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32] 『熟藥治要服法』 攷事撮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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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32] 『熟藥治要服法』 攷事撮要②
  • 승인 2003.04.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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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材需給과 製劑品目集

그림설명-필사본 고사촬요의 생약가와 숙약가

『고사촬요』의 수록 내용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의미있는 자료는 生藥價와 熟藥價 두 항목이다. 생약가에는 당시 조선이 대외무역을 통해 거래하거나 통용되었던 약재의 종류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약재의 市價를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약재의 산출과 품귀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본문에는 ‘生藥每一兩本國價値’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綿布나 米價를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약재부터 차례로 기록하였는데 麝香, 琥珀, 犀角, 白蛇香, 沈香, 朱砂 순으로 이것들이 예나 지금이나 진귀한 약재였음을 알 수 있다. 이하 尋楓藤, 蛇含石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약재에 이르기까지 전체 141종의 약재가 올라있는데 가장 헐한 것이 1냥쭝에 쌀 2되 값이었으므로 이다지도 약값이 비쌌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熟藥一服價値는 제조약 1회분 복용량의 비용을 적은 셈인데 淸心元, 保命丹, 烏藥順氣散 이하 266종의 기성 처방이 수록되어 있어 『臘藥症治方』에 수록된 것 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제조처방한 약이 거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항목을 보면 대개 단일 약재로 거래되는 것은 生藥이라 하고 약재를 혼합 처방하여 조제해 주는 경우에는 熟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이 숙약가는 惠民局(醫司)에서 향약의 수납과 투약을 담당한 어느 이름 모를 醫士가 남긴 것으로 주치증과 복약법 및 원가를 적어둔 것인데 나중에 긴요한 처방 몇 가지를 덧붙였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당시 唐材와 鄕材의 사용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음을 증언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鄕麻黃, 山梔仁, 羌活, 石膏, 芎궁과 같은 자국산 약재를 代用하면 크게 약값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보아 조선 초기 개발한 향약재가 상당량 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산 약재를 선호하여 가격차가 심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일부 항목에 ‘減O斗(合)’ 혹은 ‘加O匹’ 등의 추가사항이 있는 것은 변동시가를 기록한 결과로 보인다.

이어 약을 달일 때 필요한 물량도 기준을 정해 두었는데 大盞은 대략 물 1되 가량이고 中盞은 그 절반인 5홉이며, 小盞이라함은 3홉 가량에 해당한다. 한편 頭目不淸利에 쓰는 新方川芎散의 경우, 眩暈門의 舊方과 구별하기 위해 ‘新方’이란 명칭을 덧붙였다고 밝히고 있는데 앞서의 설명에서 新方 1첩의 분량은 무려 1-2냥에 달해 효과가 비교적 빠르고 우수하다고 적고 있어 신속한 효과를 내기 위해 용량을 배가시킨 강화처방을 판매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醫局에서 판매하는 것은 한결같이 5돈을 기준으로 1첩을 짓는데 약은 가벼워도 값은 감해주지 않으니 환자가 따지기 어려워 폐단을 坐視하고만 있으니 매우 不仁한 처사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또 본문의 처방명 상단에는 조그맣게 질병증상을 적어놓아 쉽게 눈에 띄도록 배려하였다.

그렇다면 다소 이질적인 내용으로 보이는 이 모든 것이 왜 한꺼번에 한 책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지난 호에 이미 이 책의 저자가 중국사신을 이끈 경력의 소유자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 책에 적혀 있는 모든 내용은 외교 혹은 무역과 관련이 깊은 것들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권은 대개 외교의 의전상 필요하거나 참조해야할 주변지식들이었고 하권에 수록된 내용들은 오가는 행렬 중에 겪게 되는 상황에 대비한 여러 가지 실무지식과 아울러 상호거래를 위한 품목별 기준시가표였던 셈이다. 또 여기 기재된 항목들도 대개 교통상황이나 의전절차, 법령위반 시 형벌량 등이 고루 들어 있고 서적이나 약재는 둘 다 모두 주요한 무역거래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재사항들은 출간에 임해서는 좀더 일반적인 보편 지식이나 실거래 위주의 내용으로 개편을 거듭했을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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