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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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21
  • 승인 2010.07.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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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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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대학의 약진… 권력의 축 이동

학회·대학의 약진… 권력의 축 이동
교육개혁 산학요람 등 기대 부응 준비 미흡

한의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21 

김정곤 한의협 회장,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이사장, 윤석용 국회의원, 이범용 전 대의원총회 의장, 최원철 광혜원 이사장, 최승훈 경희대 한의대학장, 허창회 전 한의협 회장, 김현수 전 한의협 회장, 김성수 한의학회장, 이원철 부산대 한의전 원장, 김용호 한의약정책관, 변정환 전 대구한의대 총장, 김홍경 전 사암침법연구회 회장, 김시영 대의원총회 의장, 박왕용 전 한미래포럼 대표, 최방섭 개원의협의회장, 노영범 복치의학회장, 김용옥 한의사, 최혁용 함소아네트워크 대표, 김영권 서울시한의사회장, 안규석 한평원 원장

본지가 창간 21주년을 맞아 한의계를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추천 수를 집계해 ‘한의계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21’을 추려냈다.

이번 조사는 250명의 대의원 중 사퇴자 및 공석 17명을 제외한 233명과 시도 지부장 1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뤄졌다. 실시기간은 6월30일부터 10일 간이고, 답변율은 약 63%를 기록했다. 설문조사 내용은 ‘한의계에 영향력이 가장 높은 인사 5명을 추천해 달라’ 였다.

‘파워엘리트 21’ 선정은 득표 순으로 이뤄졌다. 이들 21명에는 학회와 대학 관련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최원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 최승훈 경희대 한의대 학장, 김성수 대한한의학회장, 이원철 부산대 한의전 원장, 변정환 전 대구한의대 총장, 노영범 복치의학회장, 김홍경 전 사암침법연구회장, 안규석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는 한의계 권력의 중심축이 대학이나 학회 등 학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과거에는 한의계의 영향력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이 정책 생산능력이나 정치력 등에 한정돼 있었다면 제도권에 진입한 현재는 21세기 한의학을 이끌어 나갈 영향력이 교육과 학술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결과로 보인다.

80학번 이후 대거 등장 … 세대교체 성숙
신준식· 최혁용 경영성공 신화 관심 투영
김홍경· 도올 사회적 영향력 건재 인정해


최원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한방암 분야에 있어 선두주자로 꼽힌다. 비 경희대 출신이면서 동서신의학병원의 한방암센터장을 지낸 입지전적 측면도 강하다. 치료제 넥시아 등을 개발해 한방 암치료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원철 원장은 2008년 설립된 부산대 한의전에서 기존의 한의대 커리큘럼과 다른 교육내용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결과에 대해 한의계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음이 이번 조사결과에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변정환 총장은 한의사 출신으로 대구한의대를 설립하고 총장까지 지내는 등 대학교육 분야에 있어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고, 김홍경은 사암침법이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개원가에 사암침법을 보급한 일등공신이다.

이들이 파워엘리트 21에 대거 오른 건 교육내용의 변혁에 대한 한의계의 기대감이 담겨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학계의 자기 반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또한 부산한의전과 대구한의대와 달리 원광대, 경원대, 동국대 등 전통적인 명문 사학의 교원들은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아 변화에 둔감한 대학은 한의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력도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세대교체도 완연해 보인다. 파워엘리트 21에 선정된 이들 중 10명이 80학번 이후 출신이다. 젊은 한의사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의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전‧현직 한의협 회장으로 상징되고 있다. 전‧현직 한의협 회장이 80학번 이후인 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시대 변화가 반영된 결과물인 것이다.

경영성공 신화에 대한 한의사들의지지 또한 주목거리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과 최혁용 함소아한의원 네트워크 대표원장이 파워엘리트 21에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한의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영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한 이들의 성공신화에 매료된 한의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잘 말해준다. 성공학 강의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이재성 원장 역시 파워엘리트 21에는 빠졌지만 적지 않은 표를 얻어 이런 경향을 뒷받침했다.

한의협 관계자 중에는 김정곤 한의협 회장, 김영권 서울시한의사회장, 김시영 대의원총회 의장 정도가 파워엘리트 21에 포함되는데 그쳤다. 나머지 시도 지부장 중에서는 정경진 경기도한의사장과 윤한룡 전 경기도한의사회장, 선종욱 전남도회장이 소수의 표를 얻은 데 그친 정도다. 각 시도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고르게 설문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도 시도 지부장에 대한 지지도가 미미한 점은 지역의 여론마저 구심점을 잃고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전임 집행진의 영향력도 여전했다. 김현수 전 협회장과 39대 집행부 부회장이자 현 개원한의사협의회 최방섭 회장이 나란히 파워엘리트 21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보험통’이라고 알려진 인물로, 보험정책에 대한 대의원들의 관심도가 엿보인다.

허창회 박왕용 선정도 이채롭다. 허창회 전 회장은 한의협 회장직을 물러난 지 15년이 지났지만 한의계 영향력은 여전하다. 박왕용 전 한미래포럼 대표는 한의협 회장단 출신이 아니다. 다만 허창회, 최환영, 안재규 회장 시절 세 차례 이사직을 맡고, 윤석용 의원 자문단, 한평원 이사 등 여러 단체에 관여하고 있다. 이념‧세대를 넘어 누구와도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 그를 파워엘리트 21에 올려놓은 견인차로 분석된다.

정부 정책과 직접 연관을 맺는 한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윤석용 의원이나 김용호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이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비록 40대 한의협 회장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이범용 전 대의원 의장도 21명에 이름을 올려 나름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과시했다.

부산한의전· 대구한의대 명문사학 따돌려
허창회‧ 박왕용 강력한 영향력 ‘이목 집중’


언론을 통해 스타 한의사로 군림했던 유명인도 빠지지 않았다. 금오 김홍경은 400여년 간 사장됐던 사암침법을 재발굴해 현대에 보급한 인물로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의계 스타급 인사로서 한의사의 위상을 높였다. 도올 김용옥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면서 1990년 원광대에 입학, 한의사가 돼 4년 간 한의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의 활동이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는데도 대의원들은 여전히 이들을 파워엘리트 21에 꼽았던 이면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한의사가 그만큼 없다는 반증이다. 사실 한의계에는 지금 대중과 소통하는 스타 한의사가 부재하다. 대국민 홍보를 위해서도 제2, 제3의 김홍경 김용옥의 출현이 절실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극소수의 표를 얻은 인물이 많았던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파워엘리트 21에 선정된 인사 이외에도 총 94명의 이름이 거론됐을 정도다. 이번 설문조사가 주관식으로 답변을 받고 추천자 범위가 광범위한 탓도 있지만 한의계를 대표하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특히 이름이 거명된 이들 중에는 설문에 참여한 이들의 주변 인물이나 지역 인사들로 한정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공사 분별력 상실, 합리적 사고 부재, 객관성 결여 등을 단적으로 표출한 경우로 대의원들 의식수준을 엿보게 한다.

설문조사에 응답을 거부하거나 “잘 모르겠다” 또는 “없다”고 대답한 이들도 32명에 이른다. 적어도 대의원으로선 보일 수 없는 행동이다. 한의협이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의계 현안 등 정기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은 또한 한의계가 인물 기근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의계가 한의사 2만명 시대를 맞이하고 KCD 도입, 상호고용 허용, 전문의 표방 허용, 일원화 바람,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 움직임, 한약 안전성 논란 등 여러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도 앞으로 10년을 준비할 구심점이 약하다는 건 한의계가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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