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36] 食醫心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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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36] 食醫心鑑
  • 승인 2003.04.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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類聚에서 採輯한 음식치료법

그림설명-채집복간본 『食醫心鑑』과 多紀元堅의 초상

지난번 韓中學術交流硏討會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落穗로 얻은 소중한 책이다. 조선의 원본 『醫方類聚』와 일본에서 복간한 聚珍本 『의방유취』를 合校하여 다시 간행한 ‘御修醫方類聚’의 발행을 계기로 이루어진 모임이었다. 우연치 않은 이 기회에 중국 측 연구자와 학연을 맺고 醫方類聚採輯本인 이 책을 구하게 되었으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食醫心鑑』은 唐 잠殷의 원작으로 『宋史』·藝文志에 2권이라 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기록이 보이지 않으니 중국에서 잃어버린 지가 이미 오래 전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일찍이 고려에 입수되었던 것이 다행히 잘 보존되어 조선에서 『의방유취』를 편찬할 때 채록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은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고 다만 송대의 박학자 鄭樵는 成都 醫博士 잠殷이 지었다고 하였다.

또 晁公武의 『郡齋讀書志』에는 蜀나라 사람으로 唐 大中(847-860) 初에 『産寶』를 지어 郡守 白敏中에게 바쳤다고 하였다. 이 『산보』 역시 일본에서 송나라 판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하는 完本이 전해지다가 이 또한 상당 부분 흩어져 완질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하니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한때 일본에 건너간 유일본 『의방유취』를 소장했던 고증학파의 대가 丹波元簡(1755~1810)의 아들인 丹波元胤(1789~1827)은 그의 저작 『中國醫籍考』에서 “의방유취에서 13首의 醫論과 209수의 처방을 찾아냈으니 대략 그 개괄적인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들 고증학파 의가들은 『의방유취』 안에서 『龍樹菩薩眼論』, 『耆婆五藏論』, 『千金月令』 등과 같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 의학문헌 30여 종을 채록해 내었는데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채집본의 말미에는 1841년 掖庭醫局에서 校讀했다는 (丹波)元堅(1795~1857)의 識語가 있고 1854년 仲秋 그믐밤에 등불 아래서 교정을 보았다는 (森)約之의 글이 남아 있다. 이로 보아 이들은 십여 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引文을 채록하고 교정을 거듭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원본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할 수는 없었으며 다만 그 태반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하였다. 수작업을 통한 이 과정은 매우 많은 시간과 정력이 소모되는 고통스런 작업이지만 다른 부문에 縮合된 비슷한 내용의 인용부는 빠트리기 쉬워 완성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이 『식의심감』은 채집된 지 꼭 60년이 되는 해인 1901년 일본을 방문하였던 淸의 학자 羅振玉에 의해 東京에서 구입하여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것이 나중에 東方學會에서 鉛活字로 조판하여 인출하게 되며, 이 책은 이렇듯 600~700년에 걸친 기나긴 歷程 끝에 1924년 다시금 빛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食醫의 藥膳처방 이론이 먼저 서술되어 있고이어 餠, 粥, 蒸, 羹, 羔, 浸酒, 茶, 湯 등 다양한 食治處方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저자의 활동 무대로 보아 여기 수록된 음식들은 대개 四川지방 요리의 원조격일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고려나 조선 초기의 궁중음식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음식재료나 조리방법에서 요즘 기호에는 다소 부적절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응용한 자연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연구가치가 높은 내용이다.

또 조선 초기 全循義의 『食療簒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세종~세조 년간에 활약한 당대 최고의 學醫로 『의방유취』 편찬에 참여한 인물이며 『침구택일편집』을 저술하였다. 類聚 食治편은 『壽親養老書』, 『聖惠方』과 함께 이 책을 위주로 참고하여 집필되었기 때문에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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