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35] 世宗實錄地理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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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35] 世宗實錄地理志
  • 승인 2003.04.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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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道物産 조사한 藥草地圖

그림설명-세종실록과 지리지, 변계량의 필적

이것은 별도의 간행물이 아니고 『世宗莊憲大王實錄』의 제148~155권에 실려 있는 전국지리지로서 8권8책으로 되어 있다. 『세종실록』은 단종2년(1454)에 완성되었는데, 권1부터는 권127까지는 편년체로 되어 있고 그 뒤에는 志가 붙어 있으며, 志에는 五禮·樂·地理志·七政算으로 나뉘어 들어 있다. 이 지리지는 8도에 소속된 328곳의 군현에 관한 각종 인문지리적인 내용을 싣고 있는데, 官員·沿革·所管·名山·大川·漕運·戶口·軍政·土産·軍營·驛館·城郭·牧場·烽燧·人物 등을 비롯한 각종 사항이 열거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의미가 깊은 것은 바로 藥材 항목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거나 집권자가 바뀌는 경우, 흔히 지배 지역을 면밀히 조사한 지리지를 작성하여 통치 자료를 삼곤 한다. 실록의 지리지가 편찬되기 이전에 이미 관찬 지리서를 펴낸 바 있는데, 세종은 즉위 6년(1424)에 이미 대제학 卞季良에게 조선 전역의 地志 및 군현의 沿革을 撰進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듬해 발간된 『慶尙道地理志』는 바로 이때 지방관이 올린 조사보고서인 셈이다. 이것을 필두로 나머지 7도의 지리지를 한데 모아 1432년 『新撰八道地理志』가 완성된다. 22년 후에 이것을 저본으로 다소 가감 정리하여 만든 것이 바로 실록지리지이다. 따라서 그 원형태는 30년 전인 세종 당대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변계량(1369~1430)은 이색과 권근에게 배웠으며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4살에 고시를 외우고 6살에 글을 지을 정도였다. 그는 이미 고려말에 문과급제하였고 조선왕조의 건국과 더불어 典醫監丞과 醫學敎授官을 거친 문신이었다. 1431년에 간행된 『鄕藥採取月令』은 이 지리지의 편찬과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현존 월령의 사본에 ‘卞(季)良’의 발문 흔적이 남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또 같은 해 가을부터 편찬하기 시작하여 1433년 완성되는 『향약집성방』은 이 두 가지 선행 연구 결과에 힘은 바 크다고 하겠다.

책 속에 각 지역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藥材와 土産 등의 항목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시한 것이며 매우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 각 도별 총람에는 전체 산출 약재가 개괄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京畿道觀察에는 土貢으로 모과, 산삼, 도라지, 지치 등 6종과 牛膽, 虎脛骨, 熊膽, 五加皮, 黃蘗皮 등 자생약재 120종이 기록되어 있고, 재배하는 약재로는 백편두, 양귀비, 차조기, 영생이, 노야기, 우엉, 겨자 등 21종이 수록되어 있다.

문헌에는 그저 藥材로 표시된 곳도 있지만 ‘種養藥材’라 하여 재배 가능한 약재를 조사하였고 ‘土宜耕種’ 역시 해당 지방의 토질과 기후에 적합한 작물의 종류를 기재한 것이어서 당시 향약개발과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약재의 경우, 각 도별 記載物種의 군현별 평균수를 조사해 보니 강원도가 10.71종으로 가장 높았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1.54종으로 가장 낮았으며, 함경도와 전라도가 평균보다 많은 양이었고 충청, 평안, 경상도는 평균보다 적다. 8도의 총계는 4.26종이다.

『세종실록지리지』는 현존하는 最古의 조선 초기 전국지리지로서 史書의 부록이 아니라 지리서가 독자적으로 만들어졌고 인문과 자연지리에 국한한 종래의 형식을 탈피하여 경제, 군사적인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여 후대 관찬 지리지의 표본이 되었다. 특히 『세종실록지리지』에 들어있는 약초생산과 재배에 관한 전국분포 현황은 조선 초기 향약개발과 맞물려 국내 약초수급 관계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향약채취월령』과 함께 향약본초에 있어서 짝을 이루는 기념비적 지리지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또 조금 늦게 이루어진 『東國與地勝覽』의 典範이 되었는데, 두 책을 통해 조선 초기 팔도에서 산출되는 약재를 비롯하여 개략적인 물산 분포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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