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첩 역풍 예견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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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첩 역풍 예견된 사태
  • 승인 2010.07.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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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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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이 의욕만 충일…지도부 윤리성 훼손
삼복첩 역풍 예견된 사태
준비 없이 의욕만 충일…지도부 윤리성 훼손
“소중한 회비 한의원 장사 도움줘서야” 격분 

끝내 일이 터졌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형국이 됐다. 한의협 지도부의 윤리의식이 구설수에 올랐다. 치밀한 기획력과 실행력 부족도 여실히 드러냈다. 삼복첩 사태는 예견된 한편의 촌극이다. 사실 한의협 지도부가 삼복첩 활용을 주요 추진사업으로 들고 나왔을 때부터 한의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일선 한의사도 이해하지 못하는 근거를 가지고 어떻게 국민을 이해시키겠다는 얘기냐”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한의협 지도부는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대만 중국의 연구자료만 제시할 뿐 국내 연구결과는 전무했다. 준비 없이 의욕만 갖고 덤벼든 것을 스스로 방증하고 만 셈이다. 그러던 것이 7월16일 ㅎ한의원 관련 주식회사가 6월9일 ‘삼복첩’ ‘동병하치’ 두 명칭을 상표등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한의사들은 “소중한 회비가 한의원의 장사에 도움을 줘서야 되겠느냐” “홍보비를 이런데 쓰니 참 슬프다” “정말 회비를 내기가 싫다”고 격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초미의 관심사는 협회 지도부와 ㅎ한의원 소속 이사들이 서로 상표등록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다. 한의협이 삼복첩을 공식적인 안건으로 올린 것은 4월14일 첫 중앙이사회와 17일 첫 전국이사회 회의 때였다. 당시 협회 학술위원회가 이를 주도하고 5~6월에는 전국 시도지부나 분회에서 삼복첩과 관련한 각종 교육강좌가 시작됐다. 특히 7월 초에는 본격적으로 삼복첩을 활성화시키겠다며 협회가 전국 한의원에 포스터를 배포하고 나섰다.

의혹이 커지자 한의협 이사 두 명이 ㅎ한의원 소속이므로 이들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회원은 협회비 납부 거부운동까지 벌이자고 제안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장동민 한의협 홍보이사는 “국내 추진과정에서 함소아가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만 ㅎ한의원 소속 두 명의 중앙이사는 상표등록 건을 몰랐고, 그들은 즉시 출원을 취소하도록 지시했으며 기존 ㅎ한의원이 해오던 패치제품도 외부로 유통시키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바람에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한의사들은 ㅎ한의원 대표 등을 포함한 소속 이사들이 상표등록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모 한의사는 “삼복첩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ㅎ한의원에서 7월 초에 올린 동영상이 대여섯 건 검색된다”며 “협회 삼복첩 시술에 기대어 자사 한의원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모 한의사는 또한 “중요한 추진사업인데도 시장조사 하나 제대로 해보지 않고 일을 진행한 것 자체가 한심한 작태”라고 한의협의 무계획성을 질타했다.

한의협 ‘동병하치 삼복첩’ 캠페인 계속 추진
본말전도… 먼저 사건전말 정확히 파헤쳐야
캠페인 성공 여부 지도부 신뢰 회복에 달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협회가 삼복첩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 ㅎ한의원이 상표등록을 준비했을 가능성은 짙다. 즉 ㅎ한의원이 몇년 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진작에 상표등록을 했어야지 협회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시점에 상표등록에 들어간 건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이번 사태를 회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는 한의협 지도부가 당초 계획대로 삼복첩 사업을 추진해 전체 한의원에 보급될 경우 이미 상표권 등록을 한 ㅎ한의원은 공짜로 광고효과도 누리고 이미 선점하고 있는 기술을 토대로 독점에 가까운 삼복첩 공급 루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짙다는 점에 있다. 삼복첩이나 동병하치가 대중화된다면 나아가 상표권을 팔거나 상표권에 대한 독점권리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선 한의사나 협회는 배제될 수밖에 없으며 여타 한의원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의사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협회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1만7천여명 회원을 기만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 한의원 원장은 “만약 이 사실을 회원들이 몰랐다면 멍청하게 당하고 있을 뻔했다. 우리를 바보로 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의협 집행부에 ㅎ한의원 책임자가 있는 만큼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 한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ㅎ한의원 소속 A이사 역시 책임자 급에 있는 이상 이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A이사는 7월19일 이런 지적에 대해 “2006년부터 삼복첩 프로그램을 상표등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올해 2월부터 준비한 사안이며 등록시점이 다만 6월 초였던 것뿐”이라며 “이렇게 논란이 야기될 줄은 몰랐다. 상표권 등록은 협회가 허락한다면 그쪽으로 이양하겠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복첩 효과에 대해서도 “이는 하나의 문화”라며 “본원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삼복첩 하나가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한방 처치가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ㅎ한의원이 원하든 원치 않든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독점사용은 하지 않겠다 하더라도 향후 건기식 시장 등에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ㅎ한의원이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불로소득’이다. 한의사들은 A이사의 해명대로라면 “삼복첩의 이름이 붙은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한 광고는 불가하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한의협 지도부는 윤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내부 밀약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지금껏 들어간 홍보비용만큼 지도부나 A이사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모 한의사는 “삼복첩 홍보 때처럼 불법 무면허의료행위, IMS 건 등을 일사불란하고 빠르게 대처했다면 매번 진행 중이라고만 변명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협회가 그동안 심각한 사안은 일부러 건드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협회는 7월19일 기획조정위원회를 열어 삼복첩 논란를 집중 논의했다. 기조위는 A이사가 이 사안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협회는 또한 삼복첩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상필벌이 명확치 않은 처사다. 한의사들 사이에 지도부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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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0-07-28 20:14:54
요즘 도끼 전녀위남 논쟁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국한의학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일부 교수들 일부 한의사들 그리고 이 신문 수준 정말 한심하더군요 능력이나 수준이 한참 떨어질뿐만 아니라 삼복첩 선동에 한번은 무비판적으로 동조했다가 한번은 그거 원래 문제있던 거라고 하는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도덕적으로도 문제있어보이는 행태가 참으로 한심합니다

독자 2010-07-28 20:02:30
원래부터 문제있는 것이다고 생각했고 예견되었던 거면 진작부터 그 누군가의 선동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해서 앞장서기보다 비판적 관점에서 그 선동의 문제점도 지적을 하든가 본 신문이 진작에 그렇게 못했으면 그렇게 못하고 선동에 동조한 신문 자체의 문제점도 같이 지적해야지 어떻게 이렇게 안면몰수하고 관점을 싹 바꿔서 끝까지 남 탓만 합니까? 자신은 말을 계속 바꾸고 견해를 자꾸 바꾸면서 계속 남을 비난해도 됩니까?

애독자1 2010-07-27 12:50:01
삼복첩을 선택했다면 한의사들의 수준은 진짜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해도 되나요?

애독자1 2010-07-27 12:49:31
조금은 어이가 없고 상식 밖의 사고 방식의 의문을 던집니다. 언론에 기사가 정책에 따라 기자에 따라 다양한 것들이 표출될 수 있는 것이거늘 일개 언론의 글을 선동이라는 표현을 쓰다니요. 한의사들이 기사에 좌지 우지될만큼 삼복첩에 대한 한의학적 소견 또는 판단을 가지지 못할 정도의 수준입니까?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정책에 대한 지지에 글 모두 언론의 자유 아닙니까? 한의사들이 기사 내용을 가지고 삼복첩을

독자ㅏㅏㅏ 2010-07-23 21:51:42
민족의학신문도 근거 없고 효과 없는 삼복첩 선동에 앞장서더니 이제와서 삼복첩 문제 지적하네요? 삼복첩 선동에 앞장섰던 신문사 스스로 반성하고 같은 신문사 백상일 기자한테 사과문을 쓰도록 해야 순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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