대부가 알아야할 관변 지식이 열거되어 있다.

한편 생활상식에 해당하는 雜方(雜用俗方)에는 옷에 얼룩진 핏자국이나 기름때 지우는 방법부터 버섯 먹는 법, 服藥禁忌, 음식금기, 해충구제법, 小兒痘瘡方, 각종 약술 빚는 법과 보관법 등 보건위생 및 식생활 관련 간편 지식과 비법들이 기재되어 있다.

또 전승경험에 의한 牧畜法(東人經驗牧養法)과 相馬法, 마병치료법이 기재되어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대개 이것은 조선 초기부터 사용되던 『新編集成馬醫方』의 내용 가운데서 실용적이고 긴요한 내용만을 발췌하여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書冊市准은 저자에서 많이 팔리던 서적을 인쇄하는데 들어가는 종이의 분량과 가격을 표시한 것이다. 가격은 보통 쌀이나 베(綿布)로 계산해 놓았는데, 물론 이미 銅錢과 楮貨가 통용되었던 시대이지만 일반 백성들에게는 아무래도 현물로 바꾸는 방법이 쉬웠던 것이리라. 여기에 올라있는 의약서로는 『本草衍義』와 『鄕藥集成方』이 보인다.

그 중 『향약집성방』 한 질을 인출하기 위해선 종이 99貼 16張이 소요되며 그 가격은 綿布 5필 반에 상당한다고 기록하였다. 그런데 이와 대비하여 당시 四書 한 벌을 인쇄하는데 종이가 70貼이 채 들어가지 않으며 가격은 베2필반과 쌀6말반이었으니 상대적으로 분량도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어지간한 집안에선 구입할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서책들은 주로 校書館에서 발간한 34종의 도서에 대한 판매가격을 기록한 것으로 현종 이후 간행된 판본에서는 188종의 서적에 대해 인쇄에 필요한 종이 수량이 기재되어 있다.

아울러 임진왜란 이전 판본에 보이는 八道冊板目錄은 조선 최초의 도서목록으로 각 지방에서 발간된 도서의 간행지와 書種을 알 수 있어 서지학 상 매우 가치가 높게 평가될 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사정을 추정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여기 보이는 의학서로는 御醫方, 救急簡易方, 瘡疹方, 纂圖脈, 牛馬治療方, 治腫秘方, 諺解産書, 銅人經, 活人心方 등 60~70종에 이르며 간행시기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판목이 훼손되었거나 전란을 겪은 다음 책판이 소실되었기 때문에 보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어지는 生藥價와 熟藥 조가 더욱 흥미로운 의약 관련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으므로 다음 호에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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